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4월 1일 0

탈북자 강제북송…대중외교 방향은?| ‘조용한 외교’, 실효성 적어…다자외교 전환 적절 2012년 4월호

탈북자 강제북송…대중외교 방향은?

‘조용한 외교’, 실효성 적어…다자외교 전환 적절

최근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이슈화된 탈북자 문제의 해법에 대해 말들이 많다. 물론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 있어서는 여와 야,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상당한 정도의 컨센서스를 이룬 것으로 보이나, 그 해결책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보다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한·중FTA 추진 등 함께 풀어야 할 현안이 많은 중국에 대해서는 역시 기존의 ‘조용한 외교’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 또한 나오고 있다. 아울러 탈북자 문제는 그 근본해결책인 북한의 경제상황 개선이 우선이므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우선 인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의 탈북자 문제를 경제적 문제로만 바라보는 문제점이 있다. 탈북자 중 상당수는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탈북하고 있으며, 최근 탈북 경향은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 월경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이미 정착한 가족의 도움과 외부정보의 유입으로 남한 망명을 목적으로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설사 탈북자가 중국의 주장과 같이 ‘모두’ 경제적 이유로 월경한 불법이민자라 하더라도, 유사하게 천재지변이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이웃나라에 피난 갔던 수많은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자국으로 송환되더라도 큰 국제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탈북자 문제가 이슈화된 가장 직접적이고도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북한당국의 탈북자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처벌인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다자대화, 인권 문제 정치화 방지에 효과적

북한의 과도한 처벌 관행이 경제적 이유로 탈북한 사람조차도 난민으로 만들어 그들의 강제송환을 금지시키는 것이고(난민지위협약 제33조) 북한의 탈북자 심문과 수용 시 가해지는 고문과 기타 비인도적 행위가 탈북자가 설사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인간’이기에 고문받을 우려가 있는 곳으로 강제송환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고문방지협약 제3조).

인권 문제는 전통적으로 국내 문제였다. 국가 대 국가의 문제를 다루던 국제정치와 국제법 분야에서 인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진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그리 길지 않다. 가해국과 피해국의 대결 구도가 명확한 국가 간 분쟁과 달리 일국의 정부와 그 영토 내 개인의 관계를 다루는 인권 문제는 제3국이 잘못 건드렸다간 양국의 우호관계를 쉽게 해칠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 문제는 통상 양자대화보다는 다자대화를 통해 푸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건 바로 다자무대에서는 인권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화 되는 것을 방지하고 인권 그 자체의 문제로 논의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캐나다 등 중견국 적극 활용방안 강구하자

탈북자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과 같이 외교하기가 간단치 않은 국가를 상대로 예민한 인권 문제를 직접 양자대화로 풀기보다는 중국도 국제사회 일원으로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유엔인권이사회와 같은 다자적 틀을 보다 적극적이고 지혜롭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다자인권 메커니즘 등을 통해 인권 문제를 정치·경제 문제와 분리하여 대응하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 한·중 경제관계 등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가 산적한 한·중관계에서 탈북자와 같은 인권 문제는 지금까지와 같이 항상 뒤쳐지는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즉 탈북자 문제는 인류보편가치인 인권 문제로, 정치 문제와 엄격히 분리하여 다자 인권무대를 적극 활용하며 일관된 주장을 꾸준하게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외교 문제나 실제로 해결될 수만 있다면 물밑에서 조용히 양자적으로 푸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중국을 상대로 한 ‘조용한’ 탈북자 외교도 진정 실효성이 있기만 하다면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3~4년 전부터 이러한 우리 정부의 노력엔 그리 큰 결실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여기에 대한 원인 분석 또한 다양하게 나올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3대세습 구축과정에서의 북한의 불안정성을 바라보는 중국의 보호심리가 가장 크게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 현재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을 상대로 아무리 ‘조용한’ 양자외교를 추구한들 사람들이 말하는 그 ‘실효성’은 쉽게 확보될 것 같지 않다. 실제로 국군포로 가족조차도 우리 재중 총영사관에서 3년째 기약 없는 사실상의 ‘감금’ 생활을 감내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다자 공개외교로의 태도 변화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용한’ 양자외교가 앞으로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자외교는 다자외교대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면서도 중국과의 양자외교 또한 더욱 긴밀히 강화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결국 탈북자와 같은 인권 문제의 해결은 다자외교와 양자외교를 어떻게 조화롭게 잘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탈북자 관련 다자 인권외교는 정권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동시에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양자외교가 이에 가미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자외교를 추구함에 있어서 미국, EU 등 중국과 경쟁관계인 강대국들과의 협력도 긴요하겠지만, 인권이나 국제규범에 대해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중견국들, 예를 들어 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문제를 직접 중국에 제기한 바 있는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등의 국가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론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지금, 단기적 성과에 너무 집착하기 보다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며 탈북자 외교를 포함한 우리 인권 외교 전반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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