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 코리밀라, 상생의 평화배움공동체 2015년 11월호
통일교육,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6
코리밀라(Corrymeela), 상생의 평화배움공동체
코리밀라(Corrymeela)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북아일랜드 분단극복을 위한 평화운동의 상징이다. 코리밀라가 무엇이길래, 어떤 역사적 장소이길래 전 세계 젊은이들이 자원 활동가로 오늘도 이곳을 찾고 있는 것일까? 1995년 코리밀라를 처음 접한 이래 필자 자신도 북아일랜드를 갈 때마다 잠시라도 들렸다 오려는 그 끌림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아마도 본연의 뿌리를 잊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일관성 있게 도전해 나가는 조용한 폭풍 같은 느낌을 코리밀라가 주기 때문일 것 같다.
불신과 폭력 몰아내는 생명과 신앙의 비전공동체로!
코리밀라가 시작한 196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비전을 향한 열망이 분출하던 시기였다. 청년학생운동은 구미 지역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반전 운동이나 새사회 운동의 중추를 형성했는데 그 영향력이 북아일랜드의 평화운동에도 일정하게 파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리밀라는 1960년대라는 특수한 시대적 도전에 대한 청년층의 응전으로서 북아일랜드 특유의 문화적, 사회적, 영적 각성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아이오나공동체나 아가페공동체와 유사하게 코리밀라도 시대의 아픔을 감싸안고 기도하며 대안을 찾기 위한 상징적 장소로 벨파스트가 아닌 조용한 해변가인 발리카슬에 둥지를 텄다.
북아일랜드 대표적인 대학인 벨파스트 퀸스 대학 기독학생들은 1960년대 시대정신 속에서 현재의 양극화된 부정의에 외면하고 있는 자신들의 교회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교회가 지역사회와 사회적 이슈에 무관심하고 개인적 신앙에만 안주하도록 한다는 자성 속에서 사회정의와 평화를 축으로 종교개혁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는데 이러한 기독교청년 영성운동의 중심에 코리밀라 선구자인 대학교목 레이 데이비(Ray Davey)가 있었다. 레이는 코리밀라를 서로 만나 서로 배우는, ‘선’을 향해 함께 일하는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 열린 마을이라고 선언한다. 북아일랜드에서 갈등하는 신·구교도가 함께 화해에 헌신하는 기독공동체로서 코리밀라는, 북아일랜드가 처한 내부 불신과 폭력을 몰아내는 생명과 신앙의 비전공동체로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한다’는 믿음으로 코리밀라 프로그램은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평화활동에 기반하며, 코리밀라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떠나면서 ‘코리밀라가 시작된다’는 자세로 자기가 존재하는 그곳에서 각자 코리밀라의 정신을 실천하며 교류하는 평화와 영성의 네트워크에 연결되게 된다. 그 결과 코리밀라 네트워크는 전 세계로 퍼져 있어 북아일랜드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불의의 이슈가 네트워크를 통해 이곳에서 함께 토로되며 문제해결을 위한 기도로 이어진다.
내가 처음 방문했던 것도 1995년 5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북아일랜드 신·구교도가 함께 하는 평화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그때 코리밀라의 역사를 이해하면서 특히 코리밀라의 평화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성과와 현실적인 접근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모든 프로그램은 주체적 참여와 대안모색 방법에 기초해 있었고, 코리밀라 공간은 때때로 정치범 가족의 쉼터가 되어 그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 간의 상봉이 이루어지면서 가족 간 화해와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으며, 이를 위한 목회 치유도 병행하였기에 지역의 신부나 목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여기서 이들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가공적 의식인 상대방에 대한 공포나 혐오 등을 물리쳐 낼 수 있게 되었고 점차 용서와 화해를 통한 평화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아이들의 희생이나 편견에 대처하기 위해 학교평화교육에 역점을 두게 되면서 청소년 프로그램이 중요한 어젠다로 떠올랐고 동시에 이들을 대하는 교사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코리밀라는 항시적으로 교사연수나 학생평화캠프가 열리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소수의 상근자와 다수의 외부 자원 활동가들에 의해 진행되면서 세대, 지역, 국가, 성별, 계층, 종교 간 접촉이 확대되었다. 지금도 우간다, 독일, 미국, 파키스탄, 영국 등지에서 온 자원 활동가들이 코리밀라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
학교평화교육 역점 … 항시적인 교사·학생 평화연수 개최
코리밀라의 목표 중의 하나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무지와 편견,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상호 존중하며, 신뢰하고 협동하는 새로운 관계를 개발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만나며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리밀라는 상생의 배움공동체인 것이다. 하지만 양극화된 북아일랜드에서 코리밀라는 ‘개신교 편향적이다, 비정치적이다, 중산층 주도적이다, 실제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 등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코리밀라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 평화활동가들은 지난 10월 말 5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코리밀라로 모여들었다. 코리밀라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일상성 속에서 평화와 상생의 영적 가치’가 다시 한 번 깊게 논의되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강순워ㄴ / 한신대 심리아동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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