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부러진 화살이 사법부로 날아간 까닭은? 2012년 5월호
영화리뷰
<부러진 화살> 부러진 화살이 사법부로 날아간 까닭은?
영화 〈부러진 화살〉로 촉발된 논쟁도 조금 지난 이야기가 됐다. 영화 개봉을 전후로 사건 진실공방을 넘어 사법 개혁론까지 대두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 한바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제작진은 “98% 이상 진실”이라고 밝혔지만 법원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후 대법원이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여파는 컸다. 보다 앞서 상영된 영화 〈도가니〉도 일명 〈도가니〉법 제정을 이끌어냈듯이 사회문제를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고 다시 영화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양상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영화 〈부러진 화살〉은 실제 법정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 사립대학에서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는 대학교수와 학교재단측의 손을 들어준 판사, 영화는 재판의 부당성을 항의하기 위해 김경호 교수 (안성기 분)가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가면서 전개된다.
숨겨진 진실과 ‘부러진 화살’의 왜곡
이 사건은 크게 김 교수의 재임용절차에 대한 재판과 석궁사건 이후의 항소심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영화는 후자인 항소심과정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주인공인 김명호 전 교수는 석궁 사건으로 2007년 2월에 기소됐다. 그의 혐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 상해)이었다. 김 전 교수는 15번의 재판 과정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석궁으로 박홍우 부장판사가 맞긴 했지만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고의성’을 두고 재판부와 김 교수의 입장이 엇갈린다.
영화는 큰 틀에서 김 교수와 박준 변호사가 호흡을 맞춰 사법부에 맞서 싸우는 대립구도로 그려진다. 이미 적군과 아군을 설정해 놓은 상태에서 출발한다. 영화에 나오는 법조인들의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우리는 주인공 편이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영화의 내용에 심기가 불편할만한 부분이다. 특히 권위적으로 비추어지고 있는 재판과정이나 구치소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피의자를 괴롭히는 장면에서는 누구나 반감을 가질 만하다.
어차피 상업 영화는 다큐멘터리나 뉴스보도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그대로를 그려낼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의 시선을 끌만한 ‘흥미’의 요소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교수의 대학복직을 둘러싼 공방보다는 판사 위해(危害) 사건을 중심으로 항소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전후과정은 접어두고 한 국면을 부각시켰다. 사법부가 억울함을 호소할 만도 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지 않은가?
영화 속 공판과정에서 피가 묻은 와이셔츠, 부러진 화살, 이것이 김 교수가 재판부에 무죄를 항변하기 위해 요구하는 증거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미뤄지거나 기각된다. 이런 점 때문에 당시 재판이 부당했으며, 법원이 법을 무시하고 자의적인 해석을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즉 박 부장판사 옷에 묻은 피가 실제 박 부장판사 피가 맞는지에 대한 혈흔 확인요청이 항소심 재판부에서 기각되고 박 부장판사가 맞았다는 ‘부러진 화살’이 없는데도 재판을 종료한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피해자가 일반인이 아닌 판사이기 때문에 ‘가재는 게 편’이라는 의혹을 떨치기 힘들다.
그럼 또 화살을 돌려 보자. 개인적으로 석궁사건을 보며 드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영화에서 석궁의 살상력 실험을 통해 제대로 맞을 경우 수십㎝ 두께의 돼지고기가 뚫린다는 점을 입증한다. 그렇다면 박 판사가 석궁에 맞았든 맞지 않았든 이런 무기를 장전한 상태에서 겨누었다는 사실자체가 불법 아닌가? 이 정도의 무기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하지 않은가?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현실의 판단은 상식의 영역보다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강하게 작용했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극적으로 표현한 대사다. 이 영화가 진위여부를 떠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영화는 사립대학 교원 재임용과정의 문제점은 말하지 않는다. 불똥은 사법부로만 튀었다. 대다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사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영화 〈부러진 화살〉 논란에 촉매역할을 한 셈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이 사회적 문제를 들춰내 국민들의 내재된 불만에 호소하면서 주목받다보니 상대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가려진 감이 있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우들의 명연기다. 주인공인 김경호 교수 역의 안성기, 박준 변호사 역의 박원상, 영화 끝부분에 최종심 판사로 잠깐 등장하는 문성근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배우들의 호연으로 인해 영화 속 스토리가 더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서유석/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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