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 이석기 의원에게 인권이란? 2013년 10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24
이석기 의원에게 인권이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그가 지도하고 있다고 알려진 혁명조직(RO)의 비밀 회합에서 발언한 내용들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석기 의원과 혁명조직(RO) 핵심간부들의 발언 녹취록 가운데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취할 때 유류저장고, 통신망, 철도 통제본부 등 국가 기간산업을 마비시키기 위한 혁명 테러활동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와 있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소위 ‘NL(민족해방)’ 이론의 사고틀 속에서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인식하고 북한과 연대해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들의 언동은 이제 곧 검찰조사가 끝나고 법정에서 심판을 받게 되어 있다.
주체사상의 인권관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시종일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정당한 국가의 수사권에 저항하는 이석기 의원과 그의 변호인단은 아마도 인권탄압을 주장하면서 ‘사상의 자유’와 수사절차상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이 틀림없다. 이석기 의원의 변호인단은 소위 인권변호사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한편으로 대한민국의 인권보호와 민주주의제도를 이용하면서 가장 전근대적인 인권탄압 국가인 북한을 추종하는 어처구니 없는 이중적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연 이석기 의원의 인권의식은 어떠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이러한 ‘혁명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고틀 속에는 개인의 천부적 권리를 부정하는 주체사상의 유기체적 집단주의 인권관이 숨어있다. 이석기 의원의 모두발언도 이러한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즉 “그 누구도 (혁명) 보위의 문제에서는 타협할 권리도 없고 단지 지켜야할 숭고한 의무만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인권·자유민주주의 원칙부정, 비판받아야
북한의 인권이론은 자주적 인권, 집단적 인권으로 표현된다. 즉 인간은 집단 속에서만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으며, 국가로 표상되는 집단 속에서 진정한 자주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말하는 국가의 ‘존엄과 자주’란 사실상 혁명의 수뇌인 김일성과 그 일가족을 의미한다. 1970년대 김일성 우상화를 위해 제조된 주체사상은 당시 김일성대학교 철학교수였던 황장엽 선생에 의해서 이론화되었다. 그러나 그 장본인이 잘못을 깨닫고 대한민국에 망명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체사상의 가장 잘못된 점은 현대 인권이론이 기초하고 있는 개인의 존재적 주체성, 즉 개인의 자유권을 부정하고 있는 점이다.
국제인권규범은 이론적으로 정치권과 사회권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기본적인 원칙은 어떠한 정치권력도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개인의 생명권과 자유권은 국가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원리다.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는 난민의 권리가 이러한 원리를 입증한다. 개인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억압을 회피하여 자신의 국가를 이탈할 수 있는 (자연권적) 권리가 보장되며 국제사회는 이들을 도와야할 공동의무를 지게 된다. 이석기 의원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이방을 떠도는 수만명의 북한이탈주민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이석기 의원은 곤지암 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된 또 다른 조직모임에서 여성조직원에게 “아이를 데리고 조직모임에 나오지 마라.”고 질타했다고 한다. 집단적 자주성을 대표하는 북한체제와 ‘혁명’을 수호하기 위한 신성한 투쟁은 언제나 가족과 양육보다 우선시 된다. 북한의 선전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개인의 일방적인 희생과 집단에 대한 노예적 충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유엔헌장은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억압하는 부당한 정권을 변혁하기 위한 ‘정당한’ 혁명권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가 국가에 충성하고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국가공동체가 개인과 가족의 자유와 번영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보호의 의무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국가적으로 가족과 개인의 보편적 가치를 짓밟는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는가? 올바르지 않은 정세판단에 기초한 소수집단의 ‘혁명적 대의’를 위해서 조직원들에게 가족의 가치를 희생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북한 전체주의의 교시와 무엇이 다른가? 한 혁명조직(RO) 조직원의 발언은 이들의 의식구조가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민주시민의 표상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전쟁이 일어나고 직접적인 발발이 있을 때 수뇌부를 지켜야 하는 거예요. 대표님을 중심으로 해서. 두 번째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추고 거기에 준비를 해야 합니다. … 준비를 갖추는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앞으로 더욱 강력한 조직생활, 팀생활을 통해서 목숨 걸고 싸우는 각오로 군중사업도 해야 되고 자기 책임도 해야 되지 않겠냐고 얘기했습니다.”
이석기 의원 세력이 문제가 되고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우리 정치공동체의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기본원칙을 부정하고 (기회가 오면) 그것을 집단행동으로 파괴하려는 점이다. 십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정치범들을 종신토록 수용시설에 가두고, 수백만 명을 굶어 죽이면서도 외세의 침략으로 정당화하는 북한 정권과 그러한 북한 정권을 집단적 자주권을 수호하는 정당한 정치체제로 간주하고 자신의 조국을 적으로 돌리는 이석기 의원 또한 전체주의적 인권의식 속에 갇혀있음을 알 수 있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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