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6월 1일

기획|”향후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 무상 공여해야” 2012년 6월호

기획|대북 식량차관 상환일정 도래…우리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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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식량차관으로 보낼 쌀을 배에 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향후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 무상 공여해야”

북한은 그동안 우리의 대북지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료지원과 식량지원이 자신들의 “시혜”에 대한 대가로서 남측이 제공한 것으로 주장한 적이 있다. 비료지원은 이산가족상봉에 대한 ‘대가’이며, 식량지원은 자기들이 남북 당국 간 회담에 응한 ‘대가’라고 주장한 것이다. 즉 북한은 식량과 비료지원이 인도적 지원이 아닌 대가성 지원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북한은 2000년 9월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식량차관 공여 결정 당시 남한에서 일어난 ‘퍼주기’ 논쟁과 ‘식량 분배 투명성’ 논쟁 때문에 식량지원이 무상지원이 아닌 식량차관이란 형식으로 도입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러한 남한 내 기류 때문에 자신들이 어쩔 수 없이 차관형식으로 지원받았으나 실제로는 무상지원이라고 강변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구(舊)소련, 중국, 동구권 등 구(舊)공산권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차관을 공여 받았다. OECD 자료에 의하면, 1999년 기준으로 북한은 구소련으로부터 약 38억 전환성 루블(공여 당시 환율, 0.63 전환성 루블 = 1 미국달러로 환산시 약 61.8억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대(對)러시아 채무는 1955~1991년간 구소련으로부터 군사차관, 기간산업 건설차관 및 원유, 콕스탄 무역대금 등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구소련 붕괴 이후 이를 승계한 대(對)러시아 채무에 대해 북한은 거의 채무 상환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2001년 이후 북한과 러시아 간에 채무재조정에 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중국은 북한에 매년 송유관을 통해 북한 경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원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를 양허성 차관의 형태로 공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원유를 공급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이미 상환문제가 제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한 채권이 어떻게 처리(상환, 미상환, 연체 등)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북한은 일본 등 서방권 국가 및 유럽 상업은행으로부터 빌린 채무도 상환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경협차관 채무재조정 참고해 볼만

대북 식량차관 문제는 일반적인 국제관례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임기응변”(즉,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므로 적극적으로 피해야한다.

오는 6월 7일 식량차관 1차 지원분의 만기가 도래함에도 불구하고 차관이 정상적으로 상환이 되지 않으면, 남북 간 식량차관 합의서에 따라 연체이자를 부과하고, 연체 사실을 북한에 통고한다. 일정 기간(예컨대 1~3개월) 경과 후에도 상환이 되지 않으면 북한에 차관의 상환을 재촉한다. 북한이 채무를 인정하고 채무의 상환일정 재조정을 요청하면 자연스럽게 현물상환과 채무재조정 내용에 대한 남북 간 협의가 진행될 것이다.

남북 간 협의는 남북 간 합의서에도 포함되어 있고, 대(對)러시아 경협차관의 채무재조정 사례에서도 사용된 현물상환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북한이 현실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차관을 달러 등 국제교환 화폐로 상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며, 남북 간에 광산물 등 현물로 전액 상환하는 것은 이미 경공업원자재차관의 (소액이긴 하지만) 현물상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무재조정 조건 중에서 우리가 아예 대북 식량차관의 상환을 탕감해주는 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채권국으로서 항상 가능한 옵션이지만, 비슷한 조건의 양허성 차관을 우리나라로부터 공여 받는 다른 최빈국과의 형평성도 고려하여 매우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즉, 다른 최빈국이 북한의 경우를 언급하면서 그들 차관의 탕감을 요청하면 이를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므로 향후 우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회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식량차관 외 다수의 대북채권의 향후 처리과정에도 좋지 않은 전례가 될 것이다.

북한 채무, 통일 후 우리의 채무

만약 북한이 채무상환의 유예 등 채무재조정을 요청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정책을 채택하였다면, 그 채무재조정의 범위에서 탕감은 연체이자 면제 정도로 제한하고, 일단 거치기간·상환기간을 연장해주는 기초적인 채무기간연장(rescheduling)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의 대북한 채권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채무재조정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가능한 한 그대로 보유(유지)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향후 북한이 외채재조정을 파리클럽에 요청하는 경우에는 북한에 대한 채권이 많은 국가가 그 처리과정과 조건에 대한 발언권을 많이 가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채무는 통일 시 우리의 채무가 될 것이므로 통일 이전에 북한 외채문제를 최대한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향후 인도적 지원의 성격을 띠는 식량지원은 무상으로 공여되어야하며 ‘적절하고도 현실적인’ 모니터링이 반드시 결부되어야한다. 또한 인도적 지원인 경우에는 모니터링 이외의 어떠한 정치적 전제조건도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 모니터링이 없는 식량지원이 인도적 지원이 아니듯이 지원을 받는 측의 태도 변화 등 상호주의적 전제조건을 다는 지원도 인도적 지원이 아님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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