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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북한 경제에 부는 개방과 개혁 바람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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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북한 경제에 부는 개방과 개혁 바람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에 있는 ‘용성기계연합기업소 2월11일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이 지난 6월 29일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가공직장, 열처리직장, 조립직장 등 공장 여러 곳을 돌아보고 설비 현대화 상태와 생산 상황을 점검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에 있는 ‘용성기계연합기업소 2월11일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6월 29일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가공직장, 열처리직장, 조립직장 등 공장 여러 곳을 돌아보고 설비 현대화 상태와 생산 상황을 점검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경제 분야의 개혁·개방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개방이 과거 4대 특구를 중심으로 한 점에 머물렀다면 경제개발구까지 가세하면서 접경과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선과 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북한은 지난 11월 21일 각 도(道)에 외자유치와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경제개발구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에서 도들에 경제개발구들을 내오기로 결정하였다.”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이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이 정령에 따르면 평안북도 룡운리를 신의주시에 넘겨 이곳을 압록강경제개발구로 하고, 황해북도에는 신평관광개발구와 송림수출가공구의 경제개발구를 세울 계획이다. 자강도에는 만포시 미타리와 포상리에 만포경제개발구를, 위원군의 덕암리와 고성리에 위원공업개발구를 만든다. 강원도는 원산시 현동리에 공업개발구가 들어서고, 함경남도는 함흥시에 흥남공업개발구와 북청군 문동리, 부동리 등에 북청농업개발구가 생긴다. 이밖에 함경북도에는 청진개발구, 어랑농업개발구, 온성섬관광개발구가 들어서며 양강도에는 혜산경제개발구를, 남포시에는 와우도수출가공구를 각각 개발한다.

또 북한은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일부 지역에 특수경제지대를 내오기로 했다.”며 “특수경제지대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권이 행사된다.”고 밝혀 대외개방을 염두에 둔 신의주 특구를 2002년에 이어 다시 개발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은 2002년 신의주시를 입법·사법·행정 자치권을 부여하는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초대 특구 행정장관인 네덜란드 화교 출신 양빈(楊斌)이 탈세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김정은 체제는 특구 건설을 통한 외자 유치와 더불어 돈을 통한 물질적 자극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북한에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임금 대폭 인상 등의 조치가 취해지기는 했지만 김정은 체제에서 이뤄지는 ‘인센티브’ 제공은 매우 신선하다. 특히 인센티브 부여도 개인과 기업 등 다양한 대상을 겨냥하고 있다.

북한 개방, ‘점’에서 ‘선’과 ‘면’으로 확대

우선 농업분야에서 농민에게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개혁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리기성 교수는 지난 9월 방북한 일본 기자들에게 “농민이 목표를 초과한 잉여수확분을 처분하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협동농장에서는 분조가 일정량의 농작물을 국가에 납부하면 잉여분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작년 일부 지역에서 이 같은 조치를 실시해 “농사가 잘된 농장에서는 최고 2.4t의 분배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실시했던 ‘농업생산책임제’를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개인의 노동의욕을 가로막던 ‘균등분배’ 시스템이 종말을 고한 셈이다.

기업에도 ‘독립채산제’ 도입을 통한 자율성 부여로 번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리기성 교수는 “올해 4월부터 독립채산제를 채택한 기업소에 대해 공업제품 등을 국가에 납품하고 남은 잉여분을 독자 매각 또는 종업원에게 분배할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북한에서 기본급의 수십배에 달하는 수당을 받는 노동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사회주의 분배원칙이란 일한 것만큼, 번 것만큼 분배하여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종업원들의 노동력을 고려하여 거기에 따르는 생활비를 주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며 “10월 중순 현재까지 일부 종업원들의 생활비가 인상됐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임금을 ‘생활비’라는 표현으로 부르고 있으며, 생활비는 ‘기본급+수당’의 형태로 구성된다. 최근 각 기업소별로 독립채산제가 확산되면서 기본급의 수십배에 이르는 수당을 받는 노동자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기업대로,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신바람이 나게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욱이 북한의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구매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북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2011년 12월 쌀 1㎏은 4,200원 정도였고 6천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올해 9월에는 4,800원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노동자의 월급은 수십배 올라 자연스럽게 구매력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수당 확대로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이 높아지면서 각 기업소별로 부여되는 자율권도 확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무산광산연합기업소는 그동안 수출입 권한이 없어 대외업무를 조선흑색금속수출입회사가 대행했지만 이제 자체로 수출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고 김책제철, 황해제철 등 중공업 부문의 기업들에 퍼지고 있다.

또 최근 북한에서 돈을 주고 노동력을 사는 자본주의식 인력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동력 거래를 ‘사회주의 노동원칙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통제해 왔던 북한 당국이 이를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음성적으로 생긴 인력시장이 현재는 당국의 비호와 참여로 거의 합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에서 일꾼을 사지 않으면 어떤 작업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남한의 인력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상업은행 설치 등 금융개혁 시급

대북소식통들과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최근 잡일은 물론이고 도로정비 같은 웬만한 중소 규모의 건설작업까지 인력시장을 통해 일꾼을 사서 일당을 주고 일을 시키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 됐다. 북한에서 노동력 거래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돼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당국의 통제와 단속을 피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규모도 작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당을 주고 일꾼을 구하는 것이 일상화돼 공공기관도 인력시장을 통해 노동력을 구할 정도가 됐다. 이 때문에 평양시 교외의 통일거리시장이나 송신시장 등 평양과 각 지방의 주요 시장(장마당)을 중심으로 노동력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북한 경제변화의 핵심은 지속가능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광범위한 인센티브의 부여로 북한 경제가 잠시 나아질 수 있지만 금융개혁 등을 통해 현재의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반짝 변화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는 노동자의 노동의욕 고취로 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되겠지만 상업은행 설치 등을 통해 주민들의 저축을 끌어내고 이를 자본으로 전환시키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경제개혁이 지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의 경제개혁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정부문 등 국가의 투자순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폐쇄의 빗장을 열고 시장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북한의 새로운 실험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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