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ㅣ 제강국 진입 실패…획기적 변화 기대 어려워 2012년 5월호
특집ㅣ 김정은 체제 출범…강성대국은?
경제강국 진입 실패
획기적 변화 기대 어려워
북한이 사회주의 강성국가 진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경제강국을 건설하는 일이다. 외부세계에서는 2012년에 접어들면서 북한이 과연 어느 수준에서 경제강국이 달성됐다고 주장할 것인지를 주목해 왔다.
지난 2~3년 동안 북한은 다양한 경제적 시도를 해왔다. 대외무역은 크게 증가해 왔다. 예산부문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평양시의 모습은 빠르게 변화했다. 중국과의 경제교류는 확대일로를 걸었으며, 나진선봉과 황금평은 양국이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국내외 언론에 비춰지는 평양의 모습은 근래 활기찬 모습들로 가득하다. 마치 북한이 경제강국의 목표를 달성한 것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져들 정도다.
사회주의 경제강국의 목표 수준을 북한은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김정일 시대에는 “이밥에 고깃국 먹고, 기와집에 사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 이유는 김정일이 생존 시에 유일하게 북한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했던 말이 바로 ‘이밥에 고깃국’이었기 때문이다.
경제강국에 진입하는 것은 전 주민들이 쌀밥과 고깃국을 먹고 편안한 집에서 살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평양시 10만호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경제적 역량을 집중하려고 했던 점도 이밥의 고깃국, 그리고 기와집과 상통한다.
김정은 4·15 연설 … 경제강국 진입 실패 자인
그런데 김정은의 4·15 연설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사용됐다.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 시대보다 표현이 조금 더 모호해졌지만 아직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많음을 북한의 지도자가 시인한 것이다.
또한 “세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강국에 진입하기 위한 방법으로 산업혁명과 함남의 불길을 지목하면서 경제강국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했으니 아직도 경제강국으로 진입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지난 2~3년 동안 북한은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전개했다. 2009년에는 150일 전투, 100일 전투를 실시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정상화시킨다는 목표 하에 현실적으로 동원 가능한 내부자원을 최대한 동원하기 위한 조치였다. 각 생산단위의 정상화를 위해 내부자원도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했다.
2009년 11월 30일에는 예고 없이 화폐교환 조치를 전격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가구당 10만원(북한돈) 한도로 신권과 구권을 1:100의 비율로 교환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화폐교환은 마무리됐고, 근로자들에게는 과거의 생활비를 그대로 지급하기로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100배의 구매력 상승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안 되어서 시장환율은 화폐교환 이전 수준을 상회하기 시작했고, 시장거래는 역시 과거 가격 기준으로 복귀했다. 화폐교환에 따른 가격변동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또한 평양시를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살림집 10만호 건설을 추진하고 곳곳에 현대적 시설물들을 건설해 오고 있다. 개선청년공원, 만경대 유희장 등 놀이시설을 비롯하여, 인민극장의 개건 등도 아울러 추진됐다.
오랜 기간 평양의 흉물로 여겨졌던 105층 류경호텔의 외장도 유리벽으로 단장했다. 겉보기에는 건설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부분 상징물 건설에 주력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10만호 건설사업도 당초 계획만큼 순조롭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강화했다. 핵실험과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내부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자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강화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나진항을 중국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하고 중국에는 그 대가로 나진항의 사용권을 내주었다. 압록강에 있는 황금평과 위화도 역시 북·중 공동개발에 합의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두 지역에 대한 개발은 아직 두드러지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진항 사용을 위해 중국과 북한을 잇는 도로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2011년 북한의 대외무역은 약 66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중국과의 무역이 2010년 대비 64%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북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4%에 달했다.
석탄 팔아 석유·식량 수입 … 제조업 생산증가 없어
그런데 무역거래 내용을 살펴보면 조금 다른 양상을 찾을 수 있다. 북한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50% 이상이 석탄수출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2011년에 두드러지게 석탄 수출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북한 내부적으로 식량 및 평양시 건설을 위한 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석탄수출의 한도를 풀었기 때문이다.
지하자원인 석탄을 캐내고 무한정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대중무역이 증가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지, 북한의 제조업 생산 활동이 증가하여 수출확대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밖에 2위의 수출품목 역시 철광석으로 지하자원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반면 수입의 경우 석유, 식량 등이며, 경제재건을 위한 품목의 다양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경제강국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있는가? 새로운 후계자 김정은은 이 과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의 등장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많은 기대를 불러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기대했다. 젊은 지도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로운 정책으로 북한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다.
그런데 위에서 지적한 일련의 조치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목된 이후에 추진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의 생존 시에 추진됐던 내용은 일종의 유훈사업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15 연설에서도 이러한 점들을 읽을 수 있다.
새 세기 산업혁명 및 함남의 불길을 강조하고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선군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 평화도 귀중하지만 자주권이 더 귀중하다는 지적 등은 향후 북한에서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는 어렵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강화하는 등 대외적 경제관계 확대는 김정일 시대에 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북한 내부적으로 자원을 동원해 보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류확대를 택했던 전례가 그대로 남아있으며, 실질적으로 중국과의 경제교류 확대를 통해 일정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도 “농·경공업 우선” … 특단의 조치 안 보여
2012년 4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2012년도 내각의 사업계획과 예산이 발표됐다. 여기에서 북한은 2012년 목표로 경공업과 농업에 역량을 집중하여 경제강국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공업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식량생산성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화학비료 및 농약의 공급을 강화하고, 경공업원료의 국산화율을 높이겠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경제무역지대의 개발과 합영·합작을 활성화하고 외국과의 기술개발 협조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예산은 공식환율 기준으로 62억달러 정도로 수입은 전년비 8.7%, 지출은 10.1%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예년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경공업 및 농업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면서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경제특구에서 외국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들이 보다 강조됐는데 이는 중국과의 교류를 강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2년 사회주의 경제강국의 진입은 일단 실패한 것으로 북한 스스로 인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징조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적어도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려면 좋든 싫든 외부로부터의 재원조달이 필요하며, 내부적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단의 조치 없이 기존의 탄성대로 점진적인 성과를 기대한다면 북한의 경제강국 진입은 요원한 목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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