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9월 1일 0

포커스 | 일본 후쿠시마의 거짓말과 한국의 선택은? 2013년 9월호

포커스 | 일본 후쿠시마의 거짓말과 한국의 선택은?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8월 20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냉각용수를 저장해 두는 1천t 용량 지상탱크에서 오염수가 유출됐으며 유출량은 약 300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12일 오쿠마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 구내 모습 Ⓒ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8월 20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냉각용수를 저장해 두는 1천t 용량 지상탱크에서 오염수가 유출됐으며 유출량은 약 300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12일 오쿠마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 구내 모습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 가장 큰 피해를 미쳤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정부는 정작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2011년 3월 사고가 발생하자 이명박 정부는 편서풍 덕분에 방사능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렇지만 정작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한국의 대기 중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발견되고 말았다. 체르노빌보다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일본에서 발생했으니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당연한 상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부를 국민들이 과연 믿고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흘러간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도 사고가 수습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유출을 2년 만에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말았다. 게다가 제대로 된 방지대책이 없어서 방사능이 앞으로 얼마나 더 누출될지 모른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최근접국인 한국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에 대해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만한 상식일 수 있다.

체르노빌보다 심각한 방사능 … 한국은 안전?

이와 관련해서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방사능 괴담’이라며 공권력과 언론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환경단체에서 괴담이 아닌 사실임을 반박하는 기사와 보도자료를 내고 있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최근의 괴담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독일의 라는 방송사가 방영한 ‘후쿠시마의 거짓말’이라는 다큐멘터리이다. 정부와 언론은 이 방송이 일본에서 지진의 재발 가능성을 담고 있을 뿐이라며 가볍게 일축했다. 일본이 지진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제목을 왜 ‘후쿠시마의 거짓말’로 정했을까? 이 방송은 후쿠시마의 사고 가능성이 전문가들에 의해 여러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무시해오다가 결국에는 이 같은 참사를 초래하고 말았던 상식을 벗어난 일본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믿을 수 없는 일본 정부의 이야기가 강 건너 불 구경 하듯이 지켜볼 수 있는 다른 나라의 일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한국 정부는 철저히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과연 한국 정부가 일본과 달리 믿음직하게 제대로 관리하는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위조부품이 사용되었다는 원전비리 문제가 작년부터 커다란 충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따르면 최고 권력자의 측근까지 개입된 대규모 부정부패로 사건이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한국은 과거 30년 동안 언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당연했을 정도로 원자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즉, 국민의 안전을 믿고 맡겨도 좋은 정부라고 볼 수 없는 게 원자력 공화국인 한국의 실상이다.

지난 8월 1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여성환경연대 등 환경·시민단체들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 폐수 무단 방류를 규탄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여성환경연대 등 환경·시민단체들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 폐수 무단 방류를 규탄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과 관련해서도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견된 측정치도 미량이기 때문에 기준치 이하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방사능의 위험은 담배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왜냐하면 둘 다 인간의 생명을 천천히 갉아먹는 암 발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배 연기를 마신다고 바로 폐암에 걸리거나 죽음에 이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하나는 담배 연기의 허용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 이하의 담배 연기는 마셔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미량의 담배 연기라도 몸에 해롭기 때문에 금지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모든 사무실과 식당을 금연 건물로 지정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주요 도로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금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작은 양의 담배 연기라도 마시지 못하도록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방사능에 대해서도 담배와 똑같은 입장을 취해야 한다. 그렇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방사능 허용기준을 정해놓고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는 일본산 참치, 고등어, 버섯 등의 식료품에 대해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미량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한편 이처럼 모순적이고 믿을 수 없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교육청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학교 급식용 식자재의 방사능 검역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 중에 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일본산 식료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2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은 원자력의 안전한 운영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따라서 당선된 지금은 국민들에게 선언했던 약속을 향후 5년 동안 지켜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과거 30년 동안,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2년 동안 말로만 안심시키려 했던 믿을 수 없는 기존 중앙정부의 행태를 반복할지 아니면 국민들을 후쿠시마의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방교육청 같은 모습을 보일지를 결정해야 한다. 방사능 허용기준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원전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직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두 가지 모습을 다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검출된 농산품에 대한 실질적 수입금지와 수산식품에 대한 국내 판매 허용이라는 이중적인 입장도 취하고 있다. 이제는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후쿠시마 방사능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진상현 /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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