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 김정은 체제 인권정책, 당분간 변화 기대 접어야 2012년 2월호
김정은 체제 인권정책, 당분간 변화 기대 접어야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은 이제 20대 후반의 청년이 고도로 집중된 절대권력을 거머지게 되었다. 항간에서는 김경희, 장성택 등 가족권력과 김정일 체제의 근간이었던 군부세력들이 김정은의 등 뒤에서 섭정을 하면서 당분간 집단지도체제 형태로 북한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소년대장’으로 지칭되는 김정은이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고 군부를 통제하기 위해서 대남도발이나 대내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김정은 체제가 어떤 성격을 드러낼 지 아무도 점치기 어렵다. 어린 나이에 스위스 유학경험이 있어서 서방세계를 이해하고, 보다 유연한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는 북한이 직면한 만성적인 식량난과 핵문제를 둘러싼 대미협상, 국제적인 고립을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핵문제와 더불어 국제사회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다.
김정은 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김정일이 오랜 투병생활을 하면서 사실상 김정은에게 후계수업을 시켜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 북한의 인권정책은 우리의 기대를 역행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비관론의 근거는 김정은 체제의 군부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 때문이다. 군부 핵심세력들은 북한 독재체제의 최대 수혜층이다. 군부와 당 핵심간부들은 사실상 하나의 권력집단을 형성하면서 정치·경제적 자원을 독점해왔다.
이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김정일마저 사라진 마당에 이들이 구소련의 ‘노만클라투라’처럼 집단 지배권력으로 어린 김정은을 뒤에서 조정하면서 북한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35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새해를 맞아 공식활동으로 군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처음 시찰했다.
중국, 북한의 인권규범 거역 회피처?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향후 북한의 인권정책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요소이다. 중국은 지역패권과 미국에 대한 외교적 카드로 북한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군부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회피하고 필요한 경화확보를 위해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대중의존성은 남북협상이나 대미협상, 대일협상에서 외교적 균형을 상실하게 만들고 북한 내부의 친서방파들의 입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 향후 김정은 체제가 인권정책에서 획기적으로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당분간 접어 두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대중국 의존성은 인권문제와 핵문제에서 중국의 외교적 보호를 보상으로 받게 된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을 거역할 수 있는 회피처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질수록 중국의 보호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최근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당국은 장마당에서 중국화폐, 즉 위안화의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에 대해서 현장사살명령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장마당은 북한주민들의 유일한 생존통로(life line)이다. 지금 북한에서 장마당에 대한 통제는 곧 주민들의 생존권리, 식량권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한당국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거 김정일 정권은 장마당 통제와 완화정책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면서 지배권력에 대항하는 새로운 자본권력의 등장을 견제하고 동시에 주민들의 불만을 완화시켜오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도 장마당에 대한 통제력을 계속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마당에서 위안화 사용금지가 과연 실효력을 가질 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성 심화를 우려하는 북한 지배층의 속내를 표시하는 하나의 징표가 될 수도 있다.
권력층 기싸움, 주민통제 강화로 이어져
월경 탈북자 사살명령을 김정은이 직접 내렸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탈북자 가족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강화되었다는 보도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김정은 체제가 탈북자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외부세계에 대한 ‘모기장’을 더 높이 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앞서 지적한 위안화 사용금지 명령도 탈북자 가족들의 송금과 대중 연결망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반 주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시급한 식량문제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미국에게 영양비스켓 대신 곡물지원을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정도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은 핵협상 및 인권문제 해결과 연결되어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협상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는 한편, 대북 식량지원의 투명성을 확실하게 보장하지 않으면 북한이 기대하는 빅딜은 성사되기 어렵다. 남한 당국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압박외교를 지속하고 있다. 금강산 민간인 피살사건, 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사과는 김정은 체제가 군부의 눈치를 보는 형세에서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
또 다른 한편으로 국내적인 권력강화의 필요성 때문에 대내적인 통제정책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것은 곧 인권탄압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김정일의 후광이 없는 상태에서 김정은 직계세력들의 ‘권력굳히기’가 가시화될 것이다. 이는 반대세력이나 견제세력에 대한 가혹하고 전면적인 탄압을 의미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북한 권력층은 새로운 지도자에 붙어서 자신의 기득권을 확장하기 위한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지만, 국내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외부세력과 연계된 도전세력의 형성을 가능한 차단하기 위해서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와 일반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인권정책에 있어서도 권력승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추운 겨울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원웅/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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