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2월 1일

만나고 싶었어요| “여기가 탈북자 자립 네트워크 본부거든요” 정창룡 (주)삼천리의전·특수여객 대표 2012년 2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여기가 탈북자 자립 네트워크 본부거든요” 정창룡 (주)삼천리의전·특수여객 대표

 

라도 배우면 밖에 나가서 다 먹고 살아요, 그러니 데려다 놓고 알려주면 돼요.”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창출의 사회기여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0년 서울시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가된 ㈜삼천리의전·특수여객. 현존하는 사회적기업 중에서 장의업을 전문으로 하는 유일한 업체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정창룡 대표를 만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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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함을 여러 개 가지고 계시네요.

비영리법인 남북사랑회 대표와 ㈜삼천리의전·특수여객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어요.

남북사랑회는 어떤?

제가 탈북자거든요. 2004년 3월 30일 한국에 왔어요.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수료하고 그해 7월 9일 강서구 가양동에 살게 되었는데, 처음 나와보니까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우선 여기서 어떻게 정착해야 할까라는 점이 제일 크게 걱정됐죠. 다른 탈북자들처럼 심적으로 방황도 많이 하고 갈팡질팡했죠.

처음 2년을 보내면서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만나 정착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을 이야기하고 서로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겁니다. 그 때 ‘우리 스스로 지금 처한 위치를 너무도 모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자연스레 우리 탈북자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자는 의지도 생겼고요. 그래서 2007년도 5월에 뜻이 맞는 탈북자 열댓 명이 모여서 ‘남북가족사랑회’라는 법인을 발족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여기까지 온 겁니다.

무슨 활동을 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노인요양시설과 같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했고요. 자신보다 열악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직접 보며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의욕을 갖게 되었죠. 우리 단체가 탈북자 사회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탈북자 교육사업도 시작했어요.

우선 심적인 부분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외부에서 전문적인 상담기술을 보유한 인사들을 초청하여 탈북자를 대상으로 정서교육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물론 여전히 홈페이지와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교육과정을 홍보하고 있어서 대다수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형편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 과정을 거친 많은 이들이 상당히 안정적인 마음가짐과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을 보고 뿌듯했죠.

또 다른 활동은 탈북자 일자리 창출입니다. 사실 탈북자 정착과정에서 경제적 자립이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각 지역 탈북자들이 서로 알고 있는 일자리 정보들을 교류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간 인연이 닿았던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서 일자리 정보를 얻고 있고요. 어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이 있다면 거기에 맞게 탈북자들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역량이 된다면 최대한 자체적으로 전문인력을 초빙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죠. 물론 전부 다 무료로 진행하고 있어요.

 

 

비용이 만만찮을 것 같은데?

그러니 장의업체도 함께 경영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사실 이 일을 하기까지 많은 경험을 했어요. 2006년도에 2.5t짜리 중고 냉동차를 사서 운수회사에 개인사업자(지입차주 형식)로 들어가 식자재를 공급하는 운반일을 했고요. 보험쪽 일도 해보기도 했죠.

그러다가 ‘카이벤트세상’이라는 회사에서 사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하나 봤어요. 한 마디로 장의차량 기사를 모집하는 건데, 그것도 지입차주를 요구하더라고요. 장의차량인 리무진을 구입해서 회사로 들어오라는 거죠.

그러면 회사 차원에서 장례행사를 알선해주고, 거기서 일정부분을 회사에 수수료로 내고 나머지를 갖는 그런 구조죠. 회사 가서 말을 들어보고 한 달에 할 수 있는 행사 횟수와 수익, 수수료 등 계산을 따져보니 대출을 받아 리무진을 사서 이 일을 시작해도 괜찮겠더라고요.

근데 일이 다 말처럼 쉽나요. 계산처럼 일이 그렇게 쉽게 많이 들어오지 않거든요. 한 달에 많이 해봐야 10~12건, 15건 못 넘길 때가 많죠. 대출을 받아 차를 샀는데, 엄청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동안 장의업종에 관한 공부도 조금씩 했겠다, 아는 사람도 많이 생겨 조언을 받을 환경도 되겠다 싶어 2009년 10월 30일 삼천리의전·특수여객 주식회사를 설립한 겁니다.

삼천리의전·특수여객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던데?

2010년도 5월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서울시로부터 받았죠. 사회적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환원이죠. 저희 회사가 여전히 영세하기 때문에 이윤을 크게 내서 사회로 돌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일자리, 특히 탈북자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그렇죠. 자체적으로 직업교육을 시키고 있거든요.

