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해협봉쇄 vs 석유금수…이란-서방 치킨게임 어디로? 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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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봉쇄 vs 석유금수…이란-서방 치킨게임 어디로?

이란 해군 군함이 지난 2월 1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오만해에서 해군 군사훈련 중 이란이 자체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메흐라브(Mehrab)’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핵무기 개발 의혹이 농후해지면서 미국은 석유금수조치로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봉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계 원유의 1/3이 지나는 해협봉쇄 위협만으로도 유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해협의 봉쇄나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유가는 단기간에 200달러 이상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위태위태한 세계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등장해 올해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은 지난해 12월 31일을 전후로 정점에 이르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주체도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다’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면서다. 모든 유전이 국영인 이란과의 원유거래는 중앙은행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란에 대한 석유금수 조치다.
이에 대해 이란은 새해 첫날 핵연료봉 자체생산 사실을 발표하고 중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어 2일에도 장거리 미사일 2발을 시험 발사했다. 장거리 지대함 미사일인 카데르(Kader)와 지대지 미사일인 누르(Nour)였다.
핵연료봉 자체생산을 발표해 핵탄두 제조에 근접했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핵탄두 운반능력까지 보여준 것이다. 이란 해군은 또 이날 열흘간의 기동훈련을 마치면서 호르무즈 해협봉쇄를 위한 전술훈련을 감행했다.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서방으로 하여금 추가적인 제재에 나서지 못하도록 압박하려는 목적이다.
美국방수권법 실질 적용시 무력충돌 가능
이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도 강경하다. 지난해 말에 이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월 27일에도 “더 늦기 전에 국제사회가 대(對)이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초 이란의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미국에서도 이란에 대한 공격설이 제기됐다. 공화당의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1일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이란에 대한 군사적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군사행동을 취할 것임에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놓고 미국과 이란은 현재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킨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두 사람이 서로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다.
“명분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측에서 확실한 명분을 갖게 될 경우 언제라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요르단의 전략연구소 무스타파 하마르네 소장은 2월 10일 <알-아라비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충돌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군사적 행동에 대한 이념적 그리고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행동을 위한 명분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공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의 충돌위기는 환경변화 혹은 촉발제의 등장에 따라 언제라도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의 상황이 심각하다. 이란은 이미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경제에 실질적 타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란의 강경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정권이 3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돌리기 위해 무리수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석유금수 조치인 국방수권법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실질적으로 적용될 경우, 이란은 더욱 강경하게 서방과 맞설 수밖에 없다. 이란 경제의 기반인 석유수출에 차질이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도발적인 행위를 할 경우 미국은 즉각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공화당의 어떤 후보도 이란에 대해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사행동이 발생해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을 통해 핵시설이나 핵 관련 전문가 혹은 정치적 책임자에 대한 공습이 될 것이다. 이란은 과거 2003년 전쟁 당시 이라크 혹은 2011년 리비아와는 크게 다르다.
이라크와 리비아는 평평한 사막지역으로 군사작전이 용이했다. 은폐 및 엄폐 가능한 지형이 적어 공군력을
앞세운 다국적군이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란은 산악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프간에서 다국적군이 고전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란은 또한 중동 내 주요 군사대국 중 하나다. 터키와 이스라엘에 이어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정규군 40만 그리고 공화국수비대 12만과 더불어 100만 이상의 예비군을 운용하고 있다. 전투기와 잠수함을 조립하여 배치하고 있으며 중장거리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실질적인 군사력이 서방과 대적할 수준은 아니지만 전면전을 통해 이란을 제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對이란 전면전? 아프간처럼 고전할 수도
단기적으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이란의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두 지도자 모두 당분간 강경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그리고 하메네이는 3월 이란 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양국 간 군사적인 위기 또는 대립상황이 자신들의 국내 정치적인 입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란의 움직임에 따라 군사적 옵션이 가동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군사적 옵션은 결국 협상을 위한 하나의 카드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전쟁은 양측에 모두 큰 부담이다. 전비 및 병력손실 등 군사적 문제뿐만이 아니다. 이라크 및 아프간의 정황 악화, 걸프만 및 호르무즈 안전항행 제한, 이란 내부 개혁세력에 대한 탄압 심화, 세계경제의 악화 등 복잡한 정치·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결국 서방의 향후 대이란 움직임은 ‘외교적 노력 – 경제제재 – 군사적 압박’ 세 가지 옵션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고전적 방향으로 장기간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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