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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기념 특집 | Ⅰ. 통일한국의 성격과 국가비전은? ‘1민족 1국가’ 목표, 21세기에도 유효한가? 2013년 11월호

창간 30주년 기념 특집

Ⅰ. 통일한국의 성격과 국가비전은? ‘1민족 1국가’ 목표, 21세기에도 유효한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평화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통일한국 시대, 한반도 주변국의 기대이익과 미래비전’에서 기조발표를 통해 “한반도의 통일은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통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평화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통일한국 시대, 한반도 주변국의 기대이익과 미래비전’에서 기조발표를 통해 “한반도의 통일은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통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통일을 주변국과의 신뢰형성을 기반으로 하는 복잡한 연립방정식을 풀어냄으로써 이루어내는 것이라는 전제는 물론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겠지만, 통일이 어느 순간 도둑과 같이 찾아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소위 ‘북한 급변사태’로 북한 정권이 붕괴함으로써 통일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는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의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북한 정권의 내구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으므로 그 붕괴의 가능성에 지나치게 큰 희망을 걸어서는 곤란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었을 때에 대비한 준비 역시 필요하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주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과제, 법제적 준비, 사회·문화적 통합의 과제, 통일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도전 등을 아무 준비 없이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U, ‘주권 공유’ 기반 탈근대 실험

또한 통일 이외의 대안은 없는가 하는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우리의 소원은 여전히 통일인가. 이미 우리의 청년 세대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것에 회의를 표현하고 있다. 청년층의 관심이 취업과 결혼 등 개인의 실존적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 데에 따른 현상이기는 하지만, 통일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과 가져가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통일은 같은 민족이 같은 정치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야 한다는, 그럼으로써 근대 민족국가 수립의 과제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근대적 민족주의 프로젝트다. 그러나 ‘1민족 1국가’의 목표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유럽은 이미 근대적 민족주의의 단계를 지나 주권의 공유(pooling of sovereignty)를 근간으로 하는 탈근대적 프로젝트를 진척시켜 오고 있다. 물론 유럽연합의 실험이 늘 장밋빛의 미래를 제시하는 것만은 아니고 숱한 현실적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유럽이 다시 근대국가들 간의 경쟁적 관계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동아시아의 지역통합은 유럽과 전혀 다른 조건에 놓여있고, 유럽의 현재가 반드시 동아시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유럽의 실험은 적어도 지역 국제질서에 대한 탈근대적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의 여러 지역 구상과 지역 기구들이 아직 현실적으로 근대적 질서를 넘어서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이러한 상태를 넘어서는 경우 한반도의 통일은 반드시 하나의 국가로의 통합이라는 근대적 형태를 갖추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통합체의 틀 안에서 두 개의 국가가 때로는 하나로 또 때로는 각자 홀로 존재하는 새로운 양식의 통일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상윤 /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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