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취재수첩| 3차 북·미 고위급회담, 6자회담 재개 동력 유지 확인 2012년 3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3차 북·미 고위급회담, 6자회담 재개 동력 유지 확인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3차 북미 고위급 회담 이틀째인 2월 24일(현지시간) 회담장인 주중 미국대사관으로 떠나기 직전 숙소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비핵화부터 시작해 대북영양지원 확대 등 모든 이슈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일단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6자회담 재개 논의의 동력이 계속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한 만큼 북·미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첫 북·미회담이 지난 2월 23~24일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이번 회담은 앞으로 김정은 체제의 외교향방을 알 수 있는 가늠자라는 점 때문에 국내외의 관심 속에 치러졌다.
일단 북한의 유연하고 적극적인 태도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지난 23일 첫 만남을 가진 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취재진과 만나 밝은 표정으로 “양측이 진지한 태도로 임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발언이다.
게다가 양측이 이날 저녁 만찬을 함께 하고 다음 날까지 회담을 하루 연장하기로 했다는 것은 협상에 적지 않은 성과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만찬 회동은 미국 측의 제안을 북측이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주중 북한대사관의 선전 화보판이 바뀐 것도 주목된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북한대사관 정문 옆에 있는 선전 화보판 가운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등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전·현직 정상을 만날 때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실렸다.
회담 하루 연장 … 긍정적 성과 시사
예전에는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화보판 중앙에 있었는데 이달 들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를 부각한 것은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이번 회담에 북한 외무성의 이른바 ‘미국통’이 총출동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김 제1부상 뿐 아니라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에 뉴욕에 있던 한성렬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까지 모두 베이징에 집결했다. 이번 회담에 북한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이번 회담은 그리 어려운 회담은 아니다. 작년 10월 스위스에서 열렸던 제2차 북·미 고위급회담의 합의와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와 리근 국장 간의 논의내용에서 출발하면 됐기 때문이다.
10월 회담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상당한 식량 지원을 발표하고 북한도 이후 수일 내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잠정 중단(suspend)하겠다는 사실을 발표하는 ‘말 대 말’의 교환을 시작으로 문제를 풀기로 합의했다. 또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실험 중단, 2009년 추방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재입국 등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하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상황에 따라 매달 2만t씩, 총 24만t의 대북영양지원을 하기로 했다. ‘행동 대 행동’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12월 갑자기 지원 식량을 24만t에서 30만t 정도로 늘리고 품목도 영양 비스킷이나 비타민 등이 아닌 쌀과 옥수수 등 곡물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결국 이번 회담의 쟁점은 식량을 얼마나 어떤 것으로 제공할 것인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국무부가 이번 회담 기간 동안 정례브리핑에서 식량지원문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회담기간에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우리측이 갖고 있는 몇몇 우려사항에 대해 답변할 것을 요청해 왔다.”고 밝혀 이번 회담에서 지원식량 모니터링 문제 등을 다시 한 번 제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24일에도 “우리는 북한에 대한 영양지원에 대한 요구조건을 명확하게 밝혀왔다.”면서 “북한은 이런 질문과 우리가 과거에 제시한 문제들에 대해 답변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식량지원문제를 중심으로 한반도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4일 이틀간 회담을 끝내고 숙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확산과 인도주의적 사안, 비핵화 등에 대해 진지하고 유용한(serious and useful)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특히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등 핵심쟁점에 대해 “다소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변 UEP를 포함한 비핵화 문제, 비확산, 인도주의적 문제, 인권 등을 모두 논의했고 일본과 우리 모두가 우려하는 납치자 문제도 얘기했다.”면서 “북한이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특히 한반도에서 더 나은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美 대표, “다소 진전이 있었다”
일단 북·미 간에 비교적 생산적인 회담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을 교환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과 상황 공유가 필요하다.
데이비스 특별대표와 김계관 제1부상은 회담 종료 직후 중국 외교부를 찾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만나 회담내용을 설명했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25일 한국을 방문해 임성남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났고, 26일에는 일본을 방문해 스키야마 신스케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국장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이어 미국 대표단이 본국으로 돌아가 정부 내에서 회담 내용을 재검토하고 뉴욕 채널을 통해 최종 합의를 위한 조율 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6자회담 재개 논의의 동력이 계속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한 만큼 북·미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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