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기념 대담 | “통일의 명암 정확히 알려 국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2015년 11월호
창간 32주년 기념 대담
“통일의 명암 정확히 알려 국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지금으로부터 25년전 독일은 분단의 역사를 접고 통일의 새길을 열었다. 비록 한독 양국이 가진 기본조건들은 상이하지만 독일이 걸었던 통일의 경험은 여전히 분단 상황 아래 놓인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통일 25주년을 기념하여 용ㅏ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의 외교자문 사절단으로 함게 방한한 미하엘 슈타크 헬뮤트-슈미트 대학교 교수를 만나 독일 통일 25주년의 의의와 함께 한국의 통일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편집자주).
신영석
한반도의 통일은 비단 남북한만이 아닌,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관계의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는 가운데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통일외교의 전략을 세워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최근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의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슈타크
얼마 전 DMZ 인근에서 목함지뢰 매설로 인해 한국군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일어났고 남북 당국자 간의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한반도 분단 상황이 여전히 군사적으로 팽팽한 긴장 속에 대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북한이 민생 안정에 투자를 하지 않고 군사력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정책적 방향이 부적절 한 것이라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일련의 군사력 증강과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70년 기념식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한 것처럼 소위 ‘군사력 보여주기’ 식의 발상에서 나오는 이벤트에 대해선 생존을 위한 전략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려했던 대로 북한이 ‘보여주기’ 이상의 군사 행동, 즉 핵실험을 한다거나 장거리로켓 발사 같은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을 현재까지는 일으키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아마 최근 국제정세 속에서 특히 중국을 의식한 여러 영향을 나름 계산한 가운데 북한 지도부 안에서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결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향후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정치·안보·경제·역사 아우르며 주변국에 통일비전 제시해야
현재 분단 상황 속에서 한국이 주변국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데 아주 기초적인 전략이자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북한의 핵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한다거나 통일 이후 한·미동맹의 미래와 관련해 지역적 평화에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부분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이를 비전화 하여 제시 및 공유하는 것은 주변국과의 신뢰를 쌓는 매우 중요한 통일프로세스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여러 경제적 협력 가능성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관계를 발전적으로 구축하는 동시에 역사적으로 갈등이 있는 일본과도 통일을 위한 신뢰를 구축하여 다자간 협력 파트너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한국이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영석
독일이 통일된 지 25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한국 내에서는 한국과 독일이 강대국에 의해 인위적으로 분단되었고 냉전으로 인해 분단이 고착화 되었다는 점이 유사함을 근거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독일의 대(對)주변국 외교의 교훈이 여전히 한국에 유효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독일의 분단 시기 국제관계와 지금의 한반도 주변 국제관계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독일의 통일외교 경험을 그대로 한반도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통일을 향한 독일의 외교적 경험이 지금의 한국에 여전히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떤 점을 들 수 있습니까?
슈타크 말씀하신 것처럼 독일의 과거 상황과 지금의 한국 상황은 다릅니다. 독일의 분단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에 따라 승전국에 의해 발생한 것이고 이것이 종식된 지 45년만에 통일이 되었지만 남북한은 분단된 지 70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분단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흔히 독일 통일을 말할 때 동독의 상황과 북한의 상황을 연계하여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 동독의 상황 역시 지금 북한의 상황과 매우 다릅니다. 실제로 동독에는 핵무기가 없었고 동서독 관계 역시 지금 남북한처럼 내부적인 군사 갈등이 없지 않았습니까. 물론 부분적인 면에서 분단의 영향과 통일전략 차원에서 서로의 사례를 두고 통일 환경을 비교해 볼 수는 있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여러 차이점이 있는 관계로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독일 통일은 하나의 사례일 뿐 한국은 한국의 실정에 맞는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할 것입니다.
핵심적 이해 가진 주변국 관계, 신뢰 바탕으로 발전시켜야
그러나 저는 한국이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앞선 상황을 이해하고 이로부터 유의미한 시사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은 분단 당시 독일이 주변국과 맺고 있던 관계, 통일을 이룩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적극적인 통일외교에 대한 노력일 것입니다. 1950~1960년대 서독은 서유럽과의 관계정상화를 이루었고 1980년대 후반에는 동방정책을 통해 동유럽 국가들과도 관계정상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주변국과의 신뢰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간 독일의 통일외교 정책이 결국 1989년 분단을 종식시키고 통일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현재 한반도 통일의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주변국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독일 통일에서 한국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독일 외교부와 한국 외교부는 양측에서 각각 국제관계 전문가 7명을 추대해 통일외교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사례별로 독일의 통일 과정에 대해 면밀히 연구하고 정책화 했던 경험과 이에 대한 영향을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죠. 중요한 것은 독일통일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검토하고 여기서 교훈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통일외교와 관련해 한국 측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것은 독일의 통일 직전 동서독과 소련, 미국, 영국, 프랑스가 참여하여 진행되었던 ‘2+4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입니다. 지금의 남북한과 동서독의 분단 시기 안보적인 면에서 각각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2+4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활용해 통일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분명 현재 한국의 통일외교 정책에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영석
통일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통일시대를 살아갈 이 땅의 국민들이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고 이를 실현해 낼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통일을 향한 과정에서 발생할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현명하게 조정해 나갈 대안을 모색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켜 나가는 노력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거 독일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국민적 통일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지금 한국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슈타크 사실 분단 당시 서독의 주민들은 독일이 분단되어 있는 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1989년 미디어를 통해 동독에서 일어난 평화 시위를 접한 서독 주민들은 현재 처한 분단상황에 대한 인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죠. 새로운 패러다임, 즉 통일을 지지하는 서독 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종국엔 70~80%의 서독 주민들이 통일을 원했습니다. 분명 독일의 통일은 국민적 통일의지가 결집되어 이룩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완전히 매끄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큰 실수도 있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독일 통일 과정 중에서 발생한 가장 큰 어려움은 그 당시 정부가 통일에 수반되는 어려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통일비용에 대한 언급을 전혀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문제로 이후 독일에서는 전 국민적 실망과 함께 정치적인 논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죠. 실제로 통일 직후 15년 동안은 경제적 격차로 인해 양독 주민 간에 보이지 않은 긴장이 발생했고요. 동독 주민들은 갑작스런 실업을 겪는다던지, 상대적으로 낮은 수입을 받는 현실에서 낙담하는 경우가 많았고, 서독 주민들은 엄청난 통일비용의 부담을 그대로 떠안게 되어 실질적 삶의 수준이 저하되는 아픔을 겪게 되었죠. 통일이 가져다 준 경제적 문제, 즉 현실적인 부분으로 자신의 삶에 닥친 문제에 불만이 높았던 것입니다.
‘통일’ 어두운 면도 정확히 알려야 통일 이후 사회갈등 최소화
통일이 국민의 삶에 가져다 줄 이익과 혜택, 가능성 등을 편익이라고 한다면 저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보다 통일 편익이 더 크고 많다는 것에 대해 동의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 하려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결국 정부가 통일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입니다. 통일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이를 감수해야 할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사회적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한 내용을 솔직하게 알려야 합니다. 독일 통일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만 불행하게도 통일 당시 독일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러한 부분을 놓쳤습니다. 통일 과정에서의 가장 큰 실수라고도 볼 수 있죠. 언젠가 기회를 맞이하여 통일을 눈앞에 두게 되었을 때 한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통일의 밝은 미래와 동시에 힘들고 어두운 면에 대한 부분을 솔직히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국민적 통일공감대를 형성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신영석 / 평화문제연구소 이사장. 월간 <통일한국> 발행인
미하엘 슈타크 / 독일 헬뮤트-슈미트 대학교 교수. 독일 외교부 소속 ‘한독 통일외교 자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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