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9월 1일

만나고 싶었어요 | “어린이는 정치를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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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어요 |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어린이는 정치를 몰라요”

ITV_201309_53Q.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실무를 이끌고 있는데 소감은?

A. 2004년에 처음으로 북녘 사람을 만났고, 2005년부터 평양을 다니고 한 것이 10년이 넘었네요. 평양의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대동강구역병원, 철도성병원, 현재의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까지 보건의료 중심의 사업을 추진했어요. 그 동안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상관이 없어야 한다는 명제는 있지만 분단된 현실은 그것을 실현하는 것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동족으로서의 전쟁 상처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실감을 많이 했죠. 하지만 민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처한 북녘 동포와 어린이를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과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다라는 사실에 희망을 갖기도 했어요. 병원 관계자 등 북녘 사람들을 만나면서 언어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예상 밖의 행동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러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 통합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러한 역할을 지금 제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죠.

Q.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와 함께하기 전까지?

A.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사회단체 활동을 했어요. 대학 3학년 때 노동야학을 했는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사회단체에서 일을 하고 싶었죠. 처음 활동했던 곳이 ‘남북인간띠잇기본부’라고 1992년 5대 종단이 통일과 화합을 위해 임진각에서 인간띠를 잇는 사업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서 일을 해야 하는 인연이 싹튼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약 5년간 활동했어요. 인권운동사랑방은 저에게 사회단체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고, 활동가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교육장이었죠.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관계자가 지난 8월 15일 평양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을 방문해 엑스레이 설치 등 기술 이전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관계자가 지난 8월 15일 평양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을 방문해 엑스레이 설치 등 기술 이전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Q.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언제 조직되었는지?

A. 1990년 중후반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 식량난으로 인한 기아와 의약품이 부족해 죽어가는 북녘 어린이를 돕기 위해 남한의 의사, 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보건의료인이 모여 1997년 6월 28일 ‘북한어린이살리기의약품지원본부’를 결성했어요. 2001년에 보다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 창립해 올해 활동 16년째를 맞고 있죠. “어린이는 정치를 모른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린이들의 건강을 돌보는 일이다.”라는 인도주의 정신으로 북녘 어린이를 위한 의약품 지원과 보건의료 협력사업을 현재까지 이어나가고 있어요. 그동안 국내외 민간기구들의 조사발표에 따르면 남북 청소년의 키가 최대 15cm 차이가 난다고 해요.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인종이 될 수 있는 심각한 상태죠. 북녘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좋지 못해 발달 격차가 장기화되면 행복한 통일시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체제를 떠나 한민족으로써 마땅히 인도주의 정신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Q. 대북지원 사업에 대해?

A.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설립 초기 항생제, 수액제, 비타민제 등을 지원하다가 1999년 평양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에 원료의약품과 생산설비제를 지원하면서 첫 대북 협력사업을 시작했고 그때 처음 평양을 방문했어요. 낡은 병원 건물과, 시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병원 시설의 개보수와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장비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대동강구역병원, 철도성병원에 대한 병원 현대화사업에 집중했고,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평양 만경대구역에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의 건립과 지원에 집중했죠.

2012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북한 보건의료 시스템과 제도, 현황에 대해 매년 ‘북한 보건의료 연차 보고서’를 발간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의료를 중심으로 북쪽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한 대중 강연회를 열어 올해 3월부터 매월 1차례씩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작년에 펴낸 ‘2012 북한 보건의료 연차 보고서’는 가장 최근 자료로써 의료지원을 하는 다른 대북 단체들에게 북쪽 보건의료 정보의 길잡이 역할을 했어요. 또 북쪽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남북 관계를 조명하는 지역 순회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오는 9월 28일 부산, 10월 5일에 대구를 찾아갈 예정이고, 최근 평양 방북 이야기도 전할 예정이에요.

Q.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

A.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에는 3명의 상근자가 있어요. 외부에서 볼 때 상근자가 3명밖에 없다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는 보건의료인들과 각계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이에요. 그런 분들을 볼 때 더욱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또한 지난 이명박 정부 5년간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어요.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는 약 1천여 명의 후원자가 있어요. 통상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면 후원금 모금 등 어려움에 직면하게 돼요. 하지만 그 어려운 5년의 기간 동안 후원금을 중지하겠다는 분이 1~2명에 불과했어요. 그만큼 북녘의 어린이들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고 오히려 보다 지원을 많이 할 수 있을 때를 준비해야 한다며 후원자를 더 모집하는 분들도 계셨죠. 더불어 가끔 만나는 북녘 의사들에게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기증한 의료 장비로 아프고 고생하는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요.

Q. 최근 북한을 방문했는데?

A. 지난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3박4일간 평양을 다녀왔어요. 저를 포함해 총 9명이 방문을 했고,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에 보낸 의약품과 의료용 소모품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고요. 대부분이 보건의료인이었죠.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은 3년 3개월 만의 방문으로, 여전히 남과 북의 당국 간 경색국면이어서 기대보다는 걱정으로 방문을 했어요. 오랜 시간동안 병원이 잘 운영되고 있을지, 우리가 기증한 물자가 잘 도착해 있을지 등등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병원에서는 그동안 어린이 환자를 잘 진료하고 있었고, 고장난 장비는 고쳐서 쓰고, 고치기 어려운 물자는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또한 평양이 너무나 많이 변해 어리둥절한 3박4일을 보냈는데요. 그동안 갖고 간 휴대폰은 모두 수거해 공항에 보관했었는데 이번엔 평양 시내로 갖고 들어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남한 사람이 아닌 외국인의 경우에는 평양 시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칩을 구매하면 언제든 외국으로의 통화도 가능했어요. 이제 남과 북의 관계가 좋아지면 곧 남쪽에서 가져간 휴대폰을 사용할 날도 머지않은 듯 해요. 또한 시내에 자동차도 더 많아졌고, 택시가 운행되는 모습도 보았어요. 유엔 및 중국 등의 제재로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였어요. 평양은 평양 비행장부터 곳곳에 건설 현장을 볼 수 있었고, 이 공사 현장에서 사용할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기 위한 채취선이 대동강에 즐비했어요. 평양의 시민들도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고 옷차림이나 얼굴빛도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았죠. 우리를 안내하는 북측의 민화협 참사는 “경제건설을 위해 전 인민이 똘똘 뭉쳐 노력하고 있으며 인민들이 사용하는 생활물품 등의 경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했어요. 이러한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관광 사업을 열심히 하는 듯했고, 전 세계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제가 묵었던 양각도 호텔에도 투숙객이 800명이라고 직원이 얘기할 정도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어요.

평양이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변화를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죠.

Q.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의 비전과 향후 계획?

A.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이번 방문을 통해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보건의료인들이 요청했던 물자를 중심으로 다시 물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려고 해요. 지원 물자를 논의하기 위해 또 관련 인사들이 고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최종 물자가 결정되면 통일부에 물자 반출 신청을 하고 다시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에요. 개성공단 관련 회담도 합의가 되었고,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 관광 논의도 진행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 기조가 계속 유지되길 희망하면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북녘의 아프고 고통 받는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하고 있어요. 미래의 통일세대인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서로 이해하고 함께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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