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선군·민생난 이중구조 고착화…양극화 겹쳐 모순 누적 2012년 7월호
기획 | 7·1조치 10년…北 경제강산 어떻게 변했나?
선군·민생난 이중구조 고착화 양극화 겹쳐 모순 누적
북한당국이 그토록 강성대국으로 가는 문을 열어 놓겠다고 하는, 이른바 ‘주체 100주년’ 행사가 지난 4월 15일 끝났다. 주체 100년도가 되는 2012년에 북한은 산업연관 관계가 단절될 정도로 파괴된 산업생산력을 1980년대 후반 수준으로 회복시켜 놓고, 주민들의 ‘먹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하여 계획경제를 복원시켜 놓겠다고 하며, 지난 몇 년 동안 총동원 정책을 시행해왔다. 북한경제는 의도했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 산업경제 전반 상황과 민생경제 양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산업, 선군정책으로 군수분야만 더딘 회복세
우선 북한의 산업생산력이 1980년대 후반 수준으로 회귀하고 산업연관관계가 전반적으로 복구되는 데 요구되는 몇 가지 산업생산 지표를 검토해 보면 다음 <표>와 같다. 북한의 가장 최근 부문별 산업생산량 통계는 아쉽게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도 통계치지만, 작년 이래로 획기적인 생산량 증대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표에 따르면 석탄, 전력, 원유, 철강석 등 기초 에너지 및 원자재 생산이 1980년대 후반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아 비료, 철강 등 중간재 생산품이 20%대에 머물러 있음을 볼 수 있다. 비철금속, 시멘트의 생산량이 1980년대 후반 수준을 넘어서고 있지만, 비철금속은 주로 수출되어 외화획득원으로, 그리고 시멘트는 건설자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의 전반적 회복에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하다.따라서 북한의 산업연관관계는 아직 복구되지 못하고 여전히 분절화된 상태로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업연관관계란 기초에너지 → 중간재 → 최종소비재로 연결되는 관계로서 이 연결고리들이 어느 정도 복구되어야 북한의 제조업이 정상화될 수 있다. 현재 북한 제조업의 전반적 생산력 수준은 1980년대 후반 수준과 비교해 볼 때 대략 평균 60% 수준으로만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
그것도 군수산업과 연관된 제조업에서만 부분 산업연관관계의 복구가 있을 뿐, 민생경제와 관련된 산업 즉 화학공업 및 경공업, 농업 분야에서의 산업연관관계는 90년대 수준에서 별로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군수산업은 선군 경제정책에 힘입어 경제난 속에서도 자체적인 재생산구조를 활성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민생경제 분야의 산업생산력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당국은 무연탄을 이용한 철강, 비료, 경공업 원료를 생산하는 소위 ‘주체공업 전략’을 2008년부터 시행해왔지만, 이 기술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기술이어서 현재 별로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경공업 제품 시장의 80% 이상은 여전히 중국산으로 장악되어 있고, 그나마 북한산 경공업 제품의 상당수들은 국영공장의 외관을 빌린 사영공장에서 생산되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최근 북한경제는 군수경제의 활성화와 민생경제의 경제난 지속이라는 이중구조 속에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북한당국의 ‘2012년 전략’은 이러한 구조를 더욱 악화시켰다.
민생, 화폐개혁·평양위주사업 … 양극화 심화
우선 북한당국은 2012년 경제강국 달성의 상징적 사업으로 평양 10만세대 아파트 건설, 30만kwh급의 희천수력발전소 건설 등 대형 토목건설 사업들을 벌였는데, 대부분의 사업들이 주로 평양시민을 위한 사업으로서 평양 이외 지방 주민들의 민생고를 해결하는 것과는 상관없는 사업이었다.
또한 북한당국은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을 시행하여 2012년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였는데, 화폐개혁은 북한주민들의 보유 화폐를 축소시키고 극심한 물가상승을 초래하여 민생고를 가중시켰던 것이다. 화폐개혁 이후 2010~2011년간 북한의 물가는 쌀값 기준으로 3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화폐개혁 이후 최근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북한 원화가 아닌 달러·위안화 직접거래가 선호되어, 북한경제의 달러·위안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북한경제의 전면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북한의 자립적 경제발전 노선, 북한당국의 핵보유 의지 고수로 인해 경제제재가 상수인 북한의 대외경제 환경, 선군 경제정책으로 인한 민생경제의 악화 등은 북한의 대(對)중국 경제의존도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여건도 조성하였다. 그리하여 북·중 교역액은 2011년 사상 최대치인 56억2천만달러까지 상승해, 북·중 교역이 북한 대외교역의 89%를 차지하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북한경제는 향후 어디로 갈 것인가? 김정은은 최근 ‘4·6담화문’과 ‘4·15연설문’을 통해 선군 경제건설 노선의 계승과 인민생활 개선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선군경제와 민생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10년 전 7·1조치 역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의도 하에 시행되었다.
그렇지만 북한은 시장화 현상의 확대라는 공포적 현실에 직면하게 되자 7·1조치를 불과 3년 만에 철회하고 북한경제의 양극화, 이중구조화라는 모순이 더욱 초래되게 하였다. 따라서 그때보다 더욱 어려워진 북한 내부경제의 모순 누적과 외부 경제조건의 악화를 볼 때 김정은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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