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1월 1일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판 마이스터고 ‘기능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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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5

북한판 마이스터고 기능공학교

최근 고등학교 과정부터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마이스터고’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특정 분야의 인재를 위한 뚜렷한 목적 때문인지 일반 고등교육 후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마이스터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어느 정도 감이 잡혀갔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재학 중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각이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북한에도 이런 유형의 교육기관이 있다. 우리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전문학교와 마이스터고에 해당하는 기능공학교이다. 전문학교는 3년제이고, 기능공학교는 1~2년제이다. 그러나 엄연히 따져 본다면 우리의 그것과는 다르다. 마이스터고는 정규교육과정, 즉 고등교육과정에 있는 학교다. 그러나 북한의 기능공학교는 정규교육과정이 아니다. 다시 말해 12년제 의무교육과정이 아니라 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생산공정이 원격 조정화된 평양 대성 타이어공장에서 2006년 8월 18일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생산공정이 원격 조정화된 평양 대성 타이어공장에서 2006년 8월 18일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직업교육? 극히 제한적, 그마저도 형식뿐

그렇기에 교육과정에 직업교육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능공학교를 직업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대상이 사회 직장인, 그것도 기능공학교 학생에 제한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중학교 학과목에 자동차 실습과 같은 과목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의 직업 선택을 위한 과정도 아니고, 실제로 자동차 실습을 하는 학교도 없는 형식상의 과목이다.

기능공학교는 교육위원회가 집행하는 정규교육과정이 아니라 정부 각 성, 위원회 산하이다. 실례로 건설기능공학교는 건재공업성 산하 기능공학교이다. 자연히 건설이나 그와 관련된 기업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특히 중학교를 갓 졸업한 노동자들이 입학한다. 입학은 직장에서 추천을 받아 시험을 보는 방식이며 의무는 아니다. 여기에는 용접공, 목수, 선반공, 간호사, 회계원 등 자격증을 가지거나 간단한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들어간다. 물론 이곳을 졸업한다고 특정 기업소에 배치되거나 진로가 확 열리지도 않는다.

이러한 기능공학교도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거의 문을 닫은 지경이다. 기능공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라면 대체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인데 실습 자재마저 자체적으로 준비해야 하니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가령 용접기능공학교라면 용접봉을, 상업간부학교 요리반이라면 쌀, 밀가루, 설탕, 기름과 같은 식자재를 준비해야 한다. 그 외 다른 기능공학교나 전문학교(전문대학)도 실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현재 북한에서 유지되고 있는 기능공학교로는 자동차 운전수 양성소와 상업간부학교가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차량이 보급되어 있지 않은 북한에서 운전기사들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려고 해도, 차를 타려고 해도 운전기사에게 잘 보여야 한다. 또 뇌물이 만연화되어 있는 북한에서 운전기사가 돈을 잘 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어 서민층에서 인기가 높다.

기능공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기능공 자격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개 현장에서 기술을 배우며 연한을 쌓으면 된다. 즉 노동 연한이 길수록 기술 수준이 높아져 북한에서는 ‘연한이 곧 실력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기능공들에게는 급수 시험이 있다. 급수는 숫자로 표시하는데 큰 숫자일수록 기능 급수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직업교육을 바라보며 인상깊었던 점은 매 순간에 개인의 선택이라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학교에서도 자기의 적성, 흥미, 능력, 신체적 특성, 가치관 등에 알맞은 일을 선택하고 그 일에 필요한 지식, 기능, 태도, 이해, 판단력, 일에 대한 습관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회의 마당을 마련해주는 것이 참 좋았다. 그것도 의무적, 강제적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북한 학생들은 정기교육 기간에 미래 직업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전혀 없이 사회에 나가게 된다. 그것도 국가가 졸업생의 관심사나 능력에 관계없이 노동현장에 강제로 배치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에 직업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를 조금이라도 전달해준다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마치 허허벌판에 아이들을 내몰고 ‘네가 알아서 살아라.’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렇게 국가가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교육 과정이 없이 야생적으로 살아가도록 버려두니 나라의 발전이나 기술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배경이 없는 수많은 직장 초년생들이 노동현장에서 자기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에 몸을 담고 새로운 인생 주로를 힘겹게 달리고 있는 나라, 이게 바로 오늘의 북한이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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