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의 창으로 북녘을 보다 上 | 노점까지 등장한 외화벌이 ‘조선돈’ 2013년 11월호
현지취재 | 단둥의 창으로 북녘을 보다 上
노점까지 등장한 외화벌이 ‘조선돈’
강옥란(가명)씨는 아침부터 서둘렀다. 10시 평양행 기차를 타려면 8시 30분에는 단둥역에 도착해야 한다. 기차표도 끊고 짐도 부쳐야 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옥란씨는 단둥의 북한 영사관으로부터 토요일에야 비자를 받았다. 북한에서 25일 체류할 수 있는 비자다. 그녀는 비자를 신청한 지 10일 만에 나왔다며 안도의 숨을 돌렸다. 통상 5일 정도면 발급되는데 국경절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몰려 늦어진 것 같다고 한다. 평양행 기차표는 단둥역 창구가 아닌 건물 밖의 별도 단둥 국제여행사 창구에서만 판매한다. 중국 단둥에서 평양까지는 260위안으로 매일 1회 운행하고 있다.
광물자원개발, 북한투자로 새롭게 자리잡아가
수차례 평양을 드나들었지만, 기차로 평양행은 처음이다. 조선족 출신인 남편은 평양에 체류하면서 금광사업을 시작했다. 수십 년간 북한무역을 하다가 몇 년 전부터 북한에 직접투자를 하면서 3년 전 금광채굴권을 확보했다고 한다. 옥란씨는 대충 한화 20억원 정도의 투자비용이 들어갔다며 얼른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번 평양길은 짐보따리가 꽤 된다. 남편이 특별히 주문한 담배와 위장약 말고도 쌀 60kg을 별도로 가져간다. 쌀이 안 보인다고 했더니 “철도 당국에 이야기하면 지정 좌석까지 갖다 줍니다.”라고 웃는다. 그런 서비스가 기본이냐고 묻자 “그럴 리가 있겠어요? 뒤로 하는 것이죠.”이라고 귀띔한다. 옥란씨가 소지한 보따리는 6개. 단둥역에서 35kg까지만 무료배송이다. 1kg 초과당 100위안의 초과화물료를 내야 한다. 맡긴 짐은 청색 포대에 담아 이름표를 달아 진행한다. 평양에 도착하면 다음날 짐을 찾게 된다. 신축한 건물 2층에 있는 세관 앞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고, 앞줄에는 배지를 단 정장 차림의 한 북한 당국자와 세련된 모습의 중년 부인들이 깔끔한 포장의 물건 꾸러미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행색이 완전히 달라 보인다. 연신 스마트 폰으로 통화 중이다.
북한에서 광물자원개발은 북한투자로 새롭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하자원까지 팔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가 북한경제의 현주소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옥란씨는 그렇게 수속을 마치고 휴대폰으로 평양의 남편에게 “여보, 이제 출발해요.”라고 말한 뒤 10시 단둥발 평양행 기차에 올랐다.
북한화폐, 관광상품 가치가 더 커
옥란씨와 작별하고 단둥역 앞으로 나서니 중국거리가 그렇듯이 노점상들이 즐비하고 분주하기 짝이 없다. 좌판을 펼치고 잡동사니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의 품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다름 아닌 ‘조선돈’이라는 북한화폐첩이다. 김일성 사진이 박힌 여러 단위의 지폐를 사진첩처럼 만든 것인데 500원부터 1원짜리까지 있다. 이러한 북한화폐 판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압록강 철교 주변, 강변 노점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단둥 전역에 일괄 퍼져 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 조직적으로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고 실제 북한화폐를 신권으로 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북한 당국이 개입된 판매행위라고 단정할 수 있다.
외화벌이의 아이템으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지금 사용해도 되는 북한화폐인 것이다. 총 액수가 북한돈 7천원 정도인데 이걸 중국돈 10위안에 팔고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손해다. 손해보는 장사를 길거리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중국 위안과 북한돈 간의 공식 환율은 1대 150 정도. 그러나 실제는 1대 6000 이상이고 그럼에도 누구도 북한돈을 소지하고 싶어하지 않아 거래에서 통용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경제 경쟁력 상실로 북한돈이 무역이나 거래에서 결재수단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
단둥은 북한경제의 관문이다. 북한 공식 교역의 70퍼센트 가량이 단둥을 통해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북한경제를 이야기할 때 공식적인 통계나 자료가 없어 정확한 수치 산정이 어렵고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니 제각각 판단이 달라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곤란한 점이 있다.
북한 관련 이야기나 평가도 가려 들어야 한다. 단둥에서 북한 교역은 물자가 드나드는 것 말고 북한 사람들이 단둥 현지에서 하는 외화벌이가 있다. 북한에 정통한 B씨는 “한 7천명 정도가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는 1천명은 무역상들이고 나머지 6천명 정도는 근로자들이다. 일각에서는 140여 개 북한기업이 단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무역상들도 5개조를 한 명의 보안이 감시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무역상이든 근로자든 성분이 좋아야 나온다.” 이들이 연간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압록강 철교를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에는 북한 식당이 많다. 호텔도 있다. 식당의 주 고객은 그동안 한국인이었다. 호기심도 있고 식도락 욕망도 있어 자주 들렀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강변에 있어 꽤 알려진 북한 식당에 들렀을 때 한국 손님은 저 건너편에 한 테이블 정도였다. 나머지는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이었다. 종업원들도 퉁명스러워 보였다.
