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7월 1일 1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알쏭달쏭 남북 차번호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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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49 | 알쏭달쏭 남북 차번호

지난 2003년 10월 북한지역의 경의선도로에 당시 평양시 인민보안국(경찰) 소속 ‘평양17-25’ 번호판을 단 교통안전 차량이 정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3년 10월 북한지역의 경의선도로에 당시 평양시 인민보안국(경찰) 소속 ‘평양17-25’ 번호판을 단 교통안전 차량이 정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한 사회에 새로 정착하는 탈북인들의 눈에는 낯선 모습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동차에 붙어 있는 번호판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과는 전혀 다른 번호판을 보면 무엇을 기준하여 표지를 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거니와 낯선 방식으로 표지된 번호를 기억하기도 어렵다.

북한에서는 자동차 번호를 먼저 도, 직할시별로 나누어 표시한다. 예를 들어 평양시 차량에는 ‘평양’, 함경남도 차량에는 ‘함남’이라고 맨 앞에 표기한다. 그 뒤에는 사회 각 분야에 따르는 번호를 적는다. 예를 들면 건설부문에 종사하는 차량은 ‘41’, 운수 및 체신부문은 ‘45’, 당기관은 ‘11’, 인민위원회는 ‘14’, 경찰은 ‘17’, 외화벌이 기관은 ‘22’, 농업부문은 ‘38’ 등이다.

김정일 생일 딴 216, 특별 신분 보여줘

마지막으로 유일번호를 적는데, 이 번호는 각 부문 내의 차량순번이다. 즉 북한의 자동차번호의 기본 형태는 ‘지방-부문-차량번호’다. 예를 들어 평양시 인민보안국(경찰)의 차량이라면 ‘평양17-000”이 된다. 여기서 마지막 셋 또는 네 자리 번호는 평양시의 전체 자동차 유일번호가 아니라 평양시 경찰이 가지고 있는 차량의 유일번호다. 한편 북한군 차량은 사회와 번호를 다르게 쓴다. 예를 들어 ‘258-847268498’ 형태로 되어 있어 번호를 보고는 어느 부대의 무슨 임무를 수행하는 차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김정일의 측근을 비롯하여 고위급 간부들과 그 연관 기관의 차량들은 특별히 맨 앞에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을 뜻하는 ‘216’이라는 숫자를 표기한다. 즉 ‘216-599852928’의 형식인데 주의 깊게 보면 군대 차량의 번호와 유사하다. ‘216’이라는 숫자만 아니라면 군 차량 번호와 거의 비슷하다. 이런 번호를 붙인 차량은 대체로 ‘메르세데스 벤츠’나 ‘포드’ 같은 고가의 차인데 이런 차를 타는 사람들은 김정일의 특별 신임을 받는 신분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부 제한적이기는 하나 외국의 친척이 보내준 차량을 자가용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약간 있다. 이 차의 번호는 그냥 ‘평양-378’과 같은 형태로 표시하므로 단번에 개인차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에 교통경찰들을 비롯한 단속관리들의 뇌물 챙기기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북에도 자동차 넘쳐나 남북 같은 번호판 썼으면…

지난 2003년 북한 평양대극장 앞 대동강기슭 강안도로에 설치된 평화자동차의 승용차 ‘휘파람’ 광고 Ⓒ연합뉴스

지난 2003년 북한 평양대극장 앞 대동강기슭 강안도로에 설치된 평화자동차의 승용차 ‘휘파람’ 광고 Ⓒ연합뉴스

남한에는 자전거에 번호가 없지만 북한의 자전거 소유자는 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자전거 번호는 자동차와 달리 시·군별로 구분하여 표기한다. 예를 들어 함경남도 북청군에 사는 사람의 자전거는 ‘북청 456’으로 표기한다. 북한에서는 자전거가 남한의 승용차처럼 가정의 큰 자산이므로 도둑을 맞는 경우가 많아 그 대비책으로 자전거도 번호를 표기했다.

북한에서 살 때 북한의 자동차 번호 표기가 남한 것을 모방한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원래 남한에서 자동차 번호를 붙일 때 서울, 전남, 경북 등으로 지명을 밝히는 형식인데 그것을 따라했다는 것이었다. 실제 남쪽에 살면서 그 흔적을 많이 보게 된다. 아직도 번호판에 ‘서울 0000” 식의 번호를 단 차들이 있는데 대개 오래된 차들이다.

북한이 차번호를 남한식으로 바꾼다는 설이 도는 속에 현재 형태로 완전히 바뀐 것은 1980년대로 기억된다. 그 이전에 사용하던 번호는 “ㄱ-0000” 형태로 되어 있었다. 남한에서 지금 많이 쓰는 번호는 지명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 온 차인지 구별을 못하겠다. 필자의 차량번호는 ‘30버2999’인데 이것을 보고 어디서 굴러온 차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글쎄 이 분야 전문가들이나 교통경찰은 알아볼지 모르겠다.

북에서 남쪽 것을 모방했든 아니든 북한에서의 자동차 번호 형태가 달라진 과정을 보면 자동차 대수가 증가한 것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자동차가 많으면 분류하기 쉽지 않을 것이므로 보다 편리한 형태로 바꾸는 것이 맞다. 만약 북한이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하여 남한처럼 자동차 대수가 많아졌더라면 지금 쓰이는 남한식 번호와 같아졌을지도 모른다.

통일이 되어 북방경제가 발전하여 자동차가 넘쳐나게 되면 남북한이 같은 형태의 번호 표기를 하게 될 것이다. 단 바람직한 것은 어떤 형태든 번호판에 지명을 꼭 밝혔으면 좋겠다. 버스를 타고 가다 창밖을 내다보면 내가 어느 지역을 지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창밖으로 보이는 차들에 지명이 기재돼 있다면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금방 알 것이다. 예를 들어 ‘광주’라고 표기된 차들이 많이 보이면 현 위치가 광주라는 것을 대뜸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이동 중에 전화가 와서 “지금 어디까지 왔어요?” 하면 뭐라고 대답할지 궁색하다. 아무리 창밖을 내다봐야 현 위치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점을 참작해 번호를 만들면 통일시대에 살게 될 남북한 주민이 다 같이 편리하지 않겠나 생각된다.

도명학 /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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