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6월 1일

특집| 한·중·일 FTA 한국, 중견국 전략가치 자산화해야 2012년 6월호

특집| 한·중·일 경쟁과 협력, 우리의 선택은?

한국, 중견국 전략가치 자산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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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5월 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식에서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에다노 일본 경산성 대신이 공동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3일부터 이틀 동안 북경에서 열린 제5차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그리고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3국 간의 투자보장협정에 서명하고, 연내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에서도 백미는 3국 간의 FTA 추진이다. 5월 2일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14일 북경에서 제1차 협상을 가진 점을 감안하면, 이제 한·중 및 한·중·일 FTA가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요청으로 인해 한·중·일 FTA 협상 개시 시점이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져 그 복잡한 전략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있었던 APEC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이 참여를 선언하여 중국을 자극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적극적인 한·중·일 FTA 추진 의도는 저간의 복잡한 상황을 드러낸다. 또 중국이 3국 간 FTA와 한·중 FTA의 추진 전략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도 중요하며, 중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 간의 양자 간 FTA 가능성은 그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미국 주도의 TPP와 중국 주도의 동아시아 FTA네트워크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쟁과 견제 구도는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의 성격을 결정할 수 있는 민감한 이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FTA 조합은 그 내용과 우선순위가 경제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의 정치·군사적 전략까지도 내포하고 있다.

중국, FTA 통해 자국 중심 질서구축 추진

사실상 FTA는 회원국 모두에 대해 동일한 관세 혜택을 부여해야 하는 WTO의 최혜국대우 원칙을 회피하여 협정 당사자 간에 최대의 상호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 도구로 인식된다. 중국은 역내 국가와의 FTA를 통해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정치·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영향력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중국은 방대한 시장규모와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 FTA를 선호하며, EU나 미국과 같은 대형 경제권보다는 중국의 국력을 앞세워 전략적 관리가 가능한 주변국 및 중소규모 경제와의 FTA를 우선적으로 추진해 왔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나 중남미 국가 등이 그 대상이었다. 또 홍콩이나 대만과는 중국과의 특수한 관계를 반영하여 변형된 FTA인 긴밀한 경제동반자 관계를 위한 조치(CEPA)와 양안 경제협력에 대한 기본협정(ECFA)을 각각 체결했다.

중국은 국제정치나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FTA 상대에 대해 조기자유화 품목 등의 설정 과정에서 일방적 혜택을 베풀기도 한다. 한국에 대한 FTA 정책 역시 다분히 이와 같은 중국의 전략을 반영한다. 경제적 이익에 더해, 한·미·일의 협력 구도에 대한 견제는 물론 북·중관계와 한·중관계를 분리해서 관리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의 계산법은 중국에 비해 다소 불명확하다. 일본은 여전히 동아시아 역내 FTA보다 미국을 포함한 환태평양 국가 간의 포괄적 경제협력 방안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TPP 참여를 둘러싼 일본 국내의 논쟁과 중국의 부상에 따른 일·중 협력 필요성, 그리고 한국의 대담하고 발 빠른 FTA 행보에 대한 견제심리와 침체된 일본 경제의 돌파구 마련이라는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한·중·일 FTA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과 중국에 비해 우위를 가지는 산업경쟁력과 일본 국내시장의 배타적 전통 등으로 인해 3자 FTA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한·중 FTA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적어도 3자 FTA를 병행 추진케 함으로써 일본의 목소리를 내고, 견제와 균형을 위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FTA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전략적 접근을 감안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한·중, 한·중·일, 심지어 한·일 FTA까지도 단순히 ‘민감품목’ 등의 설정을 통해 주고 받기식의 협상을 구상해서는 불충분하다. 지난 5월 2일 한·중 양국 정부가 FTA 협상개시를 선언하면서, 민감품목 설정과 단계적 접근 방식을 천명한 것이나, 또 북한 특정지역을 역외가공 특혜관세 대상으로 언급한 것만으로 우리의 이해관계가 관철된 것으로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중국은 한국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줌으로써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협상은 실무적 고려가 우선시되는 미국이나 EU와의 FTA 협상과는 다른 차원의 협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중·일 정상회담 기간 동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노다 일본 총리와 회담을 무산시킨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고, 북한 지역 가공품에 대한 특혜관세를 수용했다고 해서 벌써 ‘통중봉북(通中封北)’을 거론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설사 중국이 한국의 아킬레스건인 농수산물 부문을 민감품목으로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많다. 중국의 불투명한 경제구조와 한국 국내 제도와 경제구조 정비 등은 몇 개의 협정 문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견제와 균형 위한 영향력 확보 모색

또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EU, 그리고 중국 모두와의 FTA를 추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준비가 필요하다. 한·미 FTA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서비스산업 영역 등에 있어서 미국이 주도하는 TPP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종의 실험 무대인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이와 같은 높은 단계의 FTA는 중국에 대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영역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으나,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오히려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경우 우리의 위치 선정은 국익과 직결된다. 또 한·중·일 3자 FTA를 병행 추진하면서, 일본의 기술력을 앞세워 한·중 FTA를 견제하려는 일본의 의도 역시 간과해서는 곤란한 변수다.

무엇보다 유의해야 할 점은 한국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나 한·미동맹의 의미를 과대평가한 나머지, 중국이나 미국과의 경제 협상에서 과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견국으로서의 한국은 자신의 전략가치를 면밀히 검토하여 자산(資産)화함으로써 FTA 협상 대상국에 대해 불필요한 양보를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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