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1월 1일 0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에 부는 사교육 치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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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11 | 북한에 부는 사교육 치맛바람
 
 
지난 2009년 4월, 평양 제1중학교 신입생들이 입학식을 마치고 첫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4월, 평양 제1중학교 신입생들이 입학식을 마치고 첫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교사생활을 했던 내가 남한에 와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북한에도 학원이 있어요?”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있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다. 북한에 공식적인 사설학원, 보습소는 없지만 유사한 것들은 있다. 북한에서 우리의 학원교육에 해당하는 용어를 찾으려면 ‘과외복습’과 ‘개별지도’를 들 수 있다. 우선 전자는 방과 후 학교에서 학급단위로 시행하는 우리의 방과 후 수업에, 후자는 개별적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1대1 과외에 해당한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멀티형 교사, 스타강사 대우 받아

 과외복습의 목적은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여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 있다. 과목은 대체로 수학, 물리, 화학, 외국어 등이다. 관심분야가 혁명역사과목이나 사회주의도덕이 아니라 남한의 주요 과목과 비슷해 의아할 수도 있으나 사상적 과목은 학습회, 강연회, 분단 총회, 참관 등 접할 기회가 충분히 많다. 또한 이런 과목은 암기만 잘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초점을 맞추는 과목은 주로 화학, 생물, 수학 등의 이과 과목이다. 한국의 영어, 수학의 중요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한편 최근 들어 개별지도는 한국의 소규모 학원을 연상시킨다. 예전에는 한 두명을 대상으로 하던 개별지도의 양상이 몇 명씩 조를 지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학원이라는 간판과 건물만 없을 뿐이다.

 북한의 최근 추세는 다양한 과목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때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지도한다. 각각의 과목에 돈을 들이기보다 한 선생에게 돈을 조금 더 주고 여러 과목을 배우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기도 하지만, 학원이 합법화되지 않은 북한에서 이 교사, 저 교사를 찾아다니며 배우는 것은 여간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 시절 수재라는 소문이 났던 교사나 외국어 실력까지 갖춘 멀티형 교사라면 북한의 스타강사 대우를 받는다. 또한 교사의 학력이나 경력을 고려하여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대 등 유명대학 졸업생, 이과대학 전공자, 제1중학교·외국어학원(한국의 특목고) 출신이라면 당연히 귀하신 몸이 된다. 북한에도 입소문이 빠른지라 성적이 많이 오른 학생의 지도 선생님의 몸값이 뛰는 것은 물론이다.

당의 교수방침, 사교육으로 변질돼

 북한의 개별지도 교재는 학생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교과서를 가지고 할 수도 있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전국 경연 문제집, 국제 올림피아드 문제집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교과서를 제외한 이러한 교재들은 구하기 힘들다. 하지만 요즘 북한의 모습은 재밌는 광경이 종종 벌어진다. 가령 국제 올림피아드 문제집은 중국에서 입수한 것이 번역되어 비밀리에 배포된다. 물론 그 가격은 일반 교재들에 비해 고가(高價)이지만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우스운 풍경이지만, 아이의 교육을 위해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부모들의 마음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위치한 만경대혁명학원 학생들의 모습. 이곳은 평양의 엘리트 양성학교로 혁명유가족의 자녀들과 당·정·군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에게만 입학이 허용되는 북한의 대표적인 특수학교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위치한 만경대혁명학원 학생들의 모습. 이곳은 평양의 엘리트 양성학교로 혁명유가족의 자녀들과 당·정·군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에게만 입학이 허용되는 북한의 대표적인 특수학교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수업은 대체로 교사의 집에서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학생들 집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는 교사의 집에서 수업을 한다. 교사의 편의를 좀 더 봐주고, 원활한 수업을 위해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데 있다. 학생 집에서 할 경우 보통 식사를 제공받는데, 교사의 집에서 할 경우 식사대가 지도 비용으로 더해져 수업료가 인상될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 지출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현금화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일명 개별지도라 불리는 이 학습방법은 학습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보충 수업의 개념으로 당의 교수방침에서 비롯됐다. 학생교육에서 집체교육과 개별교육을 병합하는 것에 대한 당의 의도는 좋았으며,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국가적 경제난이 결국 이 좋은 의도를 변질시켰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쳐 주는 교사들을 위해 식사나 선물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북한처럼 생계가 어렵고 풍족하지 못한 경제적 상황에서 간단한 식사대접이라도 정례화되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도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더불어 일정한 대가 등이 지불되며 가난한 집 아이들은 교육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은 수업에 대한 대가가 사회주의라는 북한 체제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현재 북한사회의 사교육은 비공식적으로 정착되어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사교육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언제나 역부족이라고 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마음은 북한에서도 역시 어떠한 단속이나 정책들로도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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