장의업과 관련한 일을 가르친다는 거죠?

그렇죠. 장의업종에서 인력은 보통 염하는 분, 장례지도사, 복지도우미 이렇게 필요한데, 사실 현재까지 탈북자들이 주로 종사하고 있는 분야는 복지도우미 쪽이에요. 문상객들을 맞는 과정에서 음식을 대접하고 안내하는 일을 주로 하죠. 시신을 염하는 분야나, 전반적으로 상주와 의전과 관련한 일을 상담하고 처리하는 장례지도사의 경우엔 탈북자들이 아직까지는 많이 진출하지 못한 상황이에요. 일종의 편견들이 남한사람들에게 남아 있거든요.

사실 저희도 탈북자들을 장례지도사로 키워보고자 몇 번이나 시도했어요. 장례지도사가 처음 하는 일이 상주분과 상담하는 것이거든요. 근데 딱 알잖아요, 억양 이상한 거. 물론 행사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별 말이 없어요.

그런데 행사 끝나고 나면 고객관리 차원에서 ‘해피콜’이라고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하는데, 거기서 말이 나오거든요. 왜 장례지도사가 한국사람이 아니냐고 따지죠. 탈북자라 억양이 조금 달랐다고 오해를 풀어드리곤 하지만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니 이 일도 서비스업인데, 자연스레 장례지도사 같은 직무에선 탈북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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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복지도우미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언어 및 서비스 교육

언어문제가 가장 크네요.

네. 그래서 저희도 언어교육에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한국어 발음 교정에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강사분들을 초청해서 강의를 부탁드려요. 또 우리 탈북자 특징이 오랜 기간 탈북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표정들이 엄청 어둡거든요.

인상이 편해지고 긴장도 풀려야 무슨 일을 하던지 할 거 아녜요. 서비스 직종에 계신 분들을 초빙해서 얼굴 표정을 밝게 하는 훈련도 병행하고 있어요. 사람을 직접 대면하며 느껴질 수 있는 모든 부분을 교육하는 것이죠.

탈북자들 교육 분위기는?

뜨겁죠. 여기저기 입소문이 나서 반응도 아주 좋아요. 복지도우미 교육의 경우 한 회에 20~30명 정도 교육을 하거든요. 지난해에는 총 8회 했어요. 장소는 여기 사무실이고요. 수강인원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하면 인근에 교육관을 빌려서 하기도 하고요.

기간은 한 4~5일 정도 해요. 조금 길게 잡았으면 하는 게 희망인데 여유가 너무 없으니까 아직은 어렵죠. 4~5일 정도 절차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경력 많은 사람을 코치 역할로 내보내고 나머지 교육생을 섞어서 보내는 방식이죠.

지금까지 여기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 300~400명 정도 됩니다. 교육을 받고 기술을 익히면 언제든 행사가 나올 때 당장에 투입될 수 있으니 돈벌이와 바로 연결이 되죠. 복지도우미 교육을 받고 나간 사람들끼리 실제로 네트워크가 형성되거든요.

장례 행사 나면 서로 불러주고 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가죠. 여기가 작지만 탈북자 자립 네트워크의 본부 역할을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것만 해도 얼마나 큰 성과에요. 그래서 최근에는 여기저기서 교육 관련한 문의전화나 실제로 우리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지 물어보는 연락이 아주 많아요.



소망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탈북자 휴식터, ‘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일을 하다보니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더구나 탈북자의 경우 자살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아니, 그 험한 곳에서 살아보겠다고 남한에 왔는데 왜 자살을 하는지…. 그게 정착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니까 조금씩 우울증이 오고, 결국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거예요. 저는 탈북자들이 마음 놓고 와서 이야기하고, 놀고, 상담받고, 직업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적인 기능을 하는 쉼터를 만들고 싶은 거예요.

‘통일’ ‘통일’ 부르지만, 사실 제가 봤을 땐 이미 통일이 됐어요. 지금 북한사람들이 남한에 오잖아요. 이게 통일 아니면 뭡니까. 현재 탈북자들이 2만3천명 넘어가는데, 한국이 지금 2만3천명 끌어안지 못하면 나중에 2천3백만 북한주민들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겠어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 탈북자들도 마찬가지고 남한사람도 마찬가지죠.

 

이동훈/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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