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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서울,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생지옥?” 201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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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서울,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생지옥?”

처음 남한에 입국하던 날, 인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며 보았던 남쪽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줄지어 달리는 자동차 행렬,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 단지들, 잘 포장된 도로와 가로수들, 눈을 뗄 수 없는 멋진 풍경이었다. 특히 인천공항을 나서면서 보았던 파란 소나무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북한에서 보았던 소나무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남쪽으로 오는 과정에 한동안 동남아에서 숨 막히는 더위 속에 지겹도록 열대식물만 보다가 흰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소나무를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심정이었다. “역시 삼천리 금수강산이 최고야!”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경제는 발전했더라도 환경오염은 심각한 수준일거라 여겼던 생각이 한 순간에 뒤집혔다.

남한 아이들, 나무 생김새도 몰라?

북에서 살 때 남조선이 공해 때문에 사람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생지옥으로 변했다는 선전을 귀가 닳도록 들었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공해가 너무 심해 가로수마저 잎이 노랗게 죽어가고 주민들이 창문도 열지 못하고 산다고 했다. 공원도 거의 없고 녹지도 없어 대도시 아이들은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책에서나 구경한다는 거였다.

심지어 남북교류 차원에서 남쪽에 다녀온 사람들의 체험수기 같은 것을 통해 서울 사람들은 밖에 나갈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차를 타도 창을 열면 배기가스 공해로 질식할 수 있어 여름철에도 유리창을 내리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린다고 했다.

북한당국은 그 원인이 “남조선 반동 통치배들과 미·일 독점재벌들, 매판 자본가들이 마구 끌어 들인 공해산업”에 있다고 비난했다. 주민 거주지역에 연기를 내뿜는 커다란 굴뚝들이 있는 사진자료까지 보여주며 그것이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공해산업이라고 했다. 토지 관리, 강하천 관리가 열악하여 조금만 비가 와도 한강이나 낙동강이 넘쳐나 해마다 수해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이재민들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본 진실은 달랐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어 방안 공기를 갈 때마다 창문도 못 열고 사는 곳이 서울이라던 북의 선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공원이 창밖에 보이고 아파트 사이를 가득 메운 나무숲, 가로수가 무성한 도로, 꽃들이 만발한 꽃밭들과 파란 녹지들, 새들이 우짖는 산책로, 이런 것을 북에선 전혀 소개하지 않는다.

北 “자주호” 매연, 南 차량보다 몇 십배 더해

자동차를 타고 갈 때 창문을 잘 열지 않는 것은 소음이 듣기 싫거나 에어컨을 작동시키기 때문이지 배기가스에 질식될까봐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혹시 멀미라도 느끼면 오히려 창문을 잘만 열어놓는다. 물론 자동차 공해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에서 선전하는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오히려 북한에 자동차 배기가스가 더 지독한 경우가 많다. 낡고 뒤떨어진 기술로 만들어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매연을 시커멓게 뿜는 “자주호” 자동차 한 대는 서울의 승용차 몇 십대 보다 더 심히 공기를 오염시킨다.

주민 거주지역에서 보이는 커다란 굴뚝을 두고 공해산업이라고 하던 선전도 거짓말이었다. 그것은 제품을 만드는 산업체가 아니라 주민들을 위한 지역난방, 중앙난방을 위한 시설이었다. 그런 것까지 공해산업이라고 한다면 북한은 모든 도시와 마을이 공해지역이다.

가는 곳마다 있는 석탄보일러 굴뚝들에서 시커먼 연기와 먼지가 마구 치솟고 집집의 작은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와 석탄가스로 매캐하다. 중화학 공장들도 대규모 공장이 아니면 주민지역에 있다.

북한 굴지의 제철도시인 청진시에 소재한 김책제철소는 시내 중심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용광로가 가동되는 경우 그 주변은 물론 도심에 있는 김일성동상 주변녹지까지 먼지가 내려앉는다. 아침에 입고 나간 와이셔츠를 저녁에 빨면 누런 물이 나올 정도다. 도시에 가로수 공원이 있지만 주변지역 산이 모두 민둥산이어서 조금만 바람이 세게 불어도 그곳에서 날아온 흙먼지에 눈을 뜨기 어렵다.

거기에 화장실이 변변치 않아 인분이 넘쳐나는 재래식 화장실 때문에 말라버린 인분가루가 흙먼지에 섞여 있다. 평양시는 그나마 양호한 편인데도 도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먼지가 많고 서울에 비하면 지저분한 곳이 많다. 어떤 사람은 북한에 공장이 멎어 있고 자동차도 적어 공기가 깨끗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구체적 실정을 모르는 억측이다.

아무리 산업이 없고 자동차가 없어도 산이 벌거숭이고 도시 관리를 제대로 할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환경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북한의 환경문제는 경제를 파탄 낸 당국자들의 문제다. 그럼에도 남한의 공해문제를 운운하며 과장 선전하는 행태가 참으로 가소롭다.

 

도명학/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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