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 북한에 확산되는 한류는? 2013년 11월호
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26 | 북한에 확산되는 한류는?
북한에는 남한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의 바람이 불어 들어와 북한판 한류(韓流)를 가리키는 ‘남조선 바람’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에도 불기 시작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드라마, 영화, 가요를 접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남한 연예인들의 옷차림, 헤어스타일까지 경쟁적으로 모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 사회주의 국가에 자본주의 대중문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남조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이 남조선과 수교했다는 소식은 북한 당국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북한주민들 속에는 개혁·개방이 추진된 지 13년이 지나면서 경제발전의 반열에 오른 중국이 세계 경제대국의 대열에 한참 먼저 들어가 있는 한국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갔던 것이다.
‘남조선 바람’, 국경에서 평양으로
‘남조선 바람’은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 수립 후 한국의 문화가 중국으로 유입되자 그것이 곧바로 북한으로 퍼져간 결과였다. 북한 주민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의 친지를 방문하거나 밀입국하면서 남한의 대중문화를 접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 평양, 신의주, 청진 등 일부 대도시와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서만 유행하던 ‘남조선 바람’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도 남한의 대중문화를 접하고 있다. TV의 경우 중국과의 국경 지역을 제외하고는 남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라디오 방송은 북한 전역에서 마음만 먹으면 들을 수 있다. 모든 라디오는 북한의 공식 주파수인 <조선중앙방송>에만 고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조작만으로 남한의 라디오 방송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청취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은 한민족방송, 라디오,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 소리방송(VOA)> 등이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볼뿐만 아니라 이를 모방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 몸에 쫙 붙는 바지, 가슴이 파인 옷, 머리핀, 말투, 헤어스타일의 변화 등 ‘한류’ 양식은 가장 인기가 많다. 드라마를 본 주민들은 한국 배우의 머리 모양을 부러워하면서, 송승헌이나 송혜교 머리 등을 모방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머리 모양만 봐도 가을동화를 보는지를 안다. 사회주의 머리(짧은 헤어스타일)랑 다른 티가 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기까지 하고 있다.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들도 남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모방하고 흉내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내에 가장 빠르게 유포된 것은 다름 아닌 영상물이다. 북한에는 중국으로부터 중고 컴퓨터와 저가의 DVD 플레이어가 유입되어 웬만한 가정에는 이들 제품이 있기 때문에 CD와 DVD만 구하면 쉽게 남한의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다.
전자제품 압수당해도 뇌물 써서 되찾아
북한 당국은 전국으로 확산되는 ‘남조선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단속을 ‘반사회주의 사상·문화적 침투를 막기 위한 소탕전’이라 명명하고,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를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위반자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라디오, TV는 물론 소형 녹음기, 테이프, CD, DVD까지 신고하도록 되어있으나 집집마다 숨겨놓고 몰래 보고 듣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으며, 적발된다고 해도 뇌물을 써서 압수당한 전자제품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늘날 북한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한류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선전 속에 꿈꾸어 보던 앞날의 형상이 바로 한류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드라마 한편 속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남한 영상물을 접한 것이 확인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눈앞에 펼쳐진 희망적인 그림에 빠져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간고한 삶 속에서 유일하게 잡을 수 있는 그들의 희망의 끈이다.
현재 ‘남조선 바람’의 영향으로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은 북한의 중·상류층이며, 이들 대부분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남조선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이는 북한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정리 /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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