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7월 1일

북한 맛지도 | 전통적 별미 평양어죽과 함경도의 감자오그랑죽 2012년 7월호

북한 맛지도

전통적 별미 평양어죽과 함경도의 감자오그랑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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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가뭄으로 인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죽이다. 사실 겨울에는 따끈한 죽이 좋다. 그래서인지 12월에는 동지죽을 먹는 세시풍속이 있다. 필자가 북한에서 생활할 때 겨울에는 유독 죽을 많이 쑤어 먹었다.

추운 겨울날 따끈한 죽이 몸을 덥혀주는 면도 있지만 채소가 부족한 겨울에 특별한 반찬이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죽인 것 같다. 특히 손님이 왔을 때 죽은 상당히 좋은 음식이다. 왜냐하면 죽은 밥이 부족할 때 물을 더 부어 그릇을 채울 수 있어 상당히 융통성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에 북한에선 식량부족이 심해지기 시작하고 부족한 식량을 채우기 위해 죽을 쑤어 먹는 집이 계속 늘어났다. 북한에는 죽과 관련된 속담도 많은데 그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죽 먹기가 하도 싫어서 10리를 도망갔더니 죽 그릇이 먼저 와 있더라”는 말이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 민족은 죽과 함께 해온 시기가 상당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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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죽, ‘고난의 행군’이 만든 발명특허

이렇게 죽을 많이 먹으면서 다양한 죽이 개발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이름도 없는 풀을 넣고 끓인 풀죽과 시래기를 넣고 끓인 시래기죽, 강냉이국수를 넣고 푹 끓인 국수죽, 얼굴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거울죽은 “고난의 행군”이 만들어 낸 발명특허였다. 처절했던 “고난의 행군”시기에 등장한 이탄빵이나, 이탄국수, 옥수수뿌리·벼뿌리를 갈아 넣고 만든 범벅에 비하면 국수죽이나 거울죽은 그래도 상류층의 음식이었다.

북한에서 죽이 슬픔과 관련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여름날에는 강가에서 천렵을 즐기면서 낚시를 하여 잡은 물고기를 넣고 끓인 낭만적인 어죽도 있고, 입맛을 잃고 음식을 먹지 못할 때 참기름이나 참깨, 잣을 갈아 넣어 끓인 영양죽도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고급스런 영양죽은 일반인들보다는 상류층에서 맛볼 수 있는 죽이고, 어죽은 일생에 몇 번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죽이다.

북한지역에도 각 지방에서 자랑하는 전통적인 별미음식으로 죽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에서 이러한 별미음식으로서의 죽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학습용 음식이 되었다.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음식은 각 지방의 죽인데 그중에서 평양의 평양어죽과 함경도지방의 감자오그랑죽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평양어죽이라고 하면 개울에서 끓여먹는, 물고기를 넣은 죽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평양어죽은 생선을 넣고 끓인 죽이 아니고, 닭고기를 넣어 끓인 닭고기죽이다. 평양어죽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평양에는 유두날 대동강변에서 목욕을 하면서 어죽을 쑤어먹는 풍습이 있다.

어느 해 유두날인가 사람들이 대동강에 놀러 갔는데 놀이에 빠져 있다 보니 해가 넘어 가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날은 어두워지고 물고기는 잡을 수도 없고 배는 고프고 해서 할 수 없이 가지고 갔던 닭을 잡아 죽을 쑤어 먹었는데 별미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평양지방에서는 닭고기를 넣어 만든 죽을 평양어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죽은 따끈할 때 먹어야 제 맛!

함경도 지방은 개마고원과 장진고원, 부전고원을 끼고 있는 곳이다. 이 고원들의 특징은 모두 감자농사가 잘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감자로 만든 음식이 많다. 함경도 지방에 가면 갓김치에 감자오그랑죽이 특별한 음식이다. 감자오그랑죽은 감자의 구수함과 쫄깃쫄깃한 맛이 곁들여져서 별미인데 감자를 갈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식이섬유도 많아 건강에도 일품이다. 단 아쉬운 점은 죽이 식으면 감자옹심이가 굳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감자오그랑죽은 따끈할 때 먹어야 제 맛이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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