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6월 1일

기획| “대북 식량차관, 광물 등 현물상환 모색해 볼만” 2012년 6월호

기획| 대북 식량차관 상환일정 도래…우리의 대응은?

“대북 식량차관 광물 등 현물상환 모색해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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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열린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쌀 50만t 지원을 합의했다. ⓒ연합뉴스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대북 식량차관 상환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2000년 처음으로 북한에 제공한 대북 식량차관의 첫 번째 상환기일이 오는 6월 7일로 도래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어 온 남북관계 경색 탓인지 대체로 반드시 상환을 받아야만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의 현 상황에 비추어 보아 상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만큼 북한의 광물 등 원자재 등으로 상환을 받자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현재의 남북 분위기상 전면 탕감은 어렵더라도 부분 탕감을 해 주는 대신 이와 연계하여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인도적 사안을 풀어보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북한에 차관방식으로 쌀 240만t과 옥수수 20만t을 지원했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자 1억5,528만달러(약 1,775억원)를 제외하고도 총 7억2,004만달러(약 8,230억원)에 달한다. 그 밖의 대북차관으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대한 경수로대출 1조3,655억원과 철도 자재·장비 1,494억원, 경공업 원자재 747억원 등이 있다.

이 중 대북식량과 철도 자재·장비 차관은 연 1%의 이자율로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조건이며, 경공업 원자재에 대해서는 당해 연도 3% 상환, 나머지는 연 1% 이자율로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지원을 한 것이다.

위 상환 조건에 따르면 대북 식량차관의 경우 첫 상환 기일은 오는 6월 7일로, 그 규모는 2000년 제공한 대북 쌀 차관의 첫 상환분 583만4,372달러다. 그리고 계속하여 2013년에는 578만달러, 2014년에는 1,973만달러, 2015년 1,956만달러 등의 상환 일정이 2037년까지 잡혀 있다.

경공업 원자재의 경우도 2014년부터 상환기일이 도래한다. 하지만 북한의 현재 경제상황이나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정상적인 상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지며, 북한이 다른 방법으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정상적인 상환 가능성 거의 없어

식량차관의 만기가 도래하였을 때 북한이 스스로 이를 상환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강제할 현실적인 수단은 물론 법적인 해결방법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북한이 개성공단 토지임대료나 근로자 임금인상 문제를 다시 제기할 경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만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식량차관 문제는 북한의 상환능력보다는 상환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남북관계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이 적극적인 상환의지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적으로는 채무를 면제해주거나 상환유예를 결정할 수도 있다. 「남북협력기금운용 관리 규정」 제13조에 의해 통일부 장관은 ① 기금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자가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기금에 대한 원리금(연체이자를 포함한다)의 상환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② 기금으로부터 채무보증을 받은 자가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기금에 대한 구상채무의 이행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③ 기금의 지원 등과 관련하여 남북한 당국 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 ④ 기타 대출금의 회수가능성을 제고하거나 손실을 경감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에는 기금의 지원 등을 받은 자의 기금에 대한 채무를 감면하거나 상환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채무를 감면하는 경우에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면제라는 것은 채무를 소멸시켜 주는 것인데 반해 유예는 일정기간 변제 기일을 연장하는 것이다. 유예의 경우에는 유예기간까지 채권행사를 하지 못하고 기다려줘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국제관행상 채무자인 북측이 먼저 상환유예를 요청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이다.

또 다른 방식은 채무불이행 상태로 두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계속 상환 독촉을 할 수 있다. 유예를 해줄 것인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도록 할 것인지는 정책판단의 문제이다.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면 향후의 기한 이익이 상실되므로, 일시에 상환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면제해 줄 필요는 없어

즉, 유예를 하는 것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에 비해 어느 정도 우호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협상의 방법을 이용하지 않고 우리가 유예 조치를 일방적으로 취한다고 하더라도 유예조치는 유효하다. 별도의 협상 없이 상환기일이 도과하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므로 계속하여 상환독촉을 할 수도 있다.

이상의 각 경우의 수에 대한 장단점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상환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서 굳이 이를 면제해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히 차관상환 문제가 금년 한해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순차적으로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선 도래한 차관채무를 면제해 주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원칙에 따라 우선 차관계약서상의 관련 규정이 있으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하면 되고, 관련 규정이 없다면 차관제공 합의서에 규정된 대로 협의를 요청하고,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제 관행에 따른 만기 도래 등의 통보 절차를 이행하면서 북한의 대응에 따른 단계적 조치를 취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측이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요청해 온다면 이에 적극 대응하여 일각에서 주장하는 광물 등 현물상환의 방법을 모색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산가족상봉이나 납북자 문제 등 인도적 문제와의 연계하여 일부 채무를 면제해 주는 등의 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상환 가능성이 없다고 면제를 해 주거나 실익도 없는 국제재판이나 중재 등 사법적 분쟁해결방식을 택하기 보다는 상환기일 통보나 상환요청 등을 통해 일단 공을 북측에 넘긴 뒤 시간을 갖고 북한의 대응과 남북관계의 변화를 보아가며 적절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한명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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