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6월 1일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캐나다 구호단체 ‘퍼스트 스텝스’의 북한 아동 영양개선 사업 2012년 6월호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캐나다 구호단체 ‘퍼스트 스텝스’의 북한 아동 영양개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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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스텝스 회원들이 직접 짠 모자를 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

보건의료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요인은 무엇일까? 말라리아? 에이즈(AIDS)? 결핵? 다소 충격적이지만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범지구적으로 가장 심각한 보건의료 문제는 아직까지도 기아와 영양결핍이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초 유엔아동기금(UNICEF)이 발표한 북한 동부지역 4개도(함경북도, 함경남도, 강원도, 양강도)의 5세 미만 영유아에 대한 영양실태조사 결과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북한 보건성과 함께 해당지역 5세 미만 아동 21만명 중 88%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급성 및 중증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고 있는 아동이 17.8%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역별로는 양강도의 전체 영양실조 아동 비율이 19.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중 16.3%가 급성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3.2%가 중증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급성 영양실조와 함께 만성 영양실조 역시 심각한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다.

북한 동부 지역 아동 17.8%, 급성 및 중증 영양실조

그간 국제기구를 통해 발표된 자료를 바탕으로 영양학적 측면에서 북한 전역의 상황을 살펴보면, 북한 아동의 만성영양실조 비율은 3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의 경우 만성영양실조 비율이 3~5%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12개월 미만 영아들의 경우 그 결과는 매우 치명적이다. 영유아 시기의 영양결핍은 신체 및 지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주며 평생 복구될 수 없기 때문이다. WFP가 발표한 영유아 시기 영양결핍을 겪은 아동과 정상인 아동의 뇌 사진을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12개월 미만의 영유아가 요오드 등과 같은 미량 영양소 부족으로 유발되는 갑상선 장애를 겪은 경우 100% 지적장애를 동반하게 된다.

따라서 WFP, UNICEF, WHO를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 및 NGO들이 5세 이전의 아동에 대한 영양지원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체의 규모는 작지만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적용하여 북한의 실정에 맞는 대북지원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캐나다 구호단체인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다.

퍼스트 스텝스는 2001년 수잔 리치(Susan Ritchie)에 의해 캐나다 밴쿠버에 설립되었다. 수잔 리치 대표는 한국과 큰 인연이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을 받았고, 처음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1997년 인요한(John Linton) 박사를 통해서다. 인요한 박사는 1997년부터 친형인 인세반(Steve Linton)박사와 함께 북한 결핵퇴치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전기 없어도 콩우유 생산 가능한 설비 지원

그녀는 2000년 9월 우연한 기회에 북한과 캐나다의 수교 준비를 위해 방북한 로이스 윌슨(Lois Wilson) 캐나다 상원의원 등 캐나다 정부 대표단의 공식 통역관으로 참여한다. 이때 찾은 함흥에서 4개월 된 쌍둥이 딸에게 먹일 모유가 나오지 않아 애태우던 북한 여성을 보고 퍼스트 스텝스의 설립을 결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북인도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국제 NGO들이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고 있는데 반해, 퍼스트 스텝스는 북한 아동 지원사업에 단체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업목표 역시 북한 어린이들이 영양결핍과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력하고, 궁극적으로는 건강하고 훌륭한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퍼스트 스텝스는 2001년 말 북한의 소아병원과 고아원에 대한 이유식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현재는 남포, 원산, 형제산, 갈천리 등 21곳의 사업장을 기반으로 고아원, 학교, 탁아소, 협동농장의 어린이 80,000여 명에 대한 영양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퍼스트 스텝스가 추진 중인 영유아 지원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콩우유 지원사업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두유라 부르는 콩우유는 3대 영양소와 비타민 B, E 등이 풍부하다. 따라서 신체 및 지적 발달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재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북한의 어린이들에게는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다. 이러한 이유로 콩우유는 국내외 대북인도지원단체들의 영유아 지원사업에 있어 공통적인 지원품목의 하나이다.

퍼스트 스텝스의 콩우유 지원사업이 다른 국내외 NGO와 차별성을 갖는 점은 적정기술을 이용하여 북한의 현지 사정에 적합한 생산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는 점이다. 사업 초기인 2003년 퍼스트 스텝스는 전기로 작동하는 콩우유 제조기인 바이타카우(VitaCow)를 제작·지원하였다. 그러나 전기 등의 인프라가 열악한 북한의 사정을 감안하여 2005년부터는 전기가 아닌 식용이 불가한 건조된 옥수수 속대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타고트(VitaGoat) 콩우유 제조기를 지원하고 있다.

바이타고트는 대당 생산단가가 기존 바이타카우의 57% 수준으로 비용효율성(cost effectiveness)을 크게 높였다. 또한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지면서도 가동비용이 적고, 쉽게 조작 할 수 있으며 북한 현지 인력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고안되었다. 일종의 압력밥솥과 같은 원리로 작동되는 바이타고트는 고도로 가열된 수증기가 압축 가열기로 보내져 30분 안에 대두(메주콩) 15리터를 압축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생산방식인 열로 가열하는 것에 비해 10배에 달하는 연료 효율성을 갖는다.

또 하나 특징적인 부분은 콩우유의 원료인 메주콩의 분쇄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기계식 분쇄기 시스템이다. 페달을 밟아 사용하는 이 분쇄 시스템은 메주콩을 빠르고 쉽게 갈아 끓일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장점은 전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평양 외곽의 농촌 지역을 포함한 전기 공급이 부족하거나 불가능한 대부분의 지역에 설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퍼스트 스텝스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은 영유아와 산모를 대상으로 하는 복합 미량 영양소 ‘스프링클스(Sprinkles)’ 지원사업이다. 스프링클스는 토론토 Sick Children’s Hospital 스탠리 즈롯킨(Stanley Zlotkin) 박사에 의해 개발되었다. 스프링클스는 비타민 A와 비타민 C를 비롯하여 엽산, 철, 아연 등 5가지 주요성분이 함유된 분말형태로 음식 위에 뿌려서 섭취가 가능하다.

퍼스트 스텝스는 2006년 12월 스프링클스 120만개를 북한에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9년 11월까지 황해남도의 지역병원들을 통해 스프링클스 약 500만개를 임산부와 수유부 3만7천명, 영양실조  영유아 3만5천명에게 공급하였다.

아울러 퍼스트 스텝스는 북한 조선의학과학원 산하 어린이 영양연구소와 함께 약 2년간 미량 영양소의 효과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를 통해 스프링클스의 효과를 확인한 북측은 기존의 복합 미량 영양소에 어린이의 성장을 돕는 비타민 B, D, E와 니아신, 동, 요오드 등 새로운 영양소의 추가를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퍼스트 스텝스는 13종의 영양 성분이 함유된 새로운 복합 미량 영양소를 제작하여 북한에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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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스텝스가 지원하는 메주콩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

 

13종 영양 성분 함유된 복합 미량 영양소 지원

어느덧 5월이 다 가고, 6월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잊혀진, 지금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보릿고개 기간이다. 그렇지만 바로 저 너머 북녘 땅에서는 최악의 춘궁기를 맞아 많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남한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의 만성영양실조 어린이들이 있다. 영유아 시기의 영양결핍이 신체 및 지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의학적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통일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그 아이들에 대한 도움이 절실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군사적인 상황과 어느덧 2주년을 맞은 5·24조치 등으로 남한 NGO들의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민간차원의 대북인도지원이 하루빨리 정상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재성/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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