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북관계 정상적 발전 평화·경제·민족공동체 지향…정상적 남북관계 추진 2012년 2월호
특집| 능동적 통일정책, 어떻게?
평화·경제·민족공동체 지향
정상적 남북관계 추진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였다. 수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의 유고는 커다란 관심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국내외적으로 김정은 후계체제의 미래에 대한 여러 논의가 분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통일부는 2012년 업무계획을 발표하였다. 통일부는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남북관계의 정상적 발전이다. 이의 실현을 위한 과제로 통일부는 인도적 문제의 해결과 평화·경제·민족공동체 구축 추진을 제시하였다.
남북관계 정상화 없이 평화적 통일 불가능
우선 남북관계의 정상적 발전이라는 의미부터 생각해보자. 남북한은 60년 이상의 세월을 분단되어 지내왔다. 남북한이 상호 적대적 관계 속에서 상이한 체제를 유지해온 과정이 바로 한반도 분단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남북한의 이질감은 점점 커져왔으며, 모두가 통일을 염원하지만 통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통일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막대한 통일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통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분명한 반면 이에 대한 준비가 너무나 부족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문제들은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 주민들 간의 인식·생활태도·가치관·문화 등의 차이 등으로부터 기인하는 것들이다. 통일 이후 동·서독 주민들 간의 갈등 문제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이와 관련하여 커다란 시사점을 준다.
통일 이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남북한 관계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상화가 반드시 통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상화 없이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이란 불가능하다.
정상화란 남북한 관계가 적대적이 아니라 상호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즉 남북한 사이에 긍정적 상호의존 상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통일은 폭력적으로 이루어지거나 흡수통일의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긍정적 상호의존 상태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언급은 1971년 12월 11일 동방정책의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빌리 브란트의 수상연설일 것이다. 이 자리에서 빌리 브란트는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으며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평화는 어느 정도까지는 조직적으로 추구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에 대한 필요요소로 그가 제시한 것은 첫째, 자기 위치의 명확성과 자신감, 둘째, 상대방의 이익과 목표에 대한 적절한 평가, 셋째, 공동 이익의 영역을 마련해 그것을 양측의 이익을 위해 확대하는 것, 넷째, 실제적 합의의 대상을 넘어 평화유지로의 공공 이익을 환기하고 이것을 다 같이 강화하는 도덕적 원동력 등을 들었다.
남북 긍정적 상호의존 관계, 통일 첫걸음
그런 의미에서 통일부가 정치·군사적 신뢰증진을 위한 평화공동체, 북한 경제회복을 위한 경제공동체, 그리고 남북한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족공동체 추진을 과제로 제시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결 및 북측 취약계층 대상의 인도적 지원을 계획한 것도 바람직하다.
우리가 빌리 브란트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길 필요는 없지만, 그의 언급과 함께 통일부가 제시하고 있는 과제들과 관련하여 한두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우리의 위치에 대한 명확성과 자신감’, 그리고 ‘북한의 이익과 목표에 대한 고려’ 등이 그것이다. 전자가 우리 내부의 통일준비 상황에 대한 것이라면, 후자는 우리의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정확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우리의 통일 준비상황을 생각해보자. 어떤 정책도 100% 옳거나 100% 틀린 정책은 없다. 또한 모든 정책은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정책의 마지막에서부터 개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통일·대북정책은 언제부터인가 과거 정부와 이전 정책의 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통일준비는 진보·보수의 논쟁에 매몰되어 왔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해인 1994년 통일원에서 발간한 보고서(동독 붕괴와 서독 정부의 조치)를 보면, 남북 간 교류·협력의 강화, 적극적 대북정책으로의 변화, 남한의 통일역량 강화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로부터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지금의 통일논의와 위의 제안은 너무나 동일하다. 통일논의의 발전이 없는 것이다.
동·서독 간은 철로, 전압에서 나사못에 이르기까지 DIN(Deutsche Industrie Norm)에 의한 규격 표준화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통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혼란을 겪었다. 어쩌면 통일을 준비함에 있어 정작 중요한 것은 소위 몇 단계 통일 방안이나 거창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남북한의 도로폭이나 차선폭, 교통표지판, 전력, 철도, 도량형, 혹은 교과서 등 구체적인 것들이 아닐까?
이를 위해서 우리의 통일준비가 어떤 분야에서는 어디까지 진전되어 있으며, 어떤 분야에서는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한 전체적인 판단이 있어야 한다. 통일비용이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통일과정과 그 이후에 남북한 주민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갈등 양상에 대한 준비가 더 중요하다.
통일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것들이다. 여기에는 진보·보수의 논쟁이 개입될 여지도 크지 않다.
하지만 통일 이후를 대비하여 남북한 도량형이 얼마나 다른지 등과 관련된 실질 문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몇몇 대학에 설치되었던 북한학과들은 낮은 취업률을 이유로 하나둘씩 없어지고 있다. 심지어 번듯한 국공립대학에는 북한 관련 학과가 설치된 적도 없다.
이러한 문제는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의 부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989년 소련 및 동구권이 붕괴되었을 때, 2010년 자스민 혁명이 발생하였을 때 이것을 미리 예측한 연구자들은 거의 없다. 공산권 연구자들과 중동 연구자들이 범한 동일한 실수는 강한 체제에 주목하며, 그 사회의 기저에 쌓여온 변화의 조짐을 무시한 것이다. 그 결과 정작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 이후의 문제들에 대한 대비는 없었다.

제18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마지막날인 지난 2010년 11월 5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치고 버스에 탑승한 남측상봉단을 향해 북측상봉단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변화의 관점에서 대북정책 준비해야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북한체제가 붕괴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현재의 체제의 영원히 지속시킬 수는 없다. 자생적 경제발전의 동력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체제는 태생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변화의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우리의 정책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의 북한체제가 붕괴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민주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북한체제의 붕괴가 당연히 한반도의 통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동·서독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한반도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한다면 북한주민들이 진정으로 남한과 함께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통일의 기회는 일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한반도의 분단이 그랬듯이 남북한의 재통일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기회를 창출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보다 폭넓은 사고와 다층 복합적인 통일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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