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전쟁·평화 | 전쟁과 국제사회의 피난민들 2012년 7월호
인간·전쟁·평화
전쟁과 국제사회의 피난민들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피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피난민을 양산하는 전쟁을 수행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피난민을 지원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국가지도자들의 정책결정과정, 강대국들의 전쟁, 그리고 국제질서의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춘 전쟁과 평화의 연구는 피난민을 ‘전쟁의 고아’인 마냥 국제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전쟁의 부산물처럼 여겨왔다.
2011년, 가장 많은 난민과 실향민 발생
한 지역 혹은 국가로 유입되는 피난민의 수가 많지 않을 때는 이들의 존재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피난민들이 대단위로 이동할 때는 지역 및 국가에 갈등과 위협을 야기하는 요소로 인식된다. 난민의 대량 유입 혹은 국내 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 IDP)의 대량 발생은 질병, 테러리즘, 분쟁의 확산을 유발할 수 있으며, 정착지역의 환경파괴와 자원의 활용을 둘러싼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피난민의 발생 및 이동과 관련하여 지원과 보호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은 ‘아랍의 봄’으로 대변되는 독재정권의 붕괴와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한 해이지만, 한편으로는 2000년대 들어서 가장 많은 수의 난민과 IDP가 발생한 한 해로 기록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보고서에 의하면, 코트디브와르, 리비아, 소말리아, 그리고 수단에서 발생한 분쟁사태로 인해 8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주변국가로 넘어가 난민이 되었고, 430여 만명이 새롭게 고향을 떠나 국가 내 다른 지역에 정착을 하였는데 이러한 IDP의 수는 2010년에 비하여 20%이상이 증가하였다.
UNHCR은 2011년 말 현재 전 세계의 4,300여 만명의 피난민들 중에 약 2,600여 만명의 피난민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등 적극적인 인도주의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의 추세를 살펴보면 몇 가지 우려스러운 경향이 나타난다.
첫째, 분쟁에 의해 피난을 간 사람의 수가 지난 5년 동안은 매해 4,200여 만명을 넘는 등 그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둘째, 난민의 지위를 받은 사람들은 인도적 캠프에서 최소 수년간 머무르거나 혹은 도시의 빈민가 등에서 아주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 난민의 약 75% 정도가 최소 5년 이상 이러한 상태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국제분쟁과 국제인도주의 활동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분쟁의 양상을 살펴보면, 강대국 간의 전쟁 혹은 국가 간 전쟁이 감소하고 저개발국가에서의 내전 발생이 증가하였다. 1946년과 2008년 사이에 240건의 무력분쟁이 151개의 다른 장소에서 발생하였으나, 냉전해체 이후에는 128건의 분쟁 중 8건의 국가 간 전쟁이 있을 뿐 나머지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한된 지역에서만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따라서 내전을 비롯한 다양한 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저개발 국가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발생하였다. 이 국가의 정부들은 피난민들을 지원할 의지가 없거나 혹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난민들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지하거나 스스로 삶의 방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무장행동에 가담하기도 한다.
난민수용 부담, 선진국보다 개도국이 더 많이 져
또한 국제사회가 전 세계 피난민에 대한 지원과 보호활동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자국에 정착시키는 데는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2010년까지 전 세계 난민의 수가 감소하고 IDP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한 이유는 서방세계 국가들이 난민의 이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인도적 캠프에 수용하는 정책을 선호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난민으로 인정받고 보다 안정적인 지역으로 재정착을 할 수 있었을 피난민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IDP의 신분으로 남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난민들이 출신대륙에 평균적으로 75~93%가 정착하고 있는 것도 국제사회의 소극적 난민정책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활동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가장 큰 오해는 선진개발국가들이 지나친 난민의 유입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 말 현재 80%의 난민이 개발도상국가에 머무르고 있으며 48개의 최빈국가들도 230만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나머지 20%의 난민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발생한 난민이며 이들의 약 90% 이상이 유럽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2008년 국가별 경제력 대비 난민 수용의 부담 평가 결과 독일이 25위, 영국이 37위, 미국이 40위, 캐나다가 46위에 머무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개발도상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난민 수용의 부담을 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난민과 IDP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국제사회가 이들의 재정착을 위해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각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1년 말에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독자적인 난민법을 통과시켰다. 제네바 난민협약이 체결된 지 60여 년 그리고 협약에 가입한 지 20여 년이 지나 이뤄진 성과물이지만, 국내에서의 난민인정만이 아니라 제3국에 체류하는 난민을 재정착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향후 우리사회도 국제사회에서 인권선진국으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동북아와 국제평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탈주민 문제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난민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국제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송영훈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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