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정치개혁 중점은 관료부패 척결…인민들 저항 거세져 2012년 4월호
<편집자주>
중국 최대의 국정행사인 양회(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 3월 3일부터 13일까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후진타오를 주축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 임기 마지막 해에 열려 현 정부에 대한 ‘총괄적 평가’로서의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곧 등장할 제5세대 지도부의 정책방향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
일단 올해 중국이 넘어야 할 파고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안정적인 지도부 교체를 통해 성공적인 권력이동을 이뤄내야 하고,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아내야 하는 동시에 그간 양적성장 중심의 발전상 이면에 숨어왔던 사회불안 요소도 제거해야 한다.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발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유리한 대외 안보환경을 조성해야 함도 물론이다. 양회를 통해 올해의 정책목표로 ‘안정 속 성장 추구’라는 ‘온중구진(穩中求進)’을 천명했지만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안정과 성장을 앞에 두고 기로에 선 중국, 이른바 ‘중국식 개혁’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전망해봤다
특집| 안정과 성장, 기로에 선 중국
정치개혁 중점은 관료부패 척결…인민들 저항 거세져
치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개혁이 끝까지 이뤄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문화대혁명 같은 비극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특히 당과 국가 영도(領導)체제 개혁을 진행하여야 한다.” 중국의 권력서열 3위인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가 지난 3월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우리나라의 정기 국회에 해당) 제11기 5차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중국에서 지난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 동란(動亂)’으로 규정하여 언급 자체를 금기시 한 문화대혁명에 대해 원자바오 총리가 언급한 것은 중국 통치구조의 심각성을 암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중국의 핵심적 국가목표가 아직도 달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료부패가 기승을 부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올해 가을 18차 당대회에서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홍색(紅色)정치가 난무하는 현상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개혁의 중점은 관료부패에 맞춰지고 있다. 중국 관료들은 각종 인·허가권을 바탕으로 뇌물이나 리베이트를 챙기고 있고, 관료 출신 기업가를 또 다른 관료들이 챙겨주는 이익사슬 구조까지 고착화되고 있다.
인민들의 관료부패에 대한 저항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수년간 시위나 항의집회, 집단 민원이 해마다 20% 가량 증가하고 있다. 그 수가 한해 20만 건에 이른다는 추정도 나온다. 지난해 말 중국 광둥성 우칸촌에서는 지방 관료가 주민 공유 토지를 몰래 처분한 데 항의하는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결국 공권력이 주민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형태로 해결했다. 과거처럼 강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단계를 지난 것이다.
문화대혁명 같은 비극 다시 벌어질 수도?
원자바오 총리가 문화대혁명까지 거론하면서 정치개혁을 제기한 것은 서방식 민주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부패에 대한 불만이 인민 봉기로 발전하여 체제에 위협적인 것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의 노선과 강도를 둘러싸고는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월 15일 해임된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를 비롯한 태자당 쪽에서는 분배 강화와 사회주의 공동체 문화의 부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극단적인 평등을 강조하면서 이념·사상·계급투쟁 중심의 문화혁명 좌파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당내 좌파들은 지나친 성장 중심에서 오는 관료부패, 소득·지역·계층 간 양극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불만 등을 잠재우기 위해 급격한 시장경제 확대와 이를 위한 정치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개혁론자들은 시장경제 개혁 확대와 민주적 권리 보장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인민일보>는 원자바오 총리의 주장과 관련해 “개혁 반대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개혁에 대한 서로 다른 목소리”라고 했다.
원자바오 총리 등 정치개혁파는 공산당의 영도를 분명하게 인정하지만 공산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즉 당국가체제로 당의 지도하에 있는 정부의 역할(국무원과 전인대 포함)을 확대하고 인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인민의 정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자는 뜻이다.
특히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우리나라의 국회의장)이 전인대에서 “중국은 서방 국가의 법률체제를 모방하지 않고 중국 특색적 사회주의 법률체제를 고수할 것이며, 서구의 의회시스템과 삼권분립 구조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은 당이 전인대(국회)와 사법부까지 지배하는 당국가체제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전인대 인민해방군 분임토론에서 ‘안정과 발전’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원자바오가 말하는 정치개혁은 절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현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중국의 핵심 목표를 위해 국내외적인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개혁이다. 이것은 부패척결을 위한 인민들의 감시기능 강화와 공산당의 과도한 권력집중과 남용을 억제하는 정치개혁이다.
자유민주주의에 익숙한 우리의 눈에서 기대하는 자유경쟁적인 복수다당제나 인민이 완전히 자유스러운 입후보와 선택이 보장된 선거, 체제와 정권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언론의 자유에 기초한 정치개혁은 아니다. 중국의 정치는 우리와 분명하게 다르다는 것에 유념하여야 한다.
견제와 균형의 집단지도체제 못 벗어나
최근 중국의 최고지도부 내에서는 장쩌민으로 대표되는 상하이방(上海幇, 상해시 및 당에 근무한 세력들이 중심이 된 파벌), 후진타오가 중심인 공청단파(工靑團派, 공산주의청년단 출신 파벌), 태자당(太子黨, 혁명원로들의 자제들로 구성된 파벌) 등 세 파벌이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특히 10월에 새로운 최고지도부를 선출하는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보시라이의 낙마로 공청단파의 득세와 태자당과 상하이방의 위축을 전망하는 입장들이 나오고 있다. 중립적인 입장의 원자바오가 정치개혁을 강조하자 이런 예측들이 더 설득력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등소평이 절묘하게 만들어 놓은 견제와 균형의 집단지도 체제의 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올 가을에 새로 들어설 5세대 지도부도 좌편향을 경계하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평등한 분배를 동시에 고려하는 중국식 집단지도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많다. 7월의 베이다이허(北戴河,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산동성 여름 휴양지) 회의에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각 파벌들의 권력분점 양상이 주목된다.
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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