단둥을 자주 여행하고 이번에도 연휴에 왔다는 한국인 염경섭 씨는 “이제 한국인들이 북한에 대한 호기심도 사라졌고 특히, 북한 식당에서도 중국인들과 달리 단품 요리만 선호하는 한국인들이 매상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싫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분위기는 북한 상품을 파는 가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북한산 제품이 이제는 희귀성이나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산 고려인삼 제품만 하더라도 손에 집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작은 것 한 통에 60위안에서 180위안까지 비교적 저렴하지만 찾지 않고 있다.
압록강 드나들며 밀무역 전개
단둥역 앞에 있는 조·중 민속거리, 말하자면 단둥의 코리아타운이다. 한국식 불고깃집부터 식료품점, 방앗간, 숙박업소 등이 다양하게 형성되어 상가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북한산 인삼이나 한약재 등이 판매되고 있으나 예전만 못 하다. 여기에 조선족도 비슷한 아이템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년째 한국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명가 한국식품의 최경자 사장은 “북한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 식료품을 찾는 빈도가 잦다. 북한인 단골도 많다. 어디에서 들었는지 유행하는 것들을 즉시 찾고 있다. 미숫가루 라떼도 반응이 좋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 무역상 중 돈을 좀 만지는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취향에 맞게 생활방식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공식적인 시장을 통하는 것 이외의 것은 밀무역이라는 거래이다. 북한은 체제상 청바지 공식 수입이 금지되어 있다. 북한 당국이 통제하지만 국경을 따라 소규모 무역이 활발히 이뤄지고 그 품목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단둥에서 만난 북한 당국의 국장급 인사는 “밀무역 규모가 10억달러 정도는 된다.”라고 추산했다. 밀무역은 압록강을 따라 전개되고 있다. 단둥에 있는 지역만 해도 강폭이 넓어 직접 건널 수 없지만 상류로 가면 도랑물 정도의 폭이기에 얼마든지 드나들면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시민권자로 30여 년간 북한 무역에 종사해온 박 사장은 “심지어 북한 쪽에서 필요한 물품 내용을 건네주면 중국 측에서 바로 건네는 방식도 성행한다.”고 말한다. 특히 작은 지역의 경우 그 동네 당국자에게 금품을 조금만 건네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이러한 구조 때문에 지역의 책임자들은 상당한 돈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조선족 무역상 서씨는 북한 밀무역 거래의 수준을 나름 네 가지 등급으로 분류했다. 3천달러 정도의 그야말로 보따리 장사, 1만달러, 10만달러급에 이어 1백만달러 이상급의 대규모 밀무역상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공식 무역 채널이 붕괴되었다.”고 판단하면서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 밀무역이 아주 성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도 시시각각 필요 물품 바뀌어”
북한은 모든 것이 부족하다. 의, 식, 주 가운데 주택 외의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은 절대 부족이다. 전력난으로 제조할 형편도 안 된다. 나진 등 여러 루트를 다 체험한 박 사장은 “식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치약, 비누 등도 밀무역의 기본 품목들이다”라면서, 그렇지만 아무리 부족하다 하더라도 한 번에 많은 양의 쌀을 풀면 작은 곳에서는 값이 하락하는 문제가 생겨 양을 조절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북한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한 때 콘돔과 항생제가 인기 품목이었는데 그것은 매춘이 성행한 이유였다. 북한도 시시각각 필요 물품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단둥에 15년 거주한 한 주민은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려고 배터리를 단둥에서 대거 구입해 간다.”고 말했다. 자체 배터리를 설치해서 심야에 한국 비디오를 본다는 것.
북한 물자교역의 일번지인 단둥은 북한경제의 창구로써 이전만 못하다는 게 중평이다. 그 이유는 폐쇄적인 북한 측의 태도 때문이다. 압록강을 마케팅으로 삼고 있는 데서도 신의주는 단둥에 선점당해 버렸다. 폐쇄된 상황으로 교역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드나들고 왕래할 수 있어야 교역도 활성화되고 돈도 돈다. 북한은 이 점을 간과하고 외화벌이를 재촉한다고 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교역 세계는 변화하고 있는데 교역의 구조를 모르니 어떻게 이득을 취하겠는가.
북한의 국장급 인사는 “나라에서 왜 돈을 풉니까. 그게 무슨 뜻이죠?” 하면서 최근 미국의 양적 완화와 같은 경제상황을 이해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게 외화벌이 최전선에 나선 그나마 배웠다는 북한 간부급들 인식의 현주소다. 이어 그는 “북한 망합니다. 어르신(김정은 제1비서를 지칭함) 시키는 것 말고 안 합니다. 그게 언제냐는 것이지 시간문제입니다.”라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체념하듯 연거푸 압록강 맥주를 마셨다.
신창섭 / 본지 상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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