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제발전 모델 전환 시도…관료자본주의 탈피가 분수령 2012년 4월호
특집| 안정과 성장, 기로에 선 중국
경제발전 모델 전환 시도…관료자본주의 탈피가 분수령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3월 5일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GDP) 목표치를 7.5%로 내려 잡았다. 그동안 줄곧 ‘바오빠(保八)’라 해서 8%의 경제성장을 13억 인구 대국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정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왔던 중국으로서는 이례적 결정이다.
중국의 자동차, 철강, 시멘트 수요가 감소하거나 증가율 둔화 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예측하는 국제 투자회사의 분석이 제시되면서 한국과 세계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또 3월 15일에는 그 동안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정부 역할을 강조한 ‘충칭(重慶)모델’을 이끌었던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전격 해임됨으로써 중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 우려가 더해졌다.
올해는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의 마지막 해며 제5세대 지도부가 탄생하고, 제12차 5년 계획의 첫 해로서 과도기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어쩐지 어수선한 느낌이다.
우선 GDP 성장 목표치를 낮춘 것이지 ‘예측치’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매년 봄철에 제시하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다분히 정치적이며 심리적인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2004년 이후 세계금융위기 이전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 정부는 경기과열을 경고하면서 경제성장 목표를 8%라고 발표했으나, 결과는 연평균 10%를 훌쩍 뛰어 넘었다.
성장동력 약화 대비 정부주도 산업정책 재점화
올해 세계경기 불안과 중국의 내수촉진 필요성을 감안한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 정책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부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중앙정부의 느슨한 거시경제 관리를 틈탄 지방정부와 일부 산업의 맹목적 투자와 부동산 가격 불안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재정 및 금융기관의 부실과 유동성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당연히 사회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뢰밭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의도는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내놓더라도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자동차와 철강, 시멘트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은 전면적 경기둔화 현상이 아니라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08년 가을부터 강력하게 추진됐던 4조 위안 규모의 정부주도형 투자계획이 올해 마무리 되고, 아직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정책이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투자가 중국경제 성장의 엔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로 인한 과잉설비와 공급과잉 현상을 방치한다는 것은 곧 갑자기 시동을 꺼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중소도시 건설, 신에너지 및 신소재 산업, 내륙지역의 사회간접자본 확충, 중소기업 현대화 등의 정부주도형 산업정책에 다시 점화(點火)함으로써 성장동력 약화에 대비할 것이다.
원자바오가 밝힌 올해 경제정책의 첫 번째 목표 ‘안정 속의 신속한 발전’에서 초점은 여전히 ‘신속한 발전’에 맞춰져 있다. 장기적으로 봐서 중국 정부가 정책적 투자에 의존하여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현 상황이 경제구조 왜곡이나 ‘관(官) 주도형’ 경제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은 틀림없으나, 적어도 올해 경제성장 둔화 위험을 극복하기에는 충분하다. 제5세대 정권에 넘겨줄 중국경제에 시동이 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관 주도’ 기득권층, 성장방식 전환 원치 않아
보시라이의 전격 해임으로 인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위 좌파와 우파의 노선투쟁에 의한 중국 사회혼란도 기우에 그칠 것이다. 이번 사건은 9인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대표되는 중앙의 핵심 권력이 보시라이의 선동적 정치 행태와 이를 뒷받침한 선심성 경제정책에 일침을 가한 것이지 결코 정치적 혼란의 예고편이라고 보기 어렵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의 광기와 재정적 합리성을 결여한 선동적 경제정책의 파괴성을 잘 알고 있는 중국 지도부가 합심하여 개인적 야심가의 발호를 막은 것이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 정치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보는 원자바오와 안정을 강조하는 후진타오의 갈등은 상황을 보는 시각과 이해관계의 마찰을 의미하는 것이며, 결코 좌와 우의 본질적 투쟁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시라이 파동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한 중국 사회의 혼란 확대는 있을 수 없다.
중국이 올해에도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양회(兩會)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거론됐던 성장방식의 전환과 소비확대와 빈부격차 축소, 교육 및 사회보장 제도의 확충 노력이 그리 쉽사리 성과를 보기 어려운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일상 경제활동을 국가가 주도하고 영향을 미치는 중국 특유의 ‘관 주도형’ 경제 체질이 바뀌지 않는 한, 이들 정책목표는 구호에 그칠 것이다.
경제개혁 과정에서 방대한 이익을 확보한 기득 관료 및 국유기업,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된 일부 부유층은 중국 GDP의 대부분을 장악함으로써 대다수 중국인의 소비수준을 제약하고 있다.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성장방식의 결정적 전환도 원치 않는다. 관 주도형 경제의 기득권층에게는 정치적 특권과 경제적 이권이 보장되는 이대로가 좋은 것이다. 원자바오가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목청을 돋우는 이유다.
사회보장 역시 매년 중국 정부가 홍보하는 증가율로 현 상황의 어려움을 덮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보장 지출 및 제도 확산의 비율 증가는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하나, 13억 인구와 워낙에 미비했던 초기 여건으로 인해 현실의 개선 속도는 더디다. 이제 중국의 개혁은 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이 ‘관료 자본주의’의 두꺼운 껍질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한 진정한 ‘발전모델의 전환’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경제는 성장기에 있으나, 여전히 지속가능한 바람직한 발전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