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북한, 핵무기 집착하며 미국 경제지원·정권인정 추구 2012년 2월호
기획| 김대장 발걸음 척.척.척?
북한, 핵무기 집착하며 미국 경제지원·정권인정 추구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와 비교하면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체제의 안정성은 훨씬 낮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권력승계 준비기간이 짧았고 후견인 그룹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예전과 같지 않다. 북한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더 이상 정권의 배급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생존을 위해 시장에서 뛰고 있다.
북한은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외부지원이 절박하다. 그러나 내부가 불안정하고 예민한 상황에서 대남관계는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거래 중단을 선언한 상태이다. 북한으로서는 일단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중국 역시 북한의 불안정을 염려하여 김정은 체제를 적극 후원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식량을 제공할 것이며, 6자회담 복귀 노력을 지원할 것이다. 또한 혹시라도 북한의 안정을 위협할지도 모를 대외 요인들을 경계할 것이다.
북한, 대중 의존도 심화 부담 … 미국에 접근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의존 일변도 역시 북한으로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균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미관계에 관심을 둘 것이다. 북한의 대미정책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목표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강성대국과 김일성 100주기 등 각종 정치행사를 위해 경제 원조 등 지원을 확보하고 미국으로부터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암묵적 인정을 받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받으면서 대미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단기적 목표달성 차원에서 북한의 대미관계는 김정일 사망 직전인 12월 15일 베이징에서 우라늄농축의 잠정 중단과 24만t의 영양지원에 관한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후 뉴욕채널을 통해 기존에 합의한 24만t의 영양지원에 대해 쌀과 옥수수 등 곡물 지원을 포함시켜 양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북한은 <ap통신>을 ‘대리 지국’이라는 형식으로 허용함으로써 개방의 이미지를 과시하려고 하였다. 실제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월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중국 등 개혁사례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였다. 앞으로 북한은 <ap통신>을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미국에 직접 전달하려 할 것이며 김정은의 직접 인터뷰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대미접근을 하면서도 핵무기에 대한 집착은 분명히 하고 있다. 핵개발이 김정일의 업적이며 유훈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신년공동사설에서 북한이 4년 만에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도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선제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며 적대시 정책의 상징인 주한미군이 철수되어야 비로소 미국과 핵군축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커트 켐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1월 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방한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켐벨 차관보는 외교통상부 김재신 차관보 등을 만나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의 동향을 점검하고 6자회담 재개 등 후속 대화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
비핵화 돌파구 마련 가능성 희박해
우라늄농축의 잠정 중단도 비핵화 과정이 아니라 식량을 얻기 위한 것이다. 1월 14일 <조선신보>를 통해 북한은 식량지원이 없으면 우라늄농축의 잠정 중단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안정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미국의 레버리지를 약화시킴으로써 북한이 미국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미관계 개선은 냉전종식 이후 북한의 일관된 정책목표이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하고 체제보장을 할 경우 동북아에서 미국의 이익 증진에 최대한 기여하겠다는 언질을 수차례 반복하였다.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이익에는 동북아에서 대중국 견제도 포함된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방지와 핵실험 가능성 등 상황의 안정적 관리라는 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특히 대선의 해에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나, 이러한 점을 북한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남북관계 긴장은 북한의 내부를 결속시키고 이명박 정부 흠집 내기를 통해 한국의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외에도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요컨대, 북한의 태도를 보면 비핵화에 돌파구가 마련되고 미·북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나, 미·북 접촉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으며 이 기간 중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거나 한국에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금년 상반기의 안정세와 달리 하반기 정세는 훨씬 불투명하다. 미·북 간 협상이 북한의 기대와 달리 좌초되고 북한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북한은 긴장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북한은 보다 진전된 핵능력을 증명함으로써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면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려 할 것이다.
예정된 중국과 러시아에서의 리더십 교체과정은 북한이 핵실험 등을 감행하려 할 경우 이를 실질적으로 억제할 국제적 제약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일 사망 이후 우리는 유훈통치와 정치적 안정 등 북한의 변화보다는 연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고 김정일 사망 이전 주목받던 경제난, 식량난, 사회일탈행위, 북핵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변화가 언제 시작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김정일 사망은 역사에서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피상적인 연속성의 논리에서 변화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전환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이에 맞는 적절한 처방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잘못된 진단이나 처방은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