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1월 1일

기획 | 미리 가본 북한 ‘온성섬관광개발구’ 그리고 중국의 구상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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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북한 경제개발구 현장을 가다

미리 가본 북한 온성섬관광개발구그리고 중국의 구상

평화문제연구소가 중국 연변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과 매년 공동 개최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올해는 ‘북한 경제개발구’를 키워드로 지난 10월 20~24일 4박5일간 진행되었다.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를 비롯, 러시아,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북한 경제개발구를 연구하거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인사들이 참여해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내놓아 아주 흥미로웠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이론과 현장의 접목이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학술회의를 마치고 현장을 방문해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목도하고, 또 일어날 일들을 가늠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특히 현장방문에 모두들 깊은 관심과 기대로 임하게 된다.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고 경제개발구(압록강, 청진, 만포, 혜산), 공업개발구(현동, 위원, 청남, 흥남), 농업개발구(숙천, 북청, 어랑), 관광개발구(청수, 온성섬, 신평), 수출가공구(와우도, 진도, 송림), 첨단기술개발구 및 국제녹색시범구(은정, 강령) 등 19개 지역을 도 단위 개발구로 지정했다. 올 4월에는 백두산 아래에 무봉관광개발구를, 10월에는 온성섬관광개발구 가까이 있는 함경북도 경원군 류다섬 지역을 경원경제개발구로 지정해 현재 북한은 5대 국가급 경제특구와 함께 총 21개의 경제개발구를 정해 놓고 해외자본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량수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중국은 온성섬 일대 북중 간 경계지점에 개발계획도를 설치해 놓고 온성ㅇ섬과 량수진 간 임시통로를 개설, 양쪽 인력이 드나들도록 중국해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량수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중국은 온성섬 일대 북중 간 경계지점에 개발계획도를 설치해 놓고 온성섬과 량수진 간 임시통로를 개설, 양쪽 인력이 드나들도록 중국해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최근 들어와 북·중관계가 회복 중에 있고, 양국의 경제교류도 활발한 상황이라 기대를 걸었건만 아쉽게도 북·중접경까지는 아직 그 온기가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두만강에는 북·중 간 통로가 되는 교두(국경다리)가 8개 있어 이곳에 세관업무를 수행하는 해관이 있다. 이전에는 학술회의 다음날부터 이들 해관을 방문, 이 지역의 북·중 인적 왕래와 교역실태, 그리고 지역차원의 경제협력 상황을 청취하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아예 접근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경제난으로 북한 동포들이 어려움을 겪자 조선족 동포들은 물론 한족들도 굶주림으로 찾아오는 북한 주민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챙겨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북한 국경경비대에 의한 중국인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가 지속 발생되면서 중국쪽 보안이 강화되며 오늘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온성섬관광개발구’를 갈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온성섬관광개발구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지역을 방문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한국에서는 까마득히 먼 국토이기에 평소 상상도 안 되는 지역이라 설렘이 매우 컸다.

온성섬을 관광개발구로 정한 북한은 이곳을 수영장, 경마장, 골프장과 민족식당 등 오락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간단히 발표했을 뿐이고, 이 지역이 예전부터 말을 키워오던 북방영토라는 게 그간 알고 있던 지역정보의 전부였다.

막상 가보니 두만강을 끼고 펼쳐져 있는 드넓은 옥수수밭 외에는 말을 키웠을 흔적이나 역사적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니 도로, 상하수도, 전력 등 기반시설은 아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첫 삽조차 뜨지 않은 상태다.

현재 섬 일대에 북한이나 중국 주민 모두 살지 않고 있다. 경계가 되는 도랑에는 높이 50cm 정도의 작은 국경비 13개가 띄엄띄엄 있고 경계수로 심어 놓은 125그루의 포플러나무가 전부다. 엄중한 국경선이 아닌 유유히 흐르는 두만강을 끼고 있는 평화로운 강촌풍경에 엉뚱하게도 전원의 낭만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온성섬개발구 위치도. 온성섬(녹색부분)이 중국측 섬인 좌측과 윗부분(흰색), 그리고 우측 하동상도(분홍색) 사이에 위치해 있다.

온성섬개발구 위치도. 온성섬(녹색부분)이 중국측 섬인 좌측과 윗부분(흰색), 그리고 우측 하동상도(분홍색) 사이에 위치해 있다.

온성섬, 두만강 중국영토 안에 위치?

 

한편 중국 쪽에서 보면 이곳은 행정구역상 길림성 도문시 량수진(凉水鎭)에 속한다. 운이 좋게도 이 지역에 대해 폭넓게 알고 있는 김석주 연변대 지리학과 교수 등 중국측 인사들의 안내를 받아 중국쪽의 개발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일단 지형상으로 볼 때 온성섬은 중국 영토 안에 들어가 있다. 즉, 작은 도랑을 두고 가볍게 한 발짝만 뛰어넘으면 중국 영토를 밟을 수 있는데 비해 북한쪽에서는 배를 타고 두만강을 건너와야만 섬에 발을 디딜 수 있다.

김 교수의 설명은 원래 두만강은 이 섬의 북쪽으로 흘렀는데 물줄기 흐름이 바뀌어 섬 남쪽으로 흐르면서 온성섬이 중국쪽으로 붙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섬 전체를 보면 북한영토인 온성섬은 중국영토 안에 쏘옥 들어가 있는 모양을 이룬다.

중국은 이미 개발계획 완료, 지금은 투자 유치 중

 

온성섬개발구는 필연적으로 섬의 좌우 중국지역과 동시에 개발해 나가야 할 구조였다. 중국은 이미 그런 계획을 가지고 ‘중국 도문 – 조선 온성 과경문화여유합작구(中國圖門 – 朝鮮穩城 跨境文化旅遊合作區)’를 설정해 놓고 개발계획 안내판까지 크게 설치해 놓았다. 온성섬의 면적은 약 51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60% 정도 된다. 이에 비해 ‘척전구’(개척발전구역이라는 의미. 필자 주)라는 명칭이 붙은 온성섬 왼쪽 중국령이 98만평, 오른쪽 섬(하동상도)이 14만평으로 중국측이 온성섬의 두 배가 되는 면적이다.

이미 량수진이 속한 도문시는 2013년 말 북한중앙개발구 관리위원회와 온성섬개발협의서를 체결하고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공동개발에 나섰다. 총 사업비를 50억 위안(약 9천억원) 규모로 투자기업이 확정되면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할 예정이다.

온성섬개발구는 인구 220만명의 연변자치주가 배후에 있다. 동북3성 인구가 1억명이 넘는 데다 창지투(장춘-길림-두만강)를 잇는 고속철도가 지난 9월부터 운행되면서 연길-훈춘 간이 30분 거리로 단축되어 있고, 수도인 북경과도 8시간대로 연결되어 있다. 두만강 일대를 동북아의 새로운 경제성장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진 중국은 길림성 차원에서 러시아측에 창지투 고속철도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할 것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배후 거대한 관광시장은 이렇게 크게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온성섬개발구는 결과적으로 중국 자본과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지는 국제관광지구로 운영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과 아마도 북한의 20여 개 다른 경제개발구들보다 가장 빠르게 진척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나누며 온성섬을 돌아 나왔다.

손현수 / 평화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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