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1월 1일

〈통일한국〉30주년 기념 좌담회 | “웹 기반의 개방 공간 제공 … 생산적 결론 도출해야” 2013년 11월호

IPA·월간〈통일한국〉30주년 기념

전문가 좌담회 | “웹 기반의 개방 공간 제공 … 생산적 결론 도출해야”

KR_201311_28사회갈등 어떻게 봐야 하나?

손현수 <통일한국>이 창간 30주년을 맞이하여 미래 방향을 논의하는 이번 자리가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통일·북한문제와 관련하여 정치적 이해나 갈등을 넘어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연철 사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차이들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차이들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경쟁시켜 합의로 모아가느냐’가 사회갈등의 해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 과정이 잘 풀리면 당연히 편파성이나 시비는 극복이 되는 문제죠. 그렇지만 이 점이 잘 안되고 있어요. 서로 다른 생각이 공존하면서 토론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구동존이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공통점을 찾는 동시에 차이를 인정하고, 점차 그 차이를 좁히는 노력이 지속돼야겠죠.

이헌경 사실 사회갈등을 해결할 해법을 도출하기는 어려워요. 논의는 할 수 있지만, 상당히 어려운 문제죠. 남남갈등을 둘러싼 논쟁이 10년 이상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적절한 답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기들 주장만 하기 때문이죠.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문제는 점차 상황이 좋아지고 있으나, 대북문제를 둘러싸고는 나아진 것이 없어요. 이는 계속 논의를 해갈 수밖에 없는 문제에요. 또 여기서 민간의 역할이 크지 않나 싶은데,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장용석 남남갈등이 무얼 얘기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인식의 차이는 어차피 존재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없으면 이 사회가 완전히 획일적, 전체주의적인 사회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역이든 세대든 인식의 차이는 충분히 있을 수 있어요. 인식의 차이를 하나로 통합하려 하면 안돼요. 차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예요. 차이를 받아들일 만큼 이제 우리사회가 성숙되어 가고 있어요.

요즘 젊은 세대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냉정해졌습니다.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민족적인 정서보다 한국의 선진화를 더 중시해요. 굉장히 현실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이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또한 남남갈등이라는 것을 갈등의 측면으로 보기보다 차이라는 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다만 정치적 힘의 문제나 경제적인 자원의 문제와 얽혔을 때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이죠.

이무철 올바른 지적이에요.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도 계급, 기업, 세대 간의 갈등들이 다 중첩되어 있고, 그것이 대북정책에서 폭발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갈등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겠죠. 남남갈등의 해법을 얘기할 때도 이념만 얘기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그 속에서 제로섬적인 게임의 인식을 비제로섬(non-zero sum)적인 게임의 인식으로 바꿀 것이냐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갈등의 이면에 있는 모든 요인들을 다 드러내고 생산적인 논쟁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김연철 남남갈등 해법과 관련해 보통 사회통합을 이야기하는데,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는 사회를 전체주의적인 방식으로 통일시킬 수가 없죠. 중요한 것은 갈등을 어떻게 민주적 방식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냐인데, 제도적인 틀 위에서 좀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경쟁을 하도록 하고, 차이도 있지만 합의를 모으는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초당적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사민당이 통일의 물꼬를 트지만, 결국 기민당이 완성시키죠. 특히 기민당이 집권했을 때, 사민당의 동방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 인상적이에요. 통일문제는 정책의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미국에서도 아주 중요한 외교정책을 결정할 때 초당적인 위원회나 연구모임을 만들어서 합의를 모아가요. 가령 이라크 전쟁의 철수나 대북정책 같은 것들 말이죠.

우리도 제도가 있습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초당적으로 만들었고, 각 정당의 의석분포에 따라 ‘남북관계발전위원’을 추천을 해서 ‘남북관계위원회’를 구성했었죠.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도 있지만, 문제는 작동을 안 한다는 것이에요. 남북관계발전계획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해 본적이 없어요. 합의를 모으는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당연히 중기 정책권고라는 것도 여야 사이에 합의가 없는 것입니다. 법의 애초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죠. 이런 예를 보더라도 갈등을 좀 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조절해나가는, 합의를 모아가는 과정들이 소홀한 것 같아요.

이무철 법제도를 보면 그때그때 시기에 따른 정치적 사건과 이슈에 따라 정치적 판단 하에 법이 만들어지고, 정치권은 그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죠. 그러다보니 법체계가 매우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에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 및 통일문제를 다루는 법체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장용석 북한인권법의 경우도 북한인권을 실제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실제적인 합의가 안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북한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일단 북한주민들의 생존권부터 해결해줘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자리잡혀 있으면 정치권이 함부로 도전을 못할 겁니다.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것들이 취약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휘둘리는 거예요. 아무튼 정략적인 이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절차적인 정당성의 문제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말 실사구시적으로 역량들을 구축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합리적인 논의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이 갖추어 지는 것, 이런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통일한국>, 진화 방향과 과제

장용석 <통일한국>은 지난 30년간 통일과 북한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과 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통일한국>이 시대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당면한 또는 중장기적인 미래 과제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흐름들은 계속 이어가야 해요. 동시에 발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미래비전을 만들고 공유하는 작업도 지속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우리사회의 이념적인 갈등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져야 해요. <통일한국>이 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쟁점들을 성찰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무엇보다 다양하고 균형 잡힌 논의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또 보다 많은 전문가와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이러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하겠죠. 이런 점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겠죠. <통일한국>을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발행하는 체제로 발전시키는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요.

김연철 디지털화가 시대적인 추세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그와 동시에 종이 매체가 갖는 장점도 있다고 봅니다. <통일한국>은 두 가지를 동시에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에요. 구독자의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헌경 <통일한국>의 웹으로의 진화는 이루어져야 하며 동시에 전문필자들에게 개방된 공간 제공과 의견교환을 통해 생산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개방된 공간에서 상대를 겨냥해 공격적으로 대하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자기주장만 펼쳐지는 형태로 나아간다면 웹진은 오히려 비난의 장이 될 수 있어요. 일단 초기엔 웹의 개방 공간을 전문가들에게만 열어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여겨지네요. 또한 <통일한국>의 해외 배포는 해외동포들에게 통일·북한문제에 대해 올바른 진단을 하게 하고 통일로 가는 동행자의 길을 제시하고 있으니 이 사업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하겠죠.

이무철 <통일한국>이 30년 동안 꾸준히 발행해 온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에요. 현재의 시점에서 <통일한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주 고객인 전문가와 <통일한국>의 일반 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고, 통일문제에 대한 세대 간의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독자들의 <통일한국>에 대한 인식을 알아볼 필요가 있겠죠. 이런 작업을 바탕으로 웹진으로의 진화를 진지하게 논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부터도 신문 안보고 스마트폰으로 주요 뉴스를 보거든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손현수 / 평화문제연구소 부소장
이헌경 / 동아대학교 교수
김연철 / 인제대학교 교수
장용석 /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이무철 /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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