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4월 1일

북한인권을 말한다 | 북한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2012년 4월호

<연간기획> 북한인권을 말한다

 북한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3월 8일은 제28회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1만5천여 명의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4년부터 매년 3월 8일을 전후해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전국여성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

TS_201204_59

지난해 4월 17일 계산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이 걸린 개성의 한 식당 사무실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국 탈북자 70% 여성 … 열악한 현실 암시

유엔은 농촌지역 영세농민이나 농토가 없는 5억의 여성들이 경제·사회·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계속 최하위 지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응해서 유엔은 특별히 여성인권을 강조한다.

여성인권은 권리와 의무의 관계로서 여성들의 정당한 요구와 사회적 참여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제2조에서 모든 사람이 성적인 차이로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남녀평등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 국가는 여성, 특히 모성보호의 책무를 져야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여성인권 현실은 어떠할까?

북한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국제부녀절’이라 부르며, 각종 국영 매체들을 통해 남녀평등의 구체적인 사례로 최고인민회의에서 여성 대의원이 비교적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전해 왔다. 실제로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여성의원 비율은 15% 정도로 전 세계 평균치 19.5%를 하회하며 143개국 중 85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북한의 통치구조가 수령과 군부에 권력이 집중된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이 지표는 북한 여성의 사회적 위상을 올바로 반영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북한의 정치구조는 가부장주의를 바탕으로 한 현대판 유교독재국가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통치자는 아버지며, 당은 어머니, 그리고 모든 국가기구는 마치 부모에 대한 효도와 같은 도덕적 충성을 강요한다. 더구나 김정일 정권이 내걸은 선군정치는 남성성을 상징하는 군대가 강철 같은 근육질 이미지로 모든 사회영역과 경제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서 여성은 순종과 희생의 가치를 구현하는 대상으로 형상되고 있다.

북한 여성의 탈북 추이는 북한의 여성인권 수준을 체감할 수 있는 ‘온도계’다. 현재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 가운데 여성인구 비율은 70%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여성인권 실태가 매우 열악하다는 현실을 암시한다.

북한의 여성 인권침해 환경의 ‘구조화’ 양상은 1990년대 이전부터 온존해 온 침해 구조와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취약해진 사회경제 현실이 결합하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봉건적 여성 억압구조와 경제난으로 인한 사회적 억압구조의 결합이 더욱 구조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 인권침해 유형의 다양화, 침해 규모의 확대, 침해 방식의 조직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인권적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난의 일상화’는 장마당 중심의 북한주민 생계활동에서 국가 또는 남성이 제도적 통제, 물리적 폭력, 관료적 착취 등의 형태로 보다 많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시장 관리·감독의 명분으로 북한 여성들에 대한 폭력, 착취, 희생강요가 일상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은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적 질서와 권위적인 권력 운용, 차별적인 계층질서, 그리고 그 속에서 장마당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 등 중층적인 차별과 착취 구조에 노출되어 있다.

가부장질서·생계유지 … 중층적 착취에 노출

북한에 극심한 기근이 들기 시작한 때부터 많은 북한 여성들은 실질적으로 가족 부양의 역할을 도맡기 시작했다. 북한의 남성들은 직업에 얽매여 있어서 일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 도망쳤다는 의혹을 살 수 있으나 여성들은 비교적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일찍부터 중국에 드나들게 되었고, 시장경제 활동에 조금 더 일찍 노출이 되었다. 여성들의 탈북은 많은 경우 단독적·집단적 형태로 이루어지며 이들은 중국 조선족들의 소개로 성매매 업소에 팔리거나 인신매매에 걸려 오지나 험한 일자리로 팔려 가게 된다.

또한 산나물이나 기타 물건들, 불법적인 마약류를 판매하는 활동 등에 종사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일어난다. 국가법으로 엄격히 금하고 있는 중혼이나 성매매 등도 성행하고 있으며 배고픔을 면하기 위하여, 가족을 살리기 위하여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을 거래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탈북한 이후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강제송환된 여성들은 수감되는 과정부터 굴욕적인 조사와 폭력을 당한다. 특히 중국에서 임신한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이 이루어진다는 증언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형법은 임신한 피심자에 대해서는 산전 3개월부터 산후 7개월까지 구류 구속 처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증언에 따르면 출산 전후 10개월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국경지역 보위부에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강제낙태를 위한 조치들이 이뤄졌다. 중국에서 임신한 경우 강제송환된 여성들에 대해 낙태를 종용하고, 출산 시 영아를 방치하여 사망하도록 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도 새로운 바람은 불고 있다. 사실상 북한주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장마당 경제의 주체는 여성들이다. 장마당을 통해서 장사에 눈을 뜨고 재산을 축적한 여성들은 가부장 사회에 저항하고 있다. 북한의 높은 이혼율과 탈북 여성들은 북한사회의 유교적, 가부장적 지배구조에 대한 여성들의 탈출과 저항을 상징한다.

여성인권 운동은 여성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가부장적 지배구조에 저항하는 사회적 행동이다. 우리는 수많은 탈북 여성들이 남한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고 자식을 데려오는 장면을 목격한다. 또 교수로서, 전문인으로서, 사업가로 성공을 거둔 탈북 여성들을 보아왔다. 이제 이들이 북한 여성들을 위해서 나서야 할 차례다. 억압과 차별, 착취에서 고통받는 북한 여성들을 깨워야 할 것이다.

 

이원웅/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