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안보정책 북한문제 공조 넘어 동북아 진영대결 해소해야 2012년 6월호
<편집자주>
지난 5월 13일 한·중·일 3국 정상이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008년 일본에서 열린 첫 번째 정상회의 이후 올해로 5회차다. 매년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지만 특히 올해는 각국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판이다. 당장의 안보현안으로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를 향해 공동의 시그널을 보내야 하지만 3국의 온도차가 상당해 보인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올해 안으로 시작해 상호 경제관계를 심화시킬 계기를 마련했지만 3국이 따져야 할 이해득실 계산과 치열한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장기적 성장전략 측면에서 3국 모두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미래비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호 기술협력 프로그램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 수준으로 남아있다. 한·중·일 3국의 경쟁이 갈수록 더욱 격화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협력과제 또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분야별로 살펴보았다.
특집| 한·중·일 경쟁과 협력, 우리의 선택은?
북한문제 공조 넘어 동북아 진영대결 해소해야
지난 2012년 4월 13일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충격이 남아있는 가운데 한·중·일의 정상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정상회담을 통해 3국은 ▲정치적 상호신뢰 증진 ▲경제·통상협력 심화 ▲지속가능한 개발 촉진 ▲사회적·인적·문화적 교류 확대 ▲지역적·국제적 문제에서 소통 및 공조 강화 등의 분야에 50개 항에 이르는 합의를 발표했다.
합의 내용 중 지역적·국제적 문제에서 소통 및 공조 강화가 북한문제에 대한 3국의 협력을 담아낸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3국은 모처럼 같은 침상에서 같은 꿈을 꾸는 ‘동상동몽’의 모습을 연출해 냈다.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자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로켓 성격에 대해 “인공위성을 위장한 군사적 목적의 장거리로켓”이라고 신속하게 규정했다. 그리고 유엔안보리 결의안 위반을 근거로 유엔안보리에서 다루어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발사 계획에 대해 발사 반대를 분명히 했으며 발사 직후 “미국 등 안보리 회원국들이 북한의 로켓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각국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안보리가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을 규탄하는 과정에 협조하였다. 일본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일본을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행위라고 그 성격을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한·중·일 “北 로켓발사, 안보 위협” 공통 인식
한·중·일은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설정했고 따라서 유엔안보리는 4월 16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하는(strongly condemn)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9개항으로 구성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은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추가제재를 위한 조치를 의결했으며, 향후 북한이 추가발사 또는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특히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제재 동참 의무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중·일이 북한로켓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설정한 것은 다음 몇 가지 이유 때문으로 추측된다. 첫째, 유엔안보리의 권능 때문이다. 만약에 중국이 유엔안보리 결의안 내용을 외면하고 북한을 두둔, 비호한다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타격 받을 수밖에 없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참여하여 만든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을 더 이상 두둔한다면 중국의 대외정책이 자기모순에 빠진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외교를 고립시킬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둘째, 북한로켓이 한·중·일 각자의 국가이익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성공한다는 것은 직접적인 군사위협 증대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사거리를 3천km 이상 확장하려는 의도는 실제 이격 거리를 고려할 때 직접적 위협 주체가 일본이나 한국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잘못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안보 골격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기초하고 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이 장거리로켓으로 미국을 협박한다면 한·미동맹, 미·일동맹의 작동을 결정적으로 방해하게 된다.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군사적 능력은 바로 한·미동맹, 한·일동맹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중국 역시 북한의 장거리로켓이 자국을 직접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하지만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고, 이러한 상황 진전이 안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로켓에 대한 한·중·일의 ‘동상동몽’은 언제까지, 또 어느 수준까지 지속될 것인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조건은 동북아 진영대결 구도의 내용과 방향이다.
지난 1월 5일 미국은 재정악화에도 불구하고 국방우선 순위를 조정하여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을 함축하는 ‘신국방전략’을 발표했다. 외교문서 성격인 전략문건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군사력 증강 의도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고, 주변국의 안보적 우려를 적시했다. 가장 직접적으로 중국의 군비증강을 경계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동맹국들의 협력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에게 직접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미·일이 안보협력을 강화할 경우 필연적으로 중국은 북한 및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동북아의 진영대결적 군사구조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체적으로 형성된 방향을 향해 진행될 위험성이 있다.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해소 외교 절실
두 번째 조건은 양자 간의 정치군사적 불신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 등 역내 영토분쟁 및 역사분쟁을 겪고 있다. 일본의 부당한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한국과 일본은 정치군사적 불신이 심화되고 있고, 정서적 반목이 해소되고 있지 않다. 한·중·일이 동북아 전체의 안보적 이익보다 양자 간의 갈등에 기초하여 대외정책을 설정할 경우 유사한 입장 설정이 어려울 수 있다.
세 번째, 중국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 하에서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증대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다면 중국은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중·일이 로켓문제뿐만 아니라 북한문제 전반에 대해 동상동몽을 가질 때 한반도는 안정될 수 있고, 전략적으로 통일을 기대할 수도 있다. 북한의 장거리로켓은 한·중·일이 동상동몽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
또한 동북아의 진영대결 분위기의 재현도 우리를 불행하게 할 것이다. 진영대결 분위기를 해소하는 데 한국 안보외교 역량이 활용되어야 한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줄이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최소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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