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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 新성장엔진, 시베리아를 가다 | 시베리아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2012년 4월호

통일한국 新성장엔진, 시베리아를 가다

시베리아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국제사회는 지난 20세기 한 세기에 걸쳐 진행되었던 동·서 간 이데올로기 분쟁시대의 막을 내리고 21세기에 접어들어 자원과 에너지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원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러시아의 시베리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수의 연구결과물이 양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향적 풍요로움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러시아 시베리아에 대해 알고 있는 정도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러시아 시베리아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방향과 경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1990년 9월 30일 한국과 소비에트 연방이 맺은 ‘수교 20주년’을 넘어서 양국 간 교류의 청년기를 맞이하는 이즈음에 한 번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러시아 시베리아의 연구방향과 경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와 어문학 등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연구경향과 내용은 ‘시베리아’라는 공간 이해의 근원적 토대가 될 것이다.

중앙정부의 정책과 개발논리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입장은 지역사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한다. 따라서 한 국가 내에 위치하고 있는 특정 지역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 대한 큰 그림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차원에서 시베리아 공간을 분석함에 있어 러시아라는 큰 공간에 대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을 분석하는 본질적 의미를 축소하고 집중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제약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은 그림’의 대상인 시베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학술적 접근방법의 모색과 필요성 인식의 토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러시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기준 러시아 연방 내의 인구는 약 1억4,19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80% 정도가 러시아인에 해당되지만 극소수 민족을 포함한 러시아연방공화국 내의 민족 수는 약 200여 개 정도에 달할 정도로 많은 민족이 존재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민족이 러시아 시베리아 공간에 거주하고 있다.

시베리아, 수백 개 민족 교차하는 생활공간

러시아의 민족적 다양성은 연방주체 구성의 역사적 난해함, 중앙정부와 지방 간의 관계설정의 문제를 포함한 인구별, 지역별 및 지형적 특수성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특수성 때문에 러시아 지역을 하나의 정형화된 틀로 분석하는 작업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거주공간’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고유한 생활양식, 법과 제도, 신념 및 가치관 등과 같은 역사·정치·경제 및 사회문화적 가치들을 생산해내고 축적해 나간다.

또한 정치·경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들과의 접촉, 교류, 간섭, 갈등 및 충돌 등은 각 지역의 가치를 변형, 파괴, 소멸시키고 새로운 가치의 창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사항들을 광활한 영토와 수많은 민족으로 구성된 시베리아 지역에 대입해 보면 더욱 더 지역의 정형화된 분석틀을 만들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서게 될 것이다.

러시아연방 인문공간의 다의적 성향 때문에, 러시아의 지방 연구를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 분류방식의 지역개념을 넘어서 새로운 지역개념의 규정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통한 연구방법의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점이 과거와 현재의 연구 경향과 성격을 분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 경제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야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 대한 연구는 시기에 따라 그 관심 분야가 변모되어 왔다. 16세기 러시아의 정복과정과 더불어 러시아와 유럽은 시베리아 지역의 모피에 대해 관심을 집중해왔다. 이후 영토 확장과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에 대한 러시아의 의지는 지리학 분야로 연구 범위를 확대시켜 나갔다. 지난 20세기 이데올로기의 극렬한 대립으로 인해 베링해를 두고 인접해 있는 미국 역시 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해왔다.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시베리아 원주민의 관계, 알래스카의 문제, 이데올로기 대립시기의 안보상의 문제 등에 기인한다. 냉전체제의 소멸로 인한 국제질서의 재편과정과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한 동북아 지역이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세계 각국의 자원 개발과 확보 문제로 인해 동 지역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러시아의 개방 이후 우리나라에서의 시베리아 연구도 활발히 전개되었으며 특히 천연자원의 확보에 대한 욕구와 맞물려 수많은 연구를 가능케 하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국내외 대부분의 연구주제 관심은 천연자원에 의한 경제적 목적에 집중되어 왔다. 물론 이러한 관심은 이 지역을 통한 단기간의 이익확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측면에서의 시베리아 개발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상태이다.

다시 말해, 현 시베리아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장차 발전해 나가려 하는 방향성에 대한 이해와 분석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시베리아는 어떤 지역이며, 어떤 과정을 통하여 지금의 시베리아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의 문제점, 그 구성원은 과연 누구이며, 어떠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시베리아의 미래가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상의 공익(환경적, 경제적, 국제관계 상)에 지대한 영향을 오래도록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훈/ 배재대 한국-시베리아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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