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사정, 예년 비해 호전 기상재해가 변수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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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농촌현장을 답사해 올해의 북한 식량수급 상황을 전망했다. 국제기구가 작성한 보고서는 올해 북한은 국내생산분 492만t과 수입예정분 34만t 등 총 526만t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북한은 올해의 최소소요량 543만t 충족에 21만t이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황 아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북한은 예년에 비해 식량사정이 호전되어 그럭저럭 견뎌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7월 쌀값, 2011~2012년보다 낮은 수준
북한 시장의 식량가격 변화추이를 보면 이 전망은 크게 빗나가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3월 이래 시장의 쌀 가격은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5~7월 기간의 달러화 실질 식량가격은 2011년과 2012년보다 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사실은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이 지난 2년에 비해 호전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시장가격 하락을 보고 북한의 식량부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금년 7월초 FAO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금년 수확기까지 약 280만명에 달하는 취약계층이 여전히 식량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이들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은 만성적인 현상이다.
올해 북한의 농업생산 상황 역시 예년에 비해 크게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큰 변수가 없는 한 내년의 식량 사정도 올해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농업생산 기반이 취약한 북한의 농촌 현실을 감안할 때 기상재해 발생에 따른 변동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북한 지역은 올해 여름에도 집중호우 피해를 입었다. 북한의 올해 7월 평균 강수량은 592mm로(27개 관측지점) 198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평안남북도와 함경남도 지역의 7월 강수량이 평년의 3~4배에 달했다. 그 결과 여러 지역에서 올해에도 홍수에 따른 시설 피해와 농작물 감수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7월 말 유엔의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북한당국의 보고와 현장조사에 의거해 전국적으로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수해상황에 대해 신속하게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여러 지역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농경지 1만1,500여 정보가 침수되고 1,100정보가 매몰되었으며 도로 140여 곳과 다리 20여 개가 파손되었다고 한다. 또 전국적으로 사망자는 33명, 실종자는 13명으로 집계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수피해는 여러 측면에서 식량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먼저 농업시설이나 가옥을 파괴하여 저장하고 있는 식량이나 기르던 가축에 손실을 초래한다. 농경지의 유실, 매몰, 침수로 농업생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쳐 작황 감소도 유발한다. 전체 농경지 피해면적의 88%가 침수 피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매몰, 유실, 도복(倒伏) 피해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작황, 8~9월 태풍 대비에 달려 있어
수해는 병해충 발생 증가와 이로 인한 수량 및 품질 저하라는 간접적인 피해도 가져온다. 도열병, 흰잎마름병, 벼멸구 등 병해충 발생이 증가함으로써 수량 감소와 품질 저하라는 2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침수가 일어나면 저장된 농산물이나 농기계, 장비 등에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게 마련이다. 시기적으로 밀, 보리, 감자 등 봄 작물을 수확하여 보관하고 있을 때이므로 이들 농산물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파악되거나 보고되지 않은 피해도 더 있을 것이므로 실제 피해는 보고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와 보도에 의한다면 올해의 작황 손실은 예년에 비해 크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올해 북한 농업을 안심할 수는 없다.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8월과 9월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의 철저한 대비태세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농업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나 북한이 1980년대에 기록한 식량생산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은 여전히 많다. 국내 산업의 생산활동 침체와 외화 부족으로 인해 화학비료, 농약, 농업용 비닐, 농기계, 부품, 연료 등 필수 농자재의 공급은 크게 제한되어 있다. 최근 화학비료 생산과 수입이 늘어 공급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총 필요량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토양을 개량하기 위한 석회와 유기비료 공급은 열악한 운송 여건과 축산분뇨의 부족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북한은 생산을 증대시키기 위해 산간지역 경사지를 포함해 경작 가능한 모든 토지를 식량생산에 동원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러한 한계지 경작은 토양의 침식, 평야지의 홍수피해 위험 증대, 전반적인 토지 생산성의 하락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 북한 당국은 경사지의 산림환원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식량의 절대부족 하에서 산림복구는 부진하기만 하다.
북한 농업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식량증산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필요한 농자재를 공급할 수 있으며 피폐한 농업생산 기반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영훈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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