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3월 1일

포커스| 中 차기지도부, 시진핑·리커창 확정적…남은 7석은? 2012년 3월호

포커스

中 차기지도부, 시진핑·리커창 확정적…남은 7석은?

지난해가 ‘시위자의 해’였다면 올해는 ‘유권자의 해’다. 지구촌 곳곳에서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열린다. 우리나라는 물론,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모두 대선이 예정돼 있다. 중국도 오는 가을 10년 만에 새 지도부가 출범한다. 10월이나 11월에 열릴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마오쩌둥(毛澤東) → 덩샤오핑(鄧小平) → 장쩌민(江澤民) → 후진타오(胡錦濤)의 뒤를 잇는 제5세대 지도부가 탄생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 개편은 세계적 관심사다. 새 지도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세계경제가 출렁거리고 한반도의 운명 또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누가 중국의 새 파워엘리트가 될 것인가. 그들은 또 한반도 문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5세대, 문혁폐해 직접경험 … 명분보다 실리

중국의 파워엘리트 교체와 관련해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중국은 ‘최고 지도자’만 바뀌는 게 아니라 ‘최고 지도부’가 물갈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이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구성되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요 사안에 대해 거의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새 파워엘리트를 전망한다는 건 곧 5세대 지도부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9명을 꼽아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말이 ‘칠상팔하(七上八下)’다. 연령 기준으로 볼 때 67세는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는 있지만, 68세는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하면 후진타오가 이끌고 있는 현재의 4세대 지도부 내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5세대에 살아남을 인물은 단 두 사람이다. 시진핑(習近平·59)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57) 부총리다. 시진핑은 13억의 1인자인 당 총서기가 돼 후진타오를 이어 5세대 지도부의 리더가 될 게 확실시 되고 있다.

시 부주석은 과거 중국의 부총리를 지낸 시중쉰(習仲勳)의 장남으로, 태자당(太子黨 : 고위 관료의 자제)으로 분류되며,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지지를 받고 있다. 리커창은 유력한 총리 후보다. 후진타오의 강력한 후원을 받고 있다.

후진타오가 1980년대 중반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제1서기로 있을 때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어 공청단 파벌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 두 사람이 5세대 지도부에 진입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관건은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할 나머지 새로운 7명의 인물이 과연 누구냐 하는 점이다.

5세대 중국 집단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홍콩의 한 언론은 ‘3-3-3 원칙’을 제기한 적이 있다. 태자당에서 3명, 공청단에서 3명, 그리고 나머지 3명은 특별한 파벌로 분류되지 않는 인사들이 뽑힐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중국 지도자 문제 연구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썬톤차이나센터의 리청(李成) 박사는 태자당에서 7명, 공청단 출신 7명 등 모두 14명의 후보자를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태자당은 사실 파벌이라고 보기 어렵다. 출신이 고위 관료의 자제라는 것이지 이들이 같이 모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파벌적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中, 한국을 美 포위망 뚫는 돌파구로 인식?

따라서 필자가 보기에 누가 5세대 지도부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까 하는 점은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관계로 따지는 게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즉 기존의 정치 지도자 또는 정치 파벌이 자신들의 이익과 정책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사람을 내세우게 되며, 이 과정에서 협상과 타협이 이뤄져 최종적인 인선이 이뤄질 것이란 이야기다.

이 수순과 관련해선 먼저 올 6월 즈음해 후진타오를 비롯한 현재 지도부 인사들이 중국공산당 내 중앙위원과 장관급 인사들을 상대로 차세대 지도부 인선과 관련해 광범위한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7~8월 여름철엔 피서를 겸해 중국 지도부가 사적으로 모임을 갖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통해 예비 후보를 대략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주목할 건 베이다이허 회의를 전후해 장쩌민 전 국가주석, 리펑(李鵬)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등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점이다. 이들 원로의 의견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이어 18차 당 대회를 2~3주 앞두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중국공산당 조직부장인 리웬차오(李源潮), 금융을 장악하고 있는 부총리 왕치산(王岐山)은 5세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무난히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두 차례 정치국 위원을 역임한 당 선전부장 류윈산(劉云山), 부총리 장더장(張德江)도 유력한 후보다. 리웬차오와 류윈산은 후진타오의 지지를, 왕치산은 주룽지 전 총리의 후원을, 장더장은 장쩌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제 남은 자리는 셋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상하이 당서기로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위정성(兪正聲), 후진타오가 아끼는 왕양(汪洋) 광둥성 당서기, 장쩌민과 가까운 톈진시 당서기 장가오리(張高麗), 또 태자당 출신인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 공안부장 멍젠주(孟建柱)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보시라이 밑에서 일하던 부하가 보시라이를 배반하고 미국 영사관 망명을 시도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의 후유증으로 보시라이가 낙마할 지는 더 두고 봐야 할 사안이다. 아무튼 후보자들의 연령대는 1945년~1955년 출생이다.

대북정책, 4세대 얼개 벗어나지 않을 것

시진핑의 5세대는 후진타오의 4세대와 어떻게 다를까. 양자를 구분 짓는 선상에 현대 중국인의 정신적 상흔인 문화대혁명(문혁)이 자리하고 있다. 4세대는 문혁이 일어났을 때 대학에 다니거나 졸업을 해 고등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5세대는 문혁으로 학교가 문을 닫아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놓친 세대다. 그래서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란 말을 듣기도 한다. 이들은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누구보다 더 철저하게 경험했기에 4세대보다 더 실용성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내정이건 외교건, 명분보다는 실리에 우선한 정책을 펼 것이란 이야기다. 이들은 성장과 분배 중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온건한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기적인 성장에 급급해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튼튼하게 가져가는 성장을 하겠다는 전략이다.OR_201203_53

5세대의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펼쳐질까. 오는 8월로 한·중이 수교 20돌, 성년을 맞지만 중국의 한국에 대한 방침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상호이익을 추구하고, 정치적으로는 신뢰를 쌓으며, 안보적으로는 협력의 단계를 높여가는 정책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 가지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은 한국을 그 포위망을 뚫는 돌파구로 삼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란 점이다. 특히 한·중FTA 체결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중국의 목소리엔 그 같은 계산이 깔려 있기도 하다.

북한에 대한 정책과 관련해 5세대 지도부는 4세대가 확립했던 16자 방침의 얼개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전통을 계승하고(繼承傳統), 미래를 향하며(面向未來), 선린과 우호로(睦隣友好), 협력을 강화한다(加强合作).’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5세대는 김정일 사후의 북한에 대해 보다 온정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시진핑이 북한 입장을 비교적 옹호하는 중국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군이었다. 겅뱌오 국방부장의 비서로 사회경력을 쌓은 것이다. 또 국민가수인 아내 펑리위안이 인민해방군 장군으로, 군과는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우리와 미국의 압력에 쉽사리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의 편을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북한편을 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중국은 단지 중국편을 들 뿐이다. 오직 자기 이익에 기초해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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