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北, 2010년 고농축우라늄 핵실험? 속단 일러 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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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010년 고농축우라늄 핵실험? 속단 일러
지난 2월 3일자 <네이처(nature)> 인터넷판은 핵실험 때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을 분석하여 북한이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은밀하게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하는 논문의 <과학과 세계안보(Science and Global Security)>지 게재예정 사실을 보도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북한이 기존 핵무기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 선진기술인 ‘부스팅(boosting)’을 사용했으며, 핵무기에 원료 물질로서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이다.
데예르 박사 “北 핵실험, HEU·부스팅기술 이용”
부스팅 기술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순수한 핵무기 내부에 소량의 이중수소 및 삼중수소를 첨가함으로써 폭발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하여 소규모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기술이다. 이처럼 융합반응을 이용하면, 보통의 순수한 핵무기보다 폭발위력이 대폭 증가한다. 따라서 부스팅 기술을 적용한 핵무기는 군사적으로 활용도가 높으며, 이러한 기술은 수소폭탄 개발에도 곧바로 응용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이미 고농축우라늄을 핵무기 제조에 사용했다는 분석은 놀랍기만 하다. 북한은 2009년 6월 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라고 천명하고, 2010년 11월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일행에게 영변 지역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논문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기도 전에 이미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했고, 이를 이용하여 핵무기까지 제조했으며, 나아가 비밀 핵실험까지 성공했다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정말 우리의 안보에 치명타를 안기는 셈이다. 플루토늄 생산에만 의존했던 북한이 영변이 아닌 별도의 비밀시설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나아가 이를 활용하여 핵무기 수량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해당 논문의 저자인 라스 에릭 데예르(Lars-Erik De Geer)는 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스웨덴 국방연구원 소속의 꽤 널리 알려진 전문가다. 그는 특히 방사화학 분야 전문가로서 핵실험에서 방출되는 미량의 방사성 물질을 분석하여 핵실험 실시 여부를 판별하는 전문가다.
그는 핵반응 과정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인 제논(Xe)과 바륨(Ba), 란타늄(La)에 대한 한국, 일본, 러시아 등지의 탐지결과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방사성 기체인 제논의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함으로써 북한이 2010년 4월 중순 핵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결론지었고, 방사능 물질인 바륨과 란타늄의 비율을 통해서는 5월 11일경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그는 1년에 걸쳐 방대한 기상 데이터와 방사능 탐지 데이터를 분석하였다고 논문에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적인 분석 내용에도 불구하고 데예르의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프린스턴 대학의 유명한 물리학자인 프랭크 폰 힙펠(Frank von Hippel) 교수는 데예르의 분석에 대해서 북한에서 모종의 핵분열 폭발반응이 있었다는 점에는 신뢰하지만, 두 번의 핵실험, 특히 부스팅에 의한 핵융합 반응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북한에서 핵실험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에 대해서조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직 지진파 분석 전문가인 올라 달만(Ola Dlhlman)은 한반도의 지질특성상 핵실험이 있었다면 아무리 미세하다 하더라도 지진파 진동이 분명히 감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데예르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핵실험 탐지 수단은 다양하다. 가장 확실한 것은 핵실험 현장에 접근하여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핵실험 국가는 외부의 현장접근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공지진을 탐지하는 것이 핵실험을 규명 과정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최선의 방법이다. 데예르가 시도했던 제논이나 바륨 등 방사능 물질을 탐지하는 방법은 부차적인 수단이다. 이에 몬트레이 연구소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 교수 같은 경우는 데예르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지진파 미감지 이유 및 우라늄 사용 근거 설명해야
사실 방사능 물질 분석만으로 핵실험을 규명하는 방법은 상당히 정확도가 떨어지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핵실험 이외의 다른 핵활동, 예를 들면 원자로 가동이나 재처리,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과정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의 움직임은 매우 유동적이고 지형에 따라 변동이 심한 관계로 탐지원점으로부터 대기확산 경로를 역추적하여 핵실험의 근원지를 파악하는 방법은 매우 불확실하다. 따라서 다양한 분석과 기법이 추가되어야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다.
이처럼 방사능 물질 분석만을 토대로 북한의 구체적인 핵실험 시나리오까지 제시한 데예르의 주장은 다분히 모험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공개된 방사능 물질에 관한 데이터 수준으로는 데예르의 주장이 옳다 틀렸다라고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가 여의치 않다.
물론 데예르가 제시한 것이 유일하고 타당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는 앞으로 상정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과 검증, 그리고 논문 내용의 타당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데예르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사항에 대한 답변이나 보완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에서 두 차례 핵실험이 있었다면, 왜 인접한 한국에서 인공지진파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지진탐지 장비는 국경에서 수백 킬로미터 이격한 곳에 설치된 CTBTO 감시망과 달리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 설치된 관계로 TNT 환산 10t 내외의 인공폭발도 감지하는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우라늄을 핵무기의 원료물질로 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핵실험 후 20여 시간이 경과되면 방사성 제논의 비율만으로는 재료물질이 우라늄인지 플루토늄인지를 전혀 구별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과학적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한 데예르의 논문은 게재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현역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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