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1월 1일 0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진짜 수학시험이 있을 텐데 게사니는 걱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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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8 | <목이 긴 게사니>

“진짜 수학시험이 있을 텐데 게사니는 걱정이구나”
 
 
 게사니는 거위의 북한말이다. <목이 긴 게사니>는 조선 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2012년에 제작한 15분짜리 지형영화이다. 원작은 전문 아동문학 작가가 아닌 군중문학통신원인 로영일이다. 문학통신원은 작가수업을 겸하고 있는 작가지망생으로 문학공모 등을 통해 글쓰기 능력을 인정받아 활동한다. 공모전은 국가의 주요 정책을 주제로 실시하는데, 여기에 당선되면 실제 작품으로 만들어 지기도 한다.

게사니, 오리 답 훔쳐보다 들통 나

긴 목을 이용하여 부정행위를 하던 게사니가 스스로의 힘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결과를 얻는다.  中

긴 목을 이용하여 부정행위를 하던 게사니가 스스로의 힘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결과를 얻는다. <목이 긴 게사니> 中

 게사니가 친구 삐용이(병아리), 오리와 함께 모여서 방학숙제를 하고 있었다. 공부를 하던 게사니와 친구들은 술래잡기를 하였다. 게사니가 술래가 되고 친구들이 숨었다. 친구들이 탁자 밑에 숨자 게사니는 긴 목을 이용하여 숨어 있던 친구들을 찾아낸다. 숨바꼭질이 끝나고 다시 방학숙제를 하였다. 선생님은 24×24표를 암송하는 숙제를 내주었다. 24×24표는 구구단과 같은 형식의 곱셈외기로 24단을 외우는 것이다. 게사니와 친구들은 함께 “24×1=24, 24×2=48…”를 말하며 24×24표를 외워 나갔다.

 오리는 게사니에게 선생님 앞에서 외우는 것처럼 학습장을 덮고 외워보라고 하였다. 오리가 문제를 내고 게사니가 맞추게 되었다. 오리가 문제를 내자 게사니는 목을 길게 빼서는 오리의 학습장을 보고 답을 하였다. 이번에는 삐용이가 문제를 냈다. 게사니는 다시 목을 빼 삐용이의 학습장을 보고 대답하였다. 친구들은 게사니가 암송을 잘 한다 생각하고 부러워하였다.

 친구들과 헤어진 게사니는 신이 났다. 긴 목을 이용하면 어렵게 암송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한편으로 선생님 앞에서 암송하지 못하면 망신을 당할 것 같아 걱정도 되었다. 게사니는 친구들이 어떻게 암송하는지 알고 싶었다. 친구들은 집에서 열심히 24표를 외우고 있었다.

 선생님이 학습터에 오시고 숙제 검사가 시작되었다. 숙제 검사를 마친 선생님은 게사니, 오리, 삐용이에게 24표 시험을 보겠다고 하였다. 게사니는 오리와 삐용이 사이에 앉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자리가 좁아 사이에 앉지 못하고 오리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 시험문제를 풀던 게사니는 제대로 풀지 못하였다. 선생님이 삐용이 답안지를 확인하는 사이, 게사니는 목을 길게 빼고 오리의 답을 보며 똑같이 적었다.

 채점이 시작되었다. 삐용이와 오리는 세 문제를 모두 맞추고 만점인 5점을 받는다. 게사니는 오리가 5점 받은 것을 보고 자기도 당연히 5점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게사니의 두 번째 답이 잘못되었다고 하였다. 친구들은 암송을 잘하는 게사니가 틀린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게사니도 오리가 쓴 것과 똑같이 썼는데 이상하다고 하였다. 그러던 중 오리는 게사니가 168을 거꾸로 보고 891로 썼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게사니가 오리의 답을 훔쳐보았다는 것이 들통났다. 선생님은 “공부는 자기를 위한 것이다. 방학이 끝나면 진짜 수학시험이 있을 텐데, 게사니는 걱정이구나.”라고 하였다.

 친구들은 게사니의 행동을 꾸짖었다. 게사니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진짜 시험은 자기 힘으로 보겠다는 결심으로 열심히 공부하였다. 공부하던 게사니는 자기도 모르게 학습장을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게사니는 ‘한 번 잘못들인 버릇은 고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으며 눈을 가리고 공부하였다. 마침내 수학시험에서 게사니는 삐용이와 오리와 함께 5점을 받을 수 있었다.

북한 교육개혁 핵심은 글로벌 인재 양성

 북한은 2012년 9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의무교육 기간을 11년에서 12년으로 늘리는 교육개혁을 공포했다. 이 개혁에 대해 북한은 ‘지식경제시대 교육발전의 현실적 요구와 세계적 추세에 맞게 교육의 질을 높여 새세대들에게 중등일반지식과 현대적인 기초기술지식, 창조적 능력을 소유한 혁명인재 양성’을 위함이라 설명하였다. 혁명발전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교육내용을 개선하고 교육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서 북한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의 기초과학분야의 일반지식과 외국어, 컴퓨터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2000년 이후 북한은 교육의 개선을 강조해 왔었다. 특히 2007년부터는 교육개혁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여, 실질적인 인재양성을 강조하며 창의력과 실용성을 강조하였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글로벌시대 인재 양성의 필수 조건으로 외국어를 강조하면서 중학교 과정부터 실시했던 외국어, 컴퓨터 교육을 소학교로 확대했다.

 교육 분야의 본격적인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었다. 그렇지만 김정은 체제의 첫 사회개혁의 과제가 교육이었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행보였다. 4년의 일반교육 과정으로는 사회가 필요한 지식 수준의 인력을 양성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의무교육 강화와 함께 교육 사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확대하며 필요한 행정지도와 법적 통제를 강화할 것을 강조하였다. 2012년 소년단 창립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한 것과 맞물려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강성국가를 이루겠다는 정책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2년 교육개혁 발표 이후 기초교육과 관련한 일련의 조치들이 나왔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영화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주제의 여러 작품이 만들어 졌다. <목이 긴 게사니>나 앞서 보았던 <긴긴 일요일> 등이 2013년 초에 집중적으로 방영되었다. 제작된 시기는 교육개혁 이전이지만 2013년 1월에 방영되었다는 것은 북한의 교육정책이 반영된 결과이다. 교육개혁의 정책을 받들어 공부의 중요성과 의미, 학습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아동영화가 정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적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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