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유대인이 발급해준 카드, 오바마의 선택은? 2012년 4월호
북리뷰
<이스라엘 로비> 유대인이 발급해준 카드, 오바마의 선택은?
2500년 전 유대 출신의 왕비 에스더가 목숨을 걸고 페르시아 왕에게 간언하여, 유대인 말살 음모를 꾸민 하만 일족을 칼로 몰락시켰다. 이를 기념하는 부림절(올해 3월 8일)을 앞두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 이 일화가 담긴 히브리어 경전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란이 이번에는 핵무장 음모로 우리를 전멸시키려하니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공격을 지지할 것인가? 공세적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미어샤이머 교수와 동맹이론의 대가 월튼 교수에 따르면 답은 이스라엘 로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 로비’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친이스라엘 쪽으로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수반하는 존재를 겨냥해 집중적으로 분석한 결과물이다.
두 사람에 따르면 미국은 ‘전략적 이해관계’나 ‘도덕적 근거’가 부족할 때도 이스라엘을 무비판적으로 지원해왔다. 이스라엘 로비가 자금과 언론을 쥐고 미국의 정책 과정과 대중 담론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정말 국익에 배치되는 경우에도 이스라엘을 지원해온 것일까? 그렇다면 미국의 세계 전략 속에서 중동의 가치, 군사력 과시를 유혹하는 군산복합체 로비, 석유 확보로 연결되는 오일 로비 등 다른 요인의 영향력을 사실에 근거해서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스라엘 로비의 정체, 전략,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 논의가 금기시 되어 온 이스라엘 로비에 대한 공개 담론 풍토를 조성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덕분에 구체적인 사례를 파고들어 경쟁가설을 하나씩 물리치는 것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다.
독자는 바야흐로 두 사람이 주장하는 바의 진위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스라엘 로비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적 손해를 감수하고 대이란 군사공격을 지지하게 만드는 데 성공할 것인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유대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카드 한 장을 발급해 내민다. 이 카드 안에 자신들의 표와 후원금이 들어있으니 당장이라도 인출해 가라고 말한다. 비밀번호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조치라고 넌지시 알려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카드를 사용한다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고유가와 경기악화 위협, 반미 테러가능성 확대, 이란의 방어용 핵무기 보유 정당화 등은 불 보듯 뻔하다. 국내적으로 재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신용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떼는 카드임을 오바마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에 11월 대선 이후로 이란 공격을 늦추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태껏 겹겹이 쌓여 있던 공공연한 비밀, 미국을 움직이는 이스라엘 로비의 진면목이 오바마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통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윤인주/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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