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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 “나는 북한 말 절대 안 써요!”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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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9

나는 북한 말 절대 안 써요!”

요즘 학교 분위기가 조금 산만한 편이다. 대부분 수시로 대학에 합격을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약간 들 뜬 분위기랄까. 가을 하늘도 높고, 아이들 가슴에 산들 바람도 부는 것 같아, 교실을 벗어나 수업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별 생각없이 학교 앞 피자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그리곤 내가 좋아하는 콤비네이션 피자를 시켰다. 얼마 안 되어 따끈따끈한 피자가 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먹음직한 피자를 보고도 아이들의 손놀림이 빠르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못 먹을 음식이라도 되는 냥 인상마저 썼다. 당황스러웠다.

“너희들은 피자 별로니?”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먼저 무엇을 먹을지 묻지 않은 게 영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여기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북에서 먹던 옥수수 국수나 꼬장떡 맛 같지는 않아요. 특히 피자는 더해요.” 아이들은 옥수수 국수, 꼬장떡이라는 말이 나오자 와글와글,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시 먹어 보고 싶어요. 가끔 꿈까지 꿔요. 고향 집 가마솥에서 막 쪄 낸 꼬장떡 먹는 꿈요. 옥수수 국수……. 그때는 정말 먹기 싫었는데 지금은 엄청 그리워요. 비오는 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옥수수 국수 먹던 생각이 자주 나요.”

우리도 다르지 않아요!”

 

아이들의 마음은 고향으로 가 있었다. 남한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설화는 북에서 옥수수 장사를 했다고 한다. “전 7년이나 장마당에 나가 옥수수를 팔았어요. 배급 나오는 걸 방앗간에 가져가 갈아서 가루를 파는 거지요. 대부분 물물 교환이예요. 제가 옥수수 장사해서 우리 식구 먹여 살렸지요.”, “그럼 학교는 어쩌고?”, “당연히 학교는 근처도 못 가 봤지요. 북에서는 나뿐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다니는 경우는 드물어요. 선생님들도 장마당에 나와 식량 구하는 게 더 급한 걸요.” 설화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자, 대입반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민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북한은 정말 과일이 맛있어요. 사과도 껍질 째 씹어 먹어도 아삭아삭, 맛있고 오야주나 자두도 여기보다 훨씬 크고 꿀맛이예요.”

북한보다 우리가 더 뭐든지 맛있고 좋다고 생각한 내 생각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민희는 과일 이야기를 하다말고 뭔가 생각이 난 듯, 불쑥 한 마디를 던졌다. “남한 사람들은 우리를 이방인으로 볼 때가 많아요. 그렇지 않으면 꽃제비 정도로 불쌍하게만 보고요. 어딜 가나 사는 모습이 다 다르듯 북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목숨 걸고 여기까지 왔을 뿐,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내 말투를 듣자마자, ‘너 북한에서 왔구나.’라며 무시할 때면 정말 화나요! 사람들이 날 마치 외계인 대하듯 쳐다볼 때 정말 싫어요. 그래서 전 북한 말 절대 안 써요.”

나도 처음엔 아이들의 억센 말투가 영 낯설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너 고향이 어디니?’ 라고 묻곤 했다. 아이들은 그게 상처가 되었던 것 같다. “남한은 간판이 거의 영어로 되어 있잖아요. 어떤 간판은 불어인지 스페인어인지 영 모르겠더라구요. 내가 외국에 온 게 아닌가 싶을 만큼 혼란스럽고 힘들었어요. 스타벅스가 뭐하는 곳인지 몰랐어요. 남한에는 왜 그렇게 이름도 가지각색 커피전문점이 많은지, 지금도 헷갈려요.” 나도 국적 불명의 간판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데 북에서 넘어 온 아이들은 오죽하랴. “북한말과 여기 말이 많이 다르니?” 어찌하다보니 남한과 북한의 차이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몸이 영 쨉니다무슨 뜻인지 아세요?

