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9월 1일

특집 | 21세기 왜 해양인가? 2013년 9월호

특집 | 바다가 미래다

21세기 왜 해양인가?

국내 최초의 해양플랜트 전문 전시회인 ‘제2회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가 지난해 11월 14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개최된 가운데 각계 인사들이 해양플랜트 주요 설비와 관련 개발 장비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초의 해양플랜트 전문 전시회인 ‘제2회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가 지난해 11월 14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개최된 가운데 각계 인사들이 해양플랜트 주요 설비와 관련 개발 장비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사는 지구 표면의 대부분이 바다이므로 해양은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서식 환경을 좌우하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양의 중요성이라든가, 해양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피부로 느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마치 물과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음에도 그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바다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또 그것에 대해 잘 알려고 하지도 않으며 그 기능이나 잠재력을 유지하고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도 별 문제 없이 살 수 있다면, 사회가 아무리 빨리 변한다 해도 우리의 삶은 차라리 단순명료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육상 자원 한계 … 인류의 미래, 바다에 달려 있어

혹은 바다에 관한 골치 아픈 문제는 전문가나 소수의 종사자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고 치부해도 된다면, 우리는 익숙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 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삶이 그와 같이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양으로부터 주어지는 도전과 기회에 끊임없이 대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날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해양 관련 제도 및 질서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기능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 있다는 것은 오늘날 자명하다. 생태계, 환경, 에너지, 수자원, 식량 문제 등 인류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 확실한데, 바다에서 그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인류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어두운 미래뿐이다. 즉 20세기 이전에 인류가 꿈꾸던 유토피아는 모두 사라지고 디스토피아만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육상 자원과 육상 생태계만으로는 디스토피아를 회피할 수단을 온전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산업혁명 이전, 즉 물질문명의 규모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았던 시절에는 인류가 육지 자원만으로 자급자족 할 수 있었다. 당시로는 해양을 통해 외부의 문물을 도입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기보다는 선택 사항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풍요로움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구를 고려하면 연안 문명이 해양을 통해 새로운 문물을 찾아 나선 것이 필연이라 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도시나 국가가 해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를 봐도 이유야 어찌됐건 조선시대에는 해양을 통한 외부 문명의 유입을 차단하고 대륙문명과의 관계에 치중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역사적으로 해양을 통해 외부 문명과 활발하게 교류한 나라들이 부강하였고 인류문명을 이끌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즉 해양을 이용하는 능력이 한 국가나 민족의 명운을 좌우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 비해 바다를 이용하는 목적과 방법이 훨씬 더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20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바다는 운송의 통로, 수산업의 무대로 주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시절이라면 바다로부터 최대한의 혜택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박 제조와 항해 기술, 어업 기술, 그리고 해상 통행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군사력 등에 한정되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해양을 이용하는 방식이 수산업과 해운업에서 관광, 에너지 개발, 광물자원 개발, 공간 이용 등으로 크게 확대되었으므로, 다양한 활동들을 뒷받침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지식과 기술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또 해양 이용 방식이 확대되고 이해 당사자가 증가함으로써 해양 이용과 관련된 제도나 질서도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 되었다.

지난 4월 28일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 수협공판장에서 근로자들이 갓 잡아온 꽃게를 선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8일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 수협공판장에서 근로자들이 갓 잡아온 꽃게를 선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날에는 해양의 이용뿐만 아니라 해양의 보호도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해양이 갖는 방대한 생태적 기능을 유지하거나 회복시키지 않고는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 생태계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 영역과 멀리 떨어진 해양의 보호 필요성을 실감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주변의 수목이 지구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 속 해초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매우 효과적 수단이라는 사실은 다소 생소하다.

해양보호 위한 해양 거버넌스 체제 확립 시급

인간 활동이 거주지와 그 주변을 넘어 전체 생태계에 변화를 초래하게 됐다는 것, 따라서 생태계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인류 거주지와 그 주변을 넘어 바다를 포함한 지구 전체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어도 실행되기가 매우 어렵다. 국가적 이해의 차이가 먼저 극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 지속가능발전회의(Rio+20)에서 유럽연합과 국제기구, 해양 및 환경 관련 NGO들은 공해지역에 대한 관리제도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전 세계 해양을 관리하고 그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와 관련된 논의가 환경 분야 다자간 협약에서 계속 다뤄지면서 점차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노력이 실현될 때에야 인류문명은 진정한 의미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다가갈 수 있다.

해양과 관련된 활동이 해양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건 해양자원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라면 국민경제와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해양자원을 이용하기 위한 활동은 말할 것도 없이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지만, 해양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도 ‘투자’ 혹은 ‘지출’을 필히 수반하므로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 다만 해양보호를 위한 활동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과 그 활동이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이 국민경제나 지역경제에 가져다주는 혜택의 정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해양보호를 위한 활동의 수준은 시장 기능에 의해 결정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 수준을 결정하는 사회의 합리적 의사결정 체계, 보다 넓게는 해양에 관한 거버넌스 체제의 확립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해양과 관련된 활동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로서는 아주 크지 않다. 2011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GDP 비중은 3.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농림업의 GDP 비중이 2.3%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양산업의 비중이 작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한 나라 경제의 성과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해양과 관련된 활동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이는 해양과 관련이 있는 국제기구나 전문기관, 세계 유수 연구기관의 공통된 견해이다. 앞에서 제시한 인류사회의 의제만 보더라도 해양자원을 이용하고 해양을 보호하기 위한 경제활동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세기에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역사를 통해 보자면 해양과 관련된 기회와 도전에 둔감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그 비중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해양을 이용하고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 국가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황기형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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