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량부족 근본적 해결 위한 개발지원 해야” 2012년 6월호
기획| 대북 식량차관 상환일정 도래…우리의 대응은?
“식량부족 근본적 해결 위한 개발지원 해야”
식량차관을 보는 시각을 바꾸어서 북한의 식량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북한지원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가뭄, 홍수와 같은 천재지변이나 비료가 공급되지 않음으로 인한 식량부족 문제를 좀 더 전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차원의 식량지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근본적인 식량부족 해소를 위한 개발지원으로 정책전환이 요구된다.
개발지원은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과 달리 식량부족의 근본적인 문제를 굿네이버스나 기아대책과 같은 북한지원 개발NGO를 활용해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천재지변 대비, 노동생산성 증가 등의 문제는 단순히 식량지원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지속가능한 식량공급을 위해서는 생산현장에서의 식량증산이 필요하다. 정부차원에서 북한농촌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발NGO의 북한지원을 장려해서 쌀, 옥수수, 보리 등의 식량증산을 도모하는 것이다.
한국의 개발NGO는 개발도상국 지원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개발을 통한 식량증산에 효과적일 수 있다. 개발NGO의 개발접근방식 중에 권리에 입각한 접근(Rights-based approach, RBA)이 있다.
RBA는 PANEL이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P는 participation(참여), A는 accountability(책무성), N은 non-discrimination(비차별), E는 empowerment(위임), 끝으로 L은 link-to-international norms(국제규범과 연계)를 의미한다. 생산현장에서 개발NGO가 RBA적용을 통해 생산성 증대와 북한 주민의 권리의식을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다.
“식량채권 포기하면 남북관계에 큰 도움 될 것”
지난 2000년 대북 식량차관 제공 당시 이를 돌려받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식량차관은 사실상 인도지원, 식량지원이었다.
북한에 인도지원을 하는 데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배고픈 사람에게 쌀을 주는 것은 양심적으로 바른 행동이며,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 한국 정부의 잘못은 식량채권의 문제가 아니라 모니터링의 문제이다. 확인할 수 있을 때 지원을 했어야 했다. 위성이 촬영하는 정보는 인간 정보(human intelligence)와 다르다.
모니터링을 하면 북한 현황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배가 고프면 혁명가가 되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면 주민들의 먹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차기 대통령이 대북 식량차관의 문제를 포기한다면 남북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북협상 카드로 북한 채무 활용할 수도”
대북 식량차관 문제는 김정은 정권하에서 풀어야 할 첫 남북관계 과제로서 향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하고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서 북한은 오히려 “6·15 및 10·4선언을 남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은 남쪽에 있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상환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식의 대남 비난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으며, 이로 인해 자기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북한이 상환에 불응한다고 해도 중재재판이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은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지양하되, 국제관례에 따른 상환 요청 절차는 밟을 필요가 있다. 상환요청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만 향후에 우리가 북한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상환 면제나 탕감, 상환 유예 등을 한다고 할 필요는 없다. 원칙적으로 계약과 합의에 근거하여 북한에게 잘못된 점을 인지시켜 주어야 한다. 향후 북한이 요청해 올 경우에는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우리가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 시 현물상환 혹은 대북경협사업과 연계한 처리방안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유상 식량 수입을 한국의 쌀 수입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있다. 북한이 매년 많은 양의 쌀을 비싼 가격에 수입하고 있는데 이를 한국에서 수출할 경우, 한국은 쌀 재고비용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은 식량상환 체면도 유지할 수 있으며, 유상 판매로 인한 수출 증대 등 1석 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식량차관 상환문제, 비정상적 남북거래 탓”
식량차관의 상환 문제가 쟁점이 되는 이유는 정상국가가 아닌 북한을 상대로 식량을 ‘차관’ 형태로 제공한 비정상적인 거래 자체에 있다. 지난 두 정부에서 북한과의 대화·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신념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 오류라고 판단된다.
특히 관념적 차원에서 당시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민족공조(우리 민족끼리)’ 구호는 북한에 대한 소위 ‘퍼주기’의 단초가 되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포용의 순기능’ 만을 과도하게 신봉한 나머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족내부의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일탈하는 특혜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민족이라는 틀에 갇혀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양자관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향후 우리는 남북관계를 보편적인 국제관계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대북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이 경우 북한이 도발을 감행해 올 때마다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지금처럼 초래되는 사회적 혼란도 감소할 것이고, 한국 사회에 고질병이 되어버린 남남갈등도 상대적으로 완화될 것이다.
대북 차관 상환을 당당하게 요구해서 관철하는 것이 ‘외견상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를 살리고 대화로 유도하는 유화책’이 될 것이다. 북한이 당국 간 협의와 절차를 통해 부채 상환 연장이나 대물상환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 북한이 외자 유치를 위한 최소 조건을 갖춘 곳임을 외부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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