중국을 직시하자 | 대중관계, 전략적 외교자산 마련 절실 2012년 1월호
중국을 직시하자 |대중관계, 전략적 외교자산 마련 절실
북한의 김정일 사망 이후 사이비 사회주의에 마취된 채 주민에게 고통과 자유의 말살을 강요하는 북한체제가 또 한 세대 연장되는 것인가라는 절망감이 엄습한다. 김정일 사망 며칠만에 또 다른 질곡의 세월을 전망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배경 중의 하나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중국의 ‘후견’ 역할 자임이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이틀에 나눠 집단으로 조문하는 모습이나, 한국 대통령의 전화협의 요청을 거절한 후진타오, 그리고 ‘북한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라는 중국 관영매체의 논설 할 것 없이 동아시아의 미래를 건설적으로 끌어가야 할 중국의 모습은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냉전시대의 구소련과 위성국의 비정상적 ‘우호관계’가 회생한 느낌이다.
김정일 사후 중국이 발 빠르게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위기관리를 위한 한국과의 의사소통을 회피한 것도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독점하고자 하는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안중에 북한주민의 자유와 인간다운 삶은 없었다. 무엇이 중국의 대 한반도 전략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을까. 중국이 과연 우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가?
中, 인접국에 힘 앞세운 수직관계 추구?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인 2009년 10월 원자바오의 평양 방문 및 북한 지원,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이후의 북한 감싸기,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 선원에 의한 우리 해경 피살 사건과 김정일 사망에 대한 반응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근자에 보여준 태도는 적어도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중국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왜곡된 대한반도 정책은 기본적으로 중국 내부 정치의 보수화 경향, 세계금융위기 이후 확인할 수 있었던 중국의 힘, 그리고 미국과의 경쟁 및 대결 수단으로 파악하고 있는 한반도의 전략적 의미 등에 기인한다. 분출하고 있는 중국의 사회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개혁을 외면한 채 추상적인 ‘문화개혁’만을 되뇌고 있는 중국 지도부의 현실안주적 보수경향은 북·중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다.
한편 최근 중국의 대외전략 변화의 핵심은 미국 등 주요국에 대해서는 수평적 협력(타협)을 통한 ‘국익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남북한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인접국에 대해서는 힘을 앞세운 중국 중심의 수직적 파트너십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피곤해지는 이유다.
이와 같은 중국의 변신을 감안할 때 단순히 중국과의 의사소통 필요성이나 한국의 외교력 미흡 등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동안 한국의 중국에 대한 대응 전략 논의는 주로 ‘지나치게’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현 정부 외교전략의 균형 회복, 미국의 일방적 패권에 대한 반감에 따른 중국 활용의 필요성 등을 거론한 다음 좀 더 적극적인 중국과의 소통을 주문하곤 했다.
中 상실감 느낄 수 있는 전략개발 긴요
그러나 중국의 대외전략 선회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은 심도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 중국의 외교나 전통 정치 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 또한 ‘중국에 대한 호소’나 ‘호의 표시’가 효율적인 대중 외교수단이 될 수 있다는 편견을 뿌리내리게 했다.
역대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각종 현안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대북한 정책은 자국이익 추구 행위일 뿐이며 결코 한국의 호소에 의해 변화하지 않는다.
중국의 보수적이며 국가주의적인 대외전략 선회에 대응하는 효과적 방법은 한국의 전략적 자산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대외전략 방향을 선택할 경우, 한국과의 관계에서 그에 상응하는 상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외교전략 카드의 개발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국력 비대칭에 더해 북한 문제를 포함하여 대중 수출 및 투자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대응 수단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이며 자조적인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중국에 있어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은 3위의 무역 상대국(홍콩과 EU 제외)이며, 남북한 관계와 한국의 대북한 정책은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 효율성에 결정적 변수로서 작용할 수 있다. 또 한·미 군사동맹 및 주한 미군의 전략적 역할 변화와 한국의 대만 및 티베트에 대한 정책 역시 중국으로서는 국가 안위에 관련된 문제다.
더욱이 일본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동반자구상(TPP) 협상에 참여를 결정한 상황에서 중국이 추구해 왔던 동아시아 FTA 네트워크와 TPP체제의 갈등구조에서 한국의 역할은 중국의 국익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의 환경 문제와 심지어 서해안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중국어선 조업 허가 및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중국인의 관리체제, 중국 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유입 및 위안화 국제화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국익적 관점에서 결코 작은 이슈가 아니다.
더욱이 중국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14개 국가에 대해 팽창하는 중국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본보기로서의 중요성을 가지므로 중국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변화와 북한체제 옹호는 결코 소통과 호의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비우호적 정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 앞에서 무력해 질 필요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맹목적으로 편승함으로써 중국의 비우호적 정책을 부추겨서도 곤란하다. ‘무조건 친미적인 한국정부’라는 이미지는 남북한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위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북한 상황의 변화와 중·미 갈등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한국의 전략적 지혜를 깨울 때가 됐다. 중국에 대한 전략적 외교는 그 능력의 시험 무대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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