 

“여기서는 살 빼는 것을 ‘다이어트’라고 하잖아요. 북에서는 ‘몸까기’라고 합니다. 못 먹으니까 몸까기 할 사람도 많지 않지만요. 난 여기 와서 너무 배가 나와 몸까기 해야 합니다. 그래서 피자는 더욱 싫어요. 호호.” 늘 외모에 관심이 많은 선희가 장난스런 말투로 물꼬를 텄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다. “선희야, 너는 지금이 딱 좋아. 절대 몸까기 하지 마라.” 나도 맞장구를 쳐 주었다. “선생님, ‘오늘은 몸이 영 쨉니다’라는 뜻이 뭔지 아세요?” 하나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미향이 투박한 말투로 물었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몸이 거북하고 편안하지 않은 걸 ‘몸이 영 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조퇴를 신청하기도 하는데 몇 번 써 먹으면 효과가 없지요.” 이 말도 재밌다 싶은데, 이번에는 순애가 말을 이었다.

“자유주의 하지 말라는 뜻도 알아 맞혀 보세요.” 알듯 싶으면서도 딱히 이거다, 라고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 “‘개인행동을 하지 말라’는 걸 북에서는 ‘자유주의 하지 말라’고 합니다. 재밌죠?” 아이들의 말들이 쏟아졌다.

“매니큐어를 손톱 그림이라고 해요”, “립스틱을 입술연지라 해요”, “마네킹은 몸틀이구요.”, “마스카라는 눈썹먹이라고 하는데 정말 재밌죠?”, “스타킹을 살양말이라고 해요.”, “시집간 딸을 집난이라고 하고 시동생을 적은 이라고 하고 새엄마, 새 아빠를 훗엄마, 훗아빠라고 하는 것도 여기와는 다르죠?” 북에서 새 아빠의 횡포를 견디지 못해 탈북을 결심한 민정이 신나게 말을 이었다. 아이들과 북한 단어 이야기를 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불현듯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 물었다. “얘들아, 정말 북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이 없니?”, “네. 맞아요. 거기는 사랑한다는 말이 아예 없어요. 데이트라는 말도 없고요. 그냥 연애한다고 하지요. 요즘은 남한 드라마 자주 보니까 조금 달라지긴 했어요. 젊은 커플 사이에서는요.”

우리가 남과 북의 ‘다름’이 아니라 ‘차이’를 이야기하는 동안 피자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얘들아, 그럼 다른 것 먹으러 갈까?” 나는 미안한 마음에 진심으로 물었다. “아닙니다. 선생님. 피자 먹겠습니다.” 그제야 아이들은 일부러라도 맛있는 척 피자를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 나를 배려해 주는 아이들이 무진장 기특했다. 다음에는 진짜 너희들이 좋아하는 것 사 줄게.

 

Q. 수업시간 선생님 말씀은 물론이고, 친구들의 말도 못 알아듣겠어요. 좋은 방법 없을까요?

A. 무척이나 답답하고 힘들었을 친구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외래어 사용이 빈번한 남한과 비교해보면 북한은 영어와 한자어 대신에 순수한 우리말을 주로 쓰죠? 그리고 이곳 또래친구들은 유행어와 은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알아듣기 더 어려울 수 있어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듣기’와 ‘말하기’ 모두가 중요합니다. 먼저,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어려워말고 다시 한 번 천천히 말해달라고 부탁하세요! 되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넘어가면, 당장은 물어보는 어색함과 불편함을 피할 수 있겠지만 서로간의 오해가 생기게 됩니다.

다음은 친구의 말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도록 말하는 것입니다. 친구가 선생님과 친구들의 말을 알아듣기 어렵듯이 상대방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이곳 친구들과 다른 어휘를 사용하거나 발음과 억양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고, 낯선 사투리를 이해하기 어렵듯이 친구의 말도 다른 지역 사투리일 뿐이에요. 하지만 친구 스스로 발음과 억양 때문에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느낀다면 표준어 말하기 연습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곳 어휘를 이해하고 익힐 수 있도록 ‘글동무’라는 스마트폰 앱을 소개할게요. 사진 찍듯이 단어를 비추면 북한 단어와 뜻풀이가 나오는 전자사전 같은 앱이에요. 그리고 국립국어원에서 개발한 ‘휴대용 필수 생활 어휘 자료집’도 참고하면 좋을듯해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면 좋을 결과가 있으리라 믿어요!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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