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북한, 시장(市場)에 브레이크를 걸다? 2012년 6월호
북리뷰
<북한 경제에서의 시장과 정부> 북한, 시장(市場)에 브레이크를 걸다?
내리막길에서 가속도 붙은 차량이 질주하듯 인간의 교환 동기에서 유발되는 시장은 그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확대·발전하는 속성이 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초중반 배급제가 붕괴하면서 주민의 자구적인 경제활동에 의해 시장이 확산되었다. 그 후 20여 년 동안 북한 시장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북한 경제 시장화 20년, 그 동학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한 책을 만났다.
<북한 경제에서의 시장과 정부>는 북한 경제의 시장화 또는 비공식화를 연구해온 두 전문가의 합작품이다. 김병연 교수는 구소련 경제 전문가로서 연구의 저변을 넓혀 북한의 비공식경제를 분석해왔다. 양문수 교수는 북한 경제의 개발과 침체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북한의 시장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해왔다.
이 두 경제학자의 공통점은 거시경제 통계지표에만 천착하지 않고 탈북자 조사 결과를 증거로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두 사람은 탈북자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한 미시적 분석을 시도했다. 구체적인 면접사례로 다양성을 더하고 정교한 문항설계로 정합성을 더한 점이 주목된다. 다만 탈북자의 출신지역이나 탈북동기를 고려할 때 시장화 규모와 성격을 조사하는 표본으로서 대표성에 편향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연구결과가 과대 혹은 과소평가된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후진 가능한 브레이크는 없다
북한 당국은 시장화를 막을 수 있을까? 저자들의 판단은 유보적이다. 북한 당국이 시장에 제동을 건 2005년 이후 시장화가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2007년 이후 시작된 본격적인 단속에도 시장화의 정도가 후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는 북한과 이를 통제하려는 당국은, 적절히 비유하자면 마치 내리막길 중간에 선 차량 안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브레이크의 한계가 무엇인가.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내려온 길을 되돌아 올라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욱이 이마저도 힘차게 밟고 있지 않으면 경사를 따라 조금씩 앞으로 밀려 나아가기 마련이다. 해결책은 오직 두 가지, 핸들을 틀고 차를 돌려 오르막을 향해 전진하거나, 후진 기어로 바꿔 뒤를 바라보며 거슬러 올라가거나.
그러나 시장화로 가는 길은 일방통행인 듯하여 차를 돌리기가 여의치 않다. 후진 기어로 바꾸고 거슬러 올라가기에는 동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당장의 밀려나감만 막고자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정책, 바로 이 부분이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현재 북한 경제의 한계적 상황이며 동시에 김정은 체제의 최우선 해결과제이기도 하다.
윤인주/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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