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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 “김정은? 저러면 오래 못 살아!”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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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33 | “김정은? 저러면 오래 못 살아!”

우선 월간 <통일한국>의 창간 30주년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장구한 기간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통일을 위해 고민해 온 필진과 편집자, 행정 등 관계자 여러분들의 그간 노고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러한 노력이 한데 모여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호에서는 양강도 산간오지에 사는 한 장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북부 내륙지대인 양강도 풍산은 북한에서 가장 기온이 찬 일명 ‘시베리아 땅’이라 해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 주변에 위치한 삼수갑산이나 평안북도 후창, 양강도 신파 역시 백두산 지대라 춥기는 매한가지지만 해발고가 높은 풍산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은 나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장군님 은덕에 장수했다고 한 말씀 해주세요”

풍산은 옛적부터 장수자가 나타난 고장이기도 하지만 호랑이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맞서 싸우는 풍산개로 하여 널리 알려진 고장이다. 풍산에서 유명한 것은 풍산개만이 아니다. 사람 역시 투지가 강하고 영악스럽다. 어지간해선 주저앉는 법이 없고 남에게서 동정을 받거나 위로를 받는 것을 싫어한다. 국경이 가까워서 검열차량이나 지도차량으로 노동당 일꾼들이나 권력기관 사람들이 들어와 거들먹대면 아예 돌아보지 않고 응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자기들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풍산개가 사납고 호랑이에게도 지지 않으려 맞서는 것도 다 이런 토박이 정신을 이어 그리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북한 중앙기관의 기자 한 사람이 말을 함부로 놀려 보위부에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중국 대륙과 홍콩을 경유해 대한민국에 귀순한 일이 있었다. 올 10월 중순경 필자는 이 사람과 함께 강원도 화천에 있는 이외수 문학관을 참관했다. 아직 생존해 있는 작가의 문학관이 건립된 것에 대해 남한 사람들은 무심히 넘길 수도 있겠지만 북한에서 온 우리로서는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수령우상주의 나라인 북한에서는 있을 수도, 찾아볼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개인 문학관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찌됐든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족자들을 살펴보는데 특이한 글이 눈에 띄었다. “이외수, 영원한 춘천(春川)의 이단자”라는 표어 밑에 “이외수는 머리를 깎지 않는다. 세수는 1년에 서너 번 할까 말까다. 이를 닦지 않고 언제나 손톱은 길다.”라고 써 있다. 그런데 글을 읽던 이 사람이 갑자기 포복절도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양강도 풍산에 104세의 장수 할아버지가 있어 어느 날 취재를 나갔다고 한다. 무병장수의 비결을 물어 결국은 김정은 시대의 우월성을 선전하려는 목적으로 그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그 할아버지의 대답이 가관이었다고 한다.

기자가 녹음기를 켜고 “할아버지는 어떻게 이렇게 장수하셨습니까?” 하고 물으니 할아버지의 대답인즉 “에, 별거 없어. 평생 목욕도 자주 안하고, 이도 자주 닦지 않으니까 이렇게 오래 살재이오.”라고 하더란다. 실제로 얼굴은 언제 세수했는지 까맣고 눈곱이 잔뜩 끼었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고 해서 “대체로 무얼 잡수셨습니까?” 하고 물으니 “먹는 게야 뭐 감자에다가 산돼지 고기도 먹고 도룡뇽도 잡아먹고 뭐 닥치는 대로 먹었지비. 가만, 거 우리 집 뒤울 안에 샘물이 올라오는데 거기에 구기자 나무가 잔뜩 자라고 있어. 그게 건강에 그리 좋다고 애들이 말합데.” 하고 대답했다.

취재목적과 영 딴판이라 기자는 너무 안타까워 “아, 그런 거 말구요. 저 할아버지, 장군님의 은덕에 대해 말씀해 주실 건 없습니까?” 하고 본론에 들어갔다. 그러자 그 늙은이가 “뭐? 지금 뭐라 했나?” 하고 풀쩍 놀란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기자는 “‘장군님의 은덕에 내 이렇게 장수하게 됐습니다’라고 한 말씀 좀 주십시오. 장군님이 계시어 내 오늘이 있는 것입니다 하시면 더 좋구요.”

“새로 수령된 사람? 젊은 사람이 너무 피둥피둥해”

그러자 노인이 펄쩍 뛰며 “무슨 소린가? 김정은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오래 살았단 거여?”, “아, 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잠깐 그렇다고 말해 주십시오. 그러면 됩니다.”, “아, 아니야. 이 사람 참 이상한 사람일세. 원래 우리 집안이 장수 집안인 게라, 선친도 100세를 넘겼고 모친도 99살까지 살았어. 거 굳이 찾자면 샘터에 자란 구기자가 보약이라니까. 난 이곳에서 나서 자라 단 한 번도 외지 밥을 안 먹었어. 늙은이가 자릴 옮기고 딴 밥 먹으면 죽는 게야. 알겠나?”

안달이 난 기자는 “할아버지 말씀 충분히 알겠는데요. 그래도 조선 사람이면 장군님 은덕을 모르면 안 되지요.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결국 할아버지는 “그러니까 거 새로 수령이 됐다는 사람에 대해 말해 보라는 건가?” 하고 물었다. 이제야 뭔가 되나보다 싶었던 기자는 “아, 네 맞습니다. 장군님 사랑과 은덕으로 오래 사시게 된 거 맞지요? 네?” 하고 재촉했다. “에, 한마디 할 것 같으면 말이야. 거 테레비에서 내 그 사람 봤다우.”, “계속하십시오. 그래서요?”, “젊은 사람이 너무 피둥피둥해, 그 정도면 오래 못살아.”, “예에?”, “가서 말하게. 오래 오래 살고 싶으면 나처럼 먹고 살라고 해. 풍산에 보내든가, 알겠나?”

이지명 / 계간 〈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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