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1월 1일

집중분석 | 한·미 정상회담 개최, 성과와 과제는?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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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미 정상회담 개최, 성과와 과제는?

2015년 10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 간의 네 번째 회담이었다. 2013년 5월 박 대통령의 방미, 2014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그리고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에 이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사실 지난 6월 16일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연기되었다. 두 정상이 이처럼 빈번히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 자체가 한·미관계의 공고함과 두 정상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특히 관심을 끈 이유는 지난 9월 2일과 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 및 중국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에 개최되었고, 9월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사이의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이슈가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첫째, 이른바 ‘중국경사론’의 불식 여부였다.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관함으로써 워싱턴 싱크탱크들을 중심으로 한국이 중국편으로 기울었다는 중국경사론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었다. 워싱턴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이러한 우려를 얼마나 떨쳐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둘째,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한반도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외교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에 대한 관심이었다. 박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하여 통일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한·중 간에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협조가 필요불가결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이 문제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심을 끌었다. 셋째, 한·미동맹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한 관심이었다. 한·미동맹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하고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의 핵심기술 이전 문제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와 같은 현안들을 두 정상이 어떻게 정리할지도 관심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중국경사론 이해 걸린 사안 따라 언제든 재현 가능

 

박 대통령이 지난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 단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하는 모습은 우리 외교사의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장면이었다. 과거 그 자리는 당연히 북한 최고지도자의 것이었다. 이 장면은 한·중관계가 얼마나 가까워졌고 북·중관계가 얼마나 소원해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미국은 중국이 전승절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한국 대통령의 참관은 애써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가입하고 박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사이에 정상회담이 여섯 차례나 개최된 것도 한국의 중국경사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워싱턴을 찾은 박 대통령은 한국의 중국경사론을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의 건재함을 강조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중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북한의 핵개발과 국지적 도발행동을 막고 한반도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설명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이 중국에게 종종 주문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비전에 동감을 표시했고 “한·미관계와 한·중관계가 양립 가능하며 한국의 대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박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를 방문하여 ‘우리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라며 장병들과 인사를 나누고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며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친구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방문하여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언급한 것도 한국의 중국경사론 발원지가 일본임을 의식한 행동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를 통하여 박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은 한국의 중국경사론을 약화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한·중관계 강화가 한·미동맹과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한국의 대북한 관리의 일환이라는 데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 ‘빛 샐 틈도 없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그러나 중국경사론이 완전히 불식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다. 한국과 미국은 대중국 관계에 있어서 이해관계의 완전한 일치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중국이 국제규범을 어기는 행동할 때 한국이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 그 예다. 중국이 남사군도의 조그만 섬들을 연결해 공항이나 항구시설이 가능한 인공섬을 만드는 것에 대해 미국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행동이 국제규범을 어기는 것인지, 한국의 이해관계와 상충하는 것인지에 대해 미국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중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전개될 때 우리가 항상 미국편을 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른바 중국경사론은 언제든 다시 제기될 수 있고, 한국 대외관계의 낭패라고 인식하기보다 우리의 위상이 상승하고 대외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

·, 북핵문제 최고 시급성 갖고 다루기로 합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이하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대북 공동성명이 별도로 발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는 답답한 상태를 탈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통일기반 조성 외교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공동성명은 우선 북핵문제 해결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북핵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상시적인 위반이며,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상 북한의 공약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의무 및 공약을 즉각적으로 완전히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또한 공동성명은 ‘만약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이고, 국제의무와 공약을 준수하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긍정적 태도 변화도 주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환경 조성 노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거듭된 제의를 하고 있는 점을 평가하고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바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계속하여 강력히 지지한다는 점을 거듭 밝히고 있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합의함으로써 우리 주도의 통일외교 노력에 힘이 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박 대통령이 지난 9월 초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에 한반도 통일을 위해 중국과 다양한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언급한 부분과 맥을 같이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다양한 협의를 해나갈 수 있는 채널을 가동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북·통일정책에 당장의 변화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북핵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함으로써 미국이 기존의 소위 전략적 인내 정책을 그만 둘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지만, 북한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는 정책의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및 미국과 한반도 통일에 관한 협의를 하기 위한 틀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이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의 합의가 한반도 통일환경 조성에 매우 중요하지만 미·중 간에 협력보다 갈등의 요소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장애물들을 극복해 가는 것 역시 통일을 추구하는 우리의 몫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또 다른 성과로 한·미 양국이 글로벌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동맹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 나가기로 합의한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한·미관계 현황 공동설명서’는 우선 글로벌 안보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공동입장을 확인하고, 핵과 미사일 기술 등 비확산 이슈들에 대해 한·미 양국이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고 천명하고 있다. 또한 한·미동맹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별도의 장을 만들어 사이버, 우주, 기후변화 및 글로벌 보건 등 21세기 들어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 양국의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천명하면서, ‘더 안전하고, 건강하며, 번영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양국이 협력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안보 및 경제협력 등 성숙한 동맹관계 향한 과제 산적해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세계의 많은 이슈들에 대해 공통의 이익과 입장을 갖고 있다. 오늘날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많고 필요성도 크다. 한국의 국력이 증대하고 위상이 강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군사동맹국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이익을 갖고 경쟁하는 주권국가들이기도 하다. 한국의 TPP 참여 의사를 미국이 환영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실제 가입 협상이 진행되면 밀고 당기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KF-X 사업 관련 핵심적인 기술이전을 동맹국인 미국이 거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이 문제 역시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대한 국익이 걸린 사안일 것이다. 또한 과거 미국이 우리를 많이 도와준 혈맹이라고 해서 항상 미국의 편에 설 수만은 없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한·미관계를 평등한 주권국가들 간의 성숙한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정진영 / 경희대 대외협력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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