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2월 1일 0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북한판 장난감 친구들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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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9 | 물에 빠진 곰
 
북한판 <토이스토리> 장난감 친구들이 깨어난다!
 
 
 북한의 <새로 사귄 동무> 시리즈는 연말 백화점 아동선물 코너의 인형들이 깨어나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스토리 구성이나 컴퓨터 3D로 작업한 것이 여러 가지로 <토이스토리>를 연상케 한다. 다른 점이라면 캐릭터들의 동작이 조금 어색하고, 내용이 보다 교훈적이라는 것 정도라고나 할까.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쉽게 떠오르는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같은 동화나 <뮬란>, <포카혼타스>, <쿠스코 쿠스코> 등의 이야기도 미국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토이스토리>는 가장 미국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에 제작된 <물에 빠진 곰>은 <새로 사귄 동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1편 <물에 빠진 곰>에 이어 2편 <우리 선수들>도 나왔다. 인간이나 동물이 아닌 인형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물에 빠진 곰>은 전형적인 북한판 <토이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을 인간이 아닌 장난감 친구들의 우정과 모험을 주제로 하였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인간에 가까운 인형으로 만들지도 않았다.

 인간도 로봇도 아닌 그렇다고 동물도 아닌 인형을 주인공으로 하였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것은 북한 아동영화에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흔히 북한 아동영화의 주인공은 의인화된 동물이나 사람이다. 의인화는 아동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법이다. 가장 많이 의인화되는 동물은 토끼, 닭, 고양이, 돼지, 곰, 염소 등이다. 긍정적으로 의인화되는 동물은 토끼, 개미, 고양이, 다람쥐, 강아지, 고양이 같이 작은 동물이고, 부정적으로 의인화되는 동물은 늑대, 여우 등이다. 의인화된 사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는 않는다. <새로 사귄 동무>는 인형들이 등장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종소리로 장난감 친구들 장기자랑 시작

새해 첫 날 백화점 장난감 코너에서 벌어지는 인형들의 소동을 다룬 은 북한판 를 연상케 한다.

새해 첫 날 백화점 장난감 코너에서 벌어지는 인형들의 소동을 다룬 <물에 빠진 곰>은 북한판 <토이스토리>를 연상케 한다.

 <물에 빠진 곰>은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2005년에 제작한 16분짜리 3D애니메이션이다. 12월 마지막 날이 지나고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아동백화점 2층에서 장난감들이 깨어난다. 먼저 깨어난 초록색의 장난감 코끼리가 다른 동물들을 차례로 깨웠다. 잠에서 깨어난 동물인형들을 한 자리에 모은 코끼리가 자기소개를 하고 재주도 보여주자고 하였다. 노래 잘하는 멍멍이가 인사를 하고, 아코디언을 잘 연주하는 야옹이도 인사를 하였다. 돼지가 호른을 연주하고, 다람쥐는 저글링을 하고, 사슴은 공을 굴리면서 모두들 즐겁게 새해를 축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슴이 재주부리던 공이 잠자던 곰돌이에게 맞았다. 곰돌이 인형이 떨어지면서 깨어났다. 곰은 자기가 새로운 인형이라면서, 공장에서 아저씨들이 아주 힘 세게 만들어 주었다고 소개하였다. 깡총이는 인형친구들을 불러 소개시켜 주었다. 하지만 곰은 친구들을 무시하고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리고는 무거운 역기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 자유자재로 돌리며 힘자랑을 하였다.

 깡총이와 멍멍이가 널을 뛰면서 재주돌기를 하였다. 그러자 다른 인형들이 칭찬을 하였다. 시샘이 난 곰은 트램펄린을 가져와서는 뛰기 시작하였다. 높은 곳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재주를 자랑하던 곰돌이는 그만 너무 높이 뛰어 샹들리에에 매달리게 되었다. 인형들은 샹들리에에 매달린 곰을 어떻게 구할까 고민하였다. 똑똑한 깡총이가 선물코너에 있는 풍선을 이용하여 곰돌이가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깡총이와 함께 풍선을 타고 내려오던 곰돌이는 인형친구들이 깡총이를 칭찬하는 것을 보고 또 심술이 났다. 곰돌이는 잡고 있던 풍선줄을 마구 흔들었다. 그러자 풍선줄이 끊어지고 곰돌이와 깡총이는 3층 비행기 매대로 떨어졌다.

 비행기 매대에 떨어진 곰돌이는 이번에는 깡총이를 태우고 비행기를 몰았다. 깡총이는 위험하다면서 말렸지만 곰돌이는 비행기를 타고 곡예비행을 하면서 백화점 이곳저곳을 날아다녔다. 마침내 사고를 내고 곰돌이와 깡총이는 2층 매대 창고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곰돌이는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이번에는 분수대에 빠졌다. 자동차가 분수대에 빠지자 장난감 친구들이 달려왔다. 장남감 친구들은 곰돌이에게 장난감보트를 던져 주었다. 물에 빠질 뻔했던 곰돌이는 비로소 친구들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한 것을 반성하였다. 그리고는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다짐하였다.

북한 아동영화 3D시대 진입 보여줘

 2000년 이후 북한 애니메이션에서 컴퓨터의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동영화의 내용에 컴퓨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아동영화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스캔과 원도 및 배경의 채색, 동화, 특수효과를 포함한 편집·합성을 컴퓨터 작업으로 처리하고 있다. 컴퓨터로 만화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적극 활용도 하고 있다. ‘초고 동화프로그램’ 소프트웨어도 개발되었다. <새로 사귄 동무>는 북한의 첨단 제작 기술을 총동원한 작품이다.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스토리 기획이나 캐릭터 개발과 같은 기획력이나 창의력은 약하지만 손재주가 좋다. 북한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대부분은 미술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감각도 좋다. 뛰어난 손재주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만화영화 수출도 많이 한다.

 세계 만화영화 시장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손으로 작업하던 많은 부분에 컴퓨터가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만화영화도 이젠 2D시대를 접고 3D시대로 접어들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 사귄 동무> 시리즈는 북한의 아동영화도 이제 3D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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