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3월 1일

영화리뷰 | 로봇 장난감 등장과 마이너 리그들의 반란 2012년 3월호

영화리뷰

<량강도 아이들> 로봇 장난감 등장과 마이너 리그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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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2월이 추웠다. 한반도에서 추위하면 생각나는 곳은 단연 한반도 북단에 위치한 양강도다. 이곳은 평소 겨울이면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동장군이 맹위를 떨었는데 이번에 찾아온 한파로 영하 30~40도를 기록했다.

양강도 삼지연군 보천보리.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북한에서 유난히 춥고 외진 이 곳에서 로봇 장난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영화는 교회 앞에 모인 어린이들이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선물보따리를 풍선에 띄워 보내는 행사장에서 시작된다.

각종 선물들이 들어있는 풍선들은 바람을 따라 휴전선을 넘어 북한지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노래가 들려오면서 무대가 북한으로 옮겨졌음을 알린다. “랄라랄랄 랄라랄 랄라랄랄라~ 내 사는 내 나라 제일로 좋아…”

종수에게 떨어진 로봇 장난감 선물보따리

이 영화는 전적으로 아이들의 동선을 따라 스토리가 전개된다. 북한출신 정성산 감독의 참여로 영화 속 에피소드는 다분히 ‘북한적’이다. 파철모으기 운동이나 평양방문을 둘러싼 이야기, 김정일이 하사한 닭의 실종사건 등.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북한에서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영화의 무대인 삼지연군 보천보는 김일성의 항일운동과 관련하여 성지 중의 하나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고장이다. 하지만 매우 낙후됐다. 영화는 홀어머니, 병든 동생과 함께 사는 종수의 이야기다. 보천보 인민학교에 다니는 종수는 평범한 학생이다. 집에 있는 가족사진을 통해 평양의 모습을 보며 평양구경에 목말라한다. 그리고 조용한 보천보 인민학교에 평양방문행 티켓이 주어지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주인공 종수는 평양방문을 하기 위해 장롱에 있는 오래된 예물시계까지 팔아가며 할당된 파동수집에 열심이다. 하지만 평양행 버스가 학교에 출발하려는 순간 버스 앞에 나타난 교장은 종수가 꽃제비 등과 어울리다 적발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평양행 버스에 탑승시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키가 작은 두 학생도 외국 기자에게 사진이 찍히면 공화국의 망신이라는 구실을 달아 버스에 태우지 않는다. 북한체제의 특성이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오매불망 평양행을 꿈꾸던 종수는 혼자서라도 평양에 가겠다며 도시락을 싸들고 나선다. 지나가는 트럭에 계란을 주며 기사들을 유혹하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혼자 그렇게 방황하다 야산의 나무 밑에서 노숙하게 되는데 이때 서울에서 날려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꾸러미가 툭 떨어진다. 애드벌룬이 나무에 걸려있다 떨어진 것이다. 그 안에는 로봇 장난감과 산타 옷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제 이 작은 선물보따리가 시골마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그동안 종수와 그 친구들은 마을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였다. 지역 보위부장의 아들인 도식을 중심으로 주류 그룹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로봇 장난감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된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보기위해 종수 주위에 모여들었고 종수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각종 뇌물이 오가기 시작했다. 기름, 쌀, 옥수수, 된장, 심지어 시험시간에 컨닝페이퍼까지. 동네 마이너리그에 속해 있던 종수가 하루아침에 아이들의 우상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주목받으면 안티가 많이 생기는 법. 군 보위부장의 아들 도식은 로봇 장난감을 탈취하기 위해 갖가지 작전을 벌인다. 결국 보위부가 종수의 로봇 장난감을 문제 삼아 관련자 색출 및 처벌을 위해 마을사람을 모아놓고 사상투쟁을 벌인다. 소위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는 비판과 함께. 하지만 당비서의 등장으로 사상투쟁은 싱겁게 끝난다. 그 과정에 당비서는 보위부원들에게 장난감 로봇이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면박을 주며 사건을 종결시킨다.


‘자본주의 황색바람’과 ‘메이드 인 차이나’

영화는 종수 동생이 숨을 거두는 것으로 결말을 짓는다. 동생의 죽음이 생뚱맞게 다가왔다. 그래서 영화 뒷맛은 그리 깔끔하지 않다. 한마디로 ‘임펙트’가 없다고나 할까? 매우 참신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중첩된 플롯이 교차되었지만 그것들을 재미있게 연결시키는 데는 실패한 느낌이다.

오히려 시골 아이들이 꽃제비와 친구로 지내는 모습이나 만물상으로 등장하는 중국 화교 모녀, 연료가 없어서 환자수송을 못하는 시골 병원의 모습 등 매우 사실적인 묘사에서 참신한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 북한 산골지방의 모습은 담담하게 잘 그려졌다. 세부적 묘사에서 전달되는 잔잔